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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한 겨울에 다녀온 꽁꽁 언 산정호수 - 서울 근교 나들이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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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내 데이트만 했다. 편하고 좋았지만, 어디론가 멀리 가고 싶은 마음이 저 깊은 심연에서 꿈틀거리더라.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HJ에게 장난을 담아 칭얼거렸다. 하지만 HJ는 잠이 많은데다가, 토요일에는 고정된 일정이 있다. 그래서 그런 땡깡을 부린들 별 소용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투정을 부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이 날은 좀 달랐다. 전날 밤에 어디론가 가기로 하고, 오전 9시에 만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일찍 만나서, 더 멀리 가고 싶었으나, HJ가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왔기 때문에, 마냥 일찍 만나자고 할 수도 없었다.


다음 날. 약속 시간에 맞춰 HJ의 집 앞으로 가서 연락을 해보니, 그제서야 일어난 HJ. 알람 소리도 못들을 정도로 피곤했는가 싶었다. HJ가 준비하는 동안, 차를 주차시켜 놓고, 운동삼아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어딜 갈지 정하지 않고 있다가, 즉흥적으로 산정호수가 떠올라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운전해 산정호수 주차장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는 차가 하나도 없더니만

주차장엔 많아서 의아했다




고즈넉한 호수가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산정호수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건

아주 작고 작은 놀이동산이었다




조그마한 놀이동산을 신기하게 구경하고 나서

넓게 펼쳐진 산정호수를 마주했다

꽁꽁 얼어 있어서 더 놀랬음



산정호수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고

우리는 호수를 왼쪽 방향으로 한바퀴 돌기로 했다



호수 앞의 조각공원과



꽁꽁 언 산정호수 위

궁둥이만 내놓고 있는 오리배들을 지나



호수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을 만났다



그 앞에서 '나방~'을 외치는(?) HJ



그리고 오랜만에 연탄재를 봤다

따뜻하게 햇살을 받고 있었음



꽁꽁 언 산정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호수 전체가 언 모습이 장관이었다



후고구려를 세웠지만, 스스로 타락해

결국 왕건에게 일인자 자리를 내어준 궁예는

이 근방에서 최후를 맞이했다고 한다




별 기대없이 온 산정호수인데

한겨울에 꽁꽁 언 모습이 너무 괜찮았다

마치 별미를 먹은 듯한 느낌이랄까?



타이머 설정을 하는 중인 HJ




산정호수의 꽁꽁 언 얼음

처음보는 풍경이기도 했지만

얼음이 너무 예쁘기도 했다




호숫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역시 바깥으로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호수 위로 언 얼음 위에 핀

방사형 무늬가 참 예쁘기도 했다




산정호수 둘레길을 절반 정도 걸었으려나?

폭포가 깜짝 등장해 우와우와 하며 구경했다

처음에는 바람소리인 줄 알았는데

HJ가 정색하면서 물소리라고 했던 곳



평화로운 산정호수



호수 위로 데크가 조성되어 있었다

어디선가 봤던 화천 여행 사진에

이런 길이 있어 한 번 걸어보고 싶었는데..



잠시 일광욕 중인 HJ



우리가 걸었던

산정호수 산책로



얼음 속 무늬가 너무 예뻐서

담아 본 사진



추운 날씨에 물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무는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귀욤귀욤



폴짝!



간만에 나무들 사이를 걸으니

너무나 상쾌하고 좋더이다



배산임수의 교과서를 보는 듯 했던 집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산정호수가



서서히 호수 산책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 시점



아쉬운 마음에 꽁꽁 언 호수를 또 찍어보고



저 멀리 보이는 산도 담았다



그리고는 인근 식당에서 송어회로 마무리

식당 이름은 토담 송어 횟집



산정호수는 자연호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925년 일제강점기 시절에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이다. 물이 맑고 깨끗하여, '산 속에 있는 우물처럼 맑은 호수'라는 이름으로 산정호수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한편, 호수 바로 옆에 있는 명성산이 궁예가 최후를 맞이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 궁예와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 인근의 지명까지도 궁예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고 한다.


호수를 한 바퀴 돌다보면, 김일성 별장이 있었던 곳을 지나갈 수 있다. 다만, 건물은 없고, 터만 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산정호수가 우리나라를 좌/우로 뒤집은 모습이고, 부산이 있는 자리에 김일성 별장이 있어, 그의 꿈을 대변했다고 하는데.. 지도로 산정호수의 모양을 보면.. 으음.. 누군가가 지어낸 것 같다.


다만, 김일성은 유고슬라비아의 비토 대통령의 초청으로 현재 슬로베니아에 있는 블래드 호수에 다녀온 적이 있고, 그 곳에서 영감을 받아 별장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가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