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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유럽에서 느끼는 이슬람의 향기 - 사라예보 바쉬차르쉬야 광장 /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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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후스레브-베그 모스크(Gazi Husrev-Beg's Mosque)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이 지역은 사라예보의 올드타운에 속하는 곳으로, 도시의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는 곳이며, 현지어로 '노보 사라예보(Novo Sarajevo)' 또는 '바쉬차르쉬야(Baščaršija)'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터키/이슬람 문화가 남아있었고 우리나라의 인사동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터키 여행을 해보지 못한 내게는 모든 게 신기하게만 보이는 지역이었다.


오늘이 지나도 내일 하루가 더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돌아다녔다. 그러나 이 지역은 생각보다 작아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다.



'가지후스레브-베그 모스크'에서 나왔다

거리 이름은 '사라치(Sarači)'

좁은 길에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윗 사진의 반대편 모습을 담았다

정면으로 걸어오는 외국인이 있어 셔터를 누르기를 살짝 망설였는데

다행히도 오른쪽에 라임색 옷을 입은 여자가 활짝 웃어주었다



낮은 건물의 1층은 모두 상점이나 식당이었다

나는 여행하면서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구경하면서 지나갔는데

건물이 상당히 오래되어 보였고, 시간이 쌓인 느낌이 들었다



이 곳은 '모리카 한(Morića Han)'이었던 곳이다

(한/Han : 이슬람 문화권에서 중개무역을 하는 대상/캐러밴들을 위한 숙소)

이 건물은 '가지후스레브-베그'에 의해서 1551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번의 화재가 있었으며, 현재의 건물은 1970년대에 복원한 것이다



건물은 가운데에 공간이 있는 미음('ㅁ')자의 형태였으며

현재는 1층은 카페, 2층은 각종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예보에 있던 많은 여관(한/Han)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현재는 호스텔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모리카 한'은 이렇게 된 방에 최대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상인이던지 묵기만 하면

처음 3일은 무료로 숙박과 음식을 제공하였다고 전해진다



다시 거리로 나와서 걸었다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케밥집 앞을 지나게 되었고 케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Doner'라는 단어를 보고 도너츠가게인가, 했다는 ㅋㅋ

여튼 결과적으로는 참 맛있게 먹었다



저 가게 안에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주문과 계산을 할 때 나랑 직원의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자,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와줬었다. 덕분에 주문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고마웠다. 


그리고 가게 사진을 담으려 밖으로 나가 이 사진을 담았는데, 그 직후에 어떤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바르셀로나에서왔다고 했던가, 여튼 어디선가 왔다고 했다. 자신의 카메라가 캐논인데 충전기를 잃어버렸다며, 충전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원하면 돈을 준다고도 했다. 순간적으로 사기꾼인지 진짜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카메라 샾에 가서 충전기를 사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미 갔는데 자신의 기종과 맞는 충전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진짜 충전기를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혹은 소매치기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카메라의 배터리가 그가 가지고 있던 배터리와 다름을 보여줬다. 도움을 못줘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순간, 내 케밥이 나왔는지 종업원이 나를 부르길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내가 주문한 건 'Doner Deluxa'였다

딜럭스가 더 맛있을 거 같아서 시켰는데, 아니었다

큰 사이즈였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한 끼 식사로도 적당했다

보통 사이즈는 우리나라 돈으로 2,200원, 빅사이즈는 약 3,800원 정도



걷다보니 사라예보 '바쉬차르쉬야(Baščaršija) 광장'에 이르렀다

막상 와보니, 내가 환상이 좀 있었는지, 그렇게 대단하지도

그리고 로맨틱하지도 않은,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 광장이었다



광장의 한 켠에는 비둘기 모이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 아저씨에게 모이를 사면, 비둘기들이 저렇게 주위를 에워싼다

비둘기에 대한 정서가 우리나라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기겁할 상황이지만, 나는 문화적상대성을 존중하니까



그리고 내가 먹었던 케밥

분수 앞에 앉아서 저 케밥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저거 하나 먹고 나니깐 배가 부르더라는



사진 속 분수는 '세빌리(Sebilj) 분수'라고 하는데 나무로 만들었다

흔히 생각하는 물이 위로 솟는 분수는 아니고

가지후르레브-베그 모스크의 파우바라처럼 수도꼭지가 여러 개가 있는 형태였다

저 분수의 물을 마시면 사라예보에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저 분수 아래 계단에 앉아, 잠시 쉬면서 케밥을 먹으며 사람 구경을 했다



사라예보는 옛날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 의해 유럽최초의 트램 운행을 시작한 곳이다

확실히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에서 봤던 트램보다는 낡아보였으나, 뭔가 빈티지스러웠다



이번 여행의 메인은 '크로아티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행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사라예보에 끌렸다. 왜 끌렸는지는 모르겠다. 우선 이슬람과 카톨릭과 정교가 혼합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라는 나라에 매력을 느꼈고, 오래 전에 내전으로 접했던 사라예보도 그 이름이 익숙해서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라예보라는 발음 그러니까 그 소리가 좋았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전세계를 바꾼 제 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던 곳이라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내전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가진 것도 내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내전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묘비가 있는 무덤의 사진은 나로 하여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9시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사라예보는 내 기준에서는 너무 좋았다.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가 마치 서울 깍쟁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투박하고 소박하게 작은 도시였다. 물론 내가 사라예보의 모든 지역을 둘러본 건 아니지만, 한 나라의 수도와 그 안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가 그렇게 소박할 수가 없더라. 유럽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20~3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