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이 재개발 된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봤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사진을 찍으려 옥수동을 찾았다. 원래는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그 곳에 사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실례가 되는 것만 같아 차마 카메라를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목적을 상실하고 하염없이 걷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산 위에서 넋을 빼놓고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도를 보며 확인해보니 매봉산 언저리가 아니었나 싶다.
산 위에서 몇 장의 사진을 담았으나, 이상하게 찍힌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7년 전 그 날의 나는, 괜한 헛고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 사진들을 다시보니, 그렇게 애잔할 수가 없다.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하지만 누군가는 영영 그리워 할 그 모습, 그 풍경이라서.
골목길을 담으려 나왔으나
차마 담지 못하고 애꿎은 산에 올라왔다
사람이 없을 때 소심하게 한 컷
산 위에서는 한강이 내려다보였다
지금은 이 모습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누군가의 소원도 담아봤다
이제는 사라진 2009년의 옥수동 풍경
당시 이 지역이 재개발 된다고 들었는데
아마 지금의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일듯
이제 옥수동의 이 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왼편에는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가 공사 중이고
오른편에는 '래미안 리버젠' 아파트가 들어섰기 때문
그렇게 몇 컷을 담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노랑색과 섞이는 검은 그림자
그리고 빛이 눈에 확 들어와서 발걸음을 멈췄다
2009년 옥수동의 어느 골목
지금은 재개발 때문에 사라져버렸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 불이 났는지 연기가 자욱했다
난생 처음으로 112에 신고를 했다
다행히도 이미 신고 받고 출동 중이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몇 장 안되는 사진을 정리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생각이, 그 때 열심히 찍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후회였다. 그 분들의 삶을 마주하니, 소심해져서는 그냥 걷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기록이 될 줄 알았으면 많이 찍어 둘 껄, 하는 생각. 행여 비슷한 기회가 다시 온다면, 이제는 열심히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옥수동의 저 화재는 다리 아래에서 났던 것으로, 당시 공중파 9시 뉴스에도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