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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9월 가을, 혼자 다녀온 출사 - 김포 덕포진 / 200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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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대중 교통으로 대명항 근처(대명초교 사거리)에 있는 덕포진에 다녀왔던 적이 있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의 기억은 제법 생생해서, 지금도 강화도를 가면서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내가 예전에 여기에서 버스를 내려서 덕포진에 갔었는데..' 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되뇌여보니, 이상하게도 덕포진 내부를 걸어다니며 사진을 담았던 기억보다는 그 버스 정류장에 내릴 때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마 오랜만에 혼자 여행하면서 긴장했던 것 같다.


여튼, 카메라를 메고 혼자 잘 다녀왔다. 날씨는 희뿌옇지만, 나쁜 편은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의 사진이라, 많은 기억이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사진을 보면서 기억나는 것이 있어, 정리해둔다. 사진은 중고로 팔아서 지금은 내 손에 없는 40D로 담았다. 컷 수는 제법 많은데, 막상 쓸만한 사진이 그렇게 많진 않았다.



대명초교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에

덕포진까지 제법 되는 거리를 걸어갔다

너무 조용해서 내 발걸음 소리만 들렸음



내 오른편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지만

인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약간 괴기스러웠다



아직까지는 나무들이 푸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9월이니, 코스모스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던 때



덕포진의 입구에 서서 바라본 풍경

뭔가 잘 정리된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군사시설이라는 어감과는 다른 이미지



저 너머는 강화도 덕진진이다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철조망으로 해안을 봉쇄해놓았더라

옛날도, 지금도 군사적으로 예민한 지역이라니



마치 공원처럼 잘 정돈된 덕포진에

등을 마주하고 있는 벤치가 있어 담았다

당시 운영하던 사진 블로그에도 올렸던 사진



해안을 둘러싸고 있던 철조망



바닷가 쪽에서 덕포진을 바라봤다

움푹 들어간 곳에 대포가 설치되어 한양을 방어 했으리라

하지만 그 규모가 작은 편이라 아쉬웠다



조용한 자연을 만끽 하면서 걷다보니

나뭇가지에 잠자리가 앉아 있어서 담아봤다



덕포진의 깊숙한 곳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군사시설 배후에 논이 덜렁 있어서 좀 쌩뚱맞게 느껴졌다

그래도 조선시대에는 뭔가 방어시설이 더 있었겠지



이런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냥 천천히 산책하듯



고려시대 뱃사공인 손돌의 묘



고려시대 몽고의 칩입으로 고려가 도읍을 강화도로 옮겼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육지에서의 전투력은 최강이었으나, 바다에서는 싸워본 적이 없는 몽고는 강화도까지의 그 짧은 바다를 못 건넜다고 전해진다. 왜냐하면 이 곳은 보통 바다에 비해 특히 물살이 세차고 거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손돌이라는 사람은 왕의 피난 당시 고려왕을 태우고 바다를 건넌 사공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때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 좁은 앞바다의 물살은 매우 거칠었다. 왕이 탄 배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센 물살에 휩쓸리자, 왕은 손돌이 본인을 물에 빠뜨려 죽이려 한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호위하던 사람들에게 손돌을 죽이라고 명했다. 그러나 손돌은 바가지 하나를 꺼내 바다 위에 띄워놓고는 저 바가지를 따라가면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는 저항하지 않고 죽는다. 비록 사공을 잃었지만, 배는 바가지를 따라가서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왕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예를 표했다고 하는 이야기.



내가 덕포진을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우리나라의 전통 군사시설은 아기자기한 특징이 있다

거대한 녹색 뱀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옛날에 덕포진 내에 부속 건물이 있던 자리는

이제는 이렇게 터만 남았다



옛날에 대포가 놓여 있던 자리

지붕을 기와로 덮어 놓은 게 의외였다



포구 속에는 이렇게 한 줌 햇빛을 받아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포구가 몇 개 더 있었는데

솔직히 그 수량이 적어서 방어 기능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생기기도



이 지역은 북한과 가까워서

군데군데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군사지역이었음



돌아오던 길에 본 정체 모를 상자는

나름 디자인과 데코에 신경 쓴 모습이었다



다리도 아프고 해서 잠시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잠자리도 살짝 와서 앉길래 사진에 담았다

두 잠자리의 만남



다시 일어나서 걷다가 보니

나무에 잠자리가 앉아 있어 조심스레 담았다

녀석이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



그래도 잘 둘러보고 좋았는데

나오기 아쉬워서 한 번 더 뒤돌아보고 나왔다

덕포진 입구



그리고는 다시 왔던 마을 길을 걸어

버스 정류장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