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커 밸리 트래킹에는 3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 중 첫번째 흔들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아주 힘차서
떨어지면 그냥 죽겠구나 싶을 정도
물론 그 다리를 건넜다고 해서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까지 걸어온 것처럼, 계속 뚜벅뚜벅 걸었다
4명의 백인 여행자가 우리를 앞서 빠르게 걸어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마치 영화 속 스틸 컷 같은 느낌이 났다
뮬러 호수를 왼쪽에 두고 걸었다
이 호수를 지나 또 다른 호수인 후커 호수가 나와야
트레킹이 끝나기 때문에, 아직 멀은 셈
마치 차마고도의 마방이 가던 길과 같은
느낌을 받았던 너른 공간
이런 공간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걷는 것이야 말로
트레킹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하나 둘, 하나 둘
잠시 쉬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잠시 물을 마시기도 했다
뭔가 예쁜 풀이 있었는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HJ 포토님
포즈가 아주 열정적이다
(이 사진 올리면 혼날라나)
트래킹의 중반 즈음에 이르자
처음의 들뜸과 신남이 많이 진정되었다
대신에 조금 더 여유가 생겼음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저런 풍경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뮬러 호수, 그리고
저멀리 구름에 가려진 산꼭대기
산봉우리가 구름 위로 숨은 것처럼
산으로 더 깊숙히 들어갈 수록 날씨가
점점 더 어둑어둑해졌다
곧 비가 내릴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뒤를 돌아보면 파란 하늘의 맑은 날씨였다
저 앞에 보이던 후커 밸리 트랙의 두번째 다리는
먼저 건넜던 다리보다 더 길고, 더 높아 보였다
'최대 20명까지'
이 문구를 보면 자동적으로 20명이 넘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더 무서웠음
'아.. 무섭다..'
살제로 다리 위에 올라 아래를 보면
대충 아파트 8~10층 높이 정도 되는 듯했다
게다가 바람과 다른 사람의 걸음에
다리가 흔들흔들 하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이 다리를 건널 수 있느냐 마느냐가
이 후커 밸리 트래킹의 가장 큰 고비일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건너보면 사실 별 것 아니다)
저 멀리 구름 위에 숨은 산봉우리가
혹여 '마운틴 쿡(Mt. Cook)'이려나?
마운틴 쿡은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이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한다
높이는 3764 미터
높이가 높진 않지만 빙하를 가지고 있고
산세가 험한 편이기도 해서
에베레스트에 등정하려는 전문 산악인들이
마운틴 쿡에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던 게
우리는 한참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미 반환점 찍고 내려오는 외국인들이 많았음
아마도 아주 먼 옛날에는 여기 모두가
빙하로 덮여 있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HJ
우리가 계속 걸어가야 할 방향
후커 밸리 트래킹의 두번째와 세번째 다리 사이에
저렇게 작은 오두막과 간이 화장실이 있었다
사진이 많아서 이쯤에서 한 번 더 끊어가야겠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