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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의 가지후스레브-베그 모스크(Gazi Husrev-Beg's Mosque) /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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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에서 가장 먼저 들린 곳은, '가지후스레브-베그 모스크(Gazi Husrev-Beg's Mosque / Gazi Husrev-Begova Džamija)'였다. 숙소인 'Residence Rooms' 호스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기도 했고, 거리를 걷다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그 쪽으로 향했다.


'가지후스레브-베그'는 16세기 오스만투르크가 이 곳을 지배했을 때, 이곳을 관리하던 사람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가지후스레브-베그 모스크(Gazi Husrev-Beg's Mosque / Gazi Husrev-Begova Džamija)'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슬람 건축물이자, 오스만투르크 건축양식이 가장 잘 반영된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여전히 종교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건물은 아직도 살아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보스니아 내전으로 심하게 파괴되었으나,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의 지원으로 복구되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 갔었던 모로코에 있는 쿠투비아 모스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매우 중요한 문화재라지만, 아직도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모스크의 앞에 있던 1982년에 세워진 '파우바라'

'파우바라'는 모스크 앞에 세워진 분수를 뜻한다

이 곳에서 이슬람 신자는 '우두(기도 전에 노출된 몸을 씻는 행동)'을 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두를 학실하게 행하는 이슬람 신자는 없었다



모스크의 입구인데, 매우 아름다웠다

들어가고 싶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을 뿐 아니라

모스크는 이슬람 신자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밖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옛날 오스만투르크는 보스니아는 물론, 최전성기에는 크로아티아를 넘어 헝가리까지 그 영토를 확장했다. 이들은 각 민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무슬림으로 개종할 경우 세금 혜택을 주거나 신분을 상승시켜주거나 하는 유화 정책을 실시했다. 그 영향으로 현재의 보스니아인들은 상당수가 무슬림이다.


보스니아는 역사적으로 많은 세력들이 그 힘을 겨루던 장소였다. 오스만투르크가 점령하기 이전의 보스니아는, 어제까지 A라는 세력이 지배하다가 오늘은 B라는 세력이 지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스니아인들은 항상 지배층에 맞추어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삶의 방식 때문에 종교를 바꾸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매우 실리적이었다. 그래서 많은 보스니아 인들이 오스만투르크 지배시절에 무슬림으로 개종했다. (보스니아에서 오스만투르크가 물러난 건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기도하는 벽인 '미라브(Mrab)'를 보고 기도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모습은 멀리서봐도 정성이 담겨 있었다



미나렛(모스크의 첨탑)과 모스크 건물의 모습

정면의 아치는 매우 아름다웠고, 그 공간은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이렇게 한쪽에서는 미라브(Mirab)를 보며 기도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야기를 나눴다

타 종교의 기도하는 공간에서는 대개 조용히 해야 하고, 떠들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만 봐 온 내겐 이채로운 모습이었다



이 파우바라(분수)에 햇빛이 참 예쁘게 들었다

누군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왠 꼬마가 달려왔다

그리고 아래 사진을 담았다



달려온 아이는 '우두를 하지 않고 물을 마시려고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빛이 따뜻하게 담긴 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 사진



분수의 물줄기는 높게 솟아오르는 대신

마치 밥그릇과 같은 조형물을 타고 아래로 졸졸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모스크는 매우 고급스러워 보였고 정갈했으며, 아름다웠다

모스크 정면의 아치의 곡선도 정말이지 너무 예뻤는데

공간이 좁아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게 너무나 아쉬웠다



두 명의 관광객이 문에 있는 유리창으로 뭔가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찍을까 말까 갈등하다가 찍었는데, 호기심을 잘 담은 거 같다

모스크의 좌측에는 8각 건물과 6각 건물이 있었는데, 바로 그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가지 후스레브-베그의 무덤이다

오른쪽 건물 안에는 아래와 같이 그의 관이 모셔져 있었다

왼쪽은 그의 아내의 무덤



가지후스레브-베그(Gazi Husrev-Beg)는 술탄의 집안이었다. 아버지는 보스니아계였으나 어머니가 술탄 베야즈 2세의 딸이었다. 따라서 당시 술탄이었던 베야즈 2세에게는 외손주였으며, 어머니의 집안에서 이어져 오는 '후스레브(Husrev)라는 왕가의 이름을 붙였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며, 오스만투르크가 발칸반도를 점령하는데 큰 공을 많이 세워서 한 때는 술탄 슐레이만의 총애를 받았다고도 한다.


그의 중요한 업적은 그가 이 지역의 관리로 머무는 동안 사라예보가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아줬다는 것에 있다. 그 때까지는 작은 시골에 지나지 않던 사라예보는 그의 계획으로 인해 도시로 발전할 인프라를 가지게 된다. 그의 계획에 따라, 당시 이스탄불에서 제일가는 건축가 '아젬 에시르 알리(Adžem Esir Ali)'를 데려와, 현재의 가지후스레브-베그 모스크를 만든다. 그리고 모스크 주변으로 초등학고, 식당, 여관 상가 등을 세웠는데, 그 지역이 지금의 올드타운이며, 그 때 올렸던 건물이 현재까지도 남아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