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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전투 후 약 150년이 지난 지금, 승자도 패자도 다 사라지고 없구나 - 강화도 광성보 / 20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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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길 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광성보에 다녀온 기억은 있지만, 그게 4년이나 되었다는 걸 알고 좀 놀랬다. 느낌으로는 2년 정도 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내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구나. 어렸을 때는 시간이 참 안갔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시간이 매우 빨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광성보는 강화도에 위치해 있다. 강화도와 육지 사이의 강화해협을 지키기 위해 쌓아놓은 일종의 방어시설이다. 현재 광성보 위치에는 고려시대부터 몽고의 침임에 대항하여 돌과 흙으로 쌓은 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광해군 이후, 효종, 숙종를 거치면서 차차 현재의 광성보 모습으로 정비되었다. 1745년 성문이 만들어지고 안해루(按海樓)가 세워졌다.


이 곳의 역사적 의미는 개화기 시절에 신미양요(1871)로 풀어 볼 수 있다. 신미양요는 미 해병대가 강화도에 쳐들어 온 사건인데, 미국은 바다 위에서 포를 쏘는 함대 때문에 화력에서 절대적인 우위였다. 그리고 이 전투에서 중군장 어재연 외 약 250명의 조선군이 전사했다. 이 때 광성보가 크게 파괴되었으나, 1976년에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차를 끌고 도착한 광성보

문득 건물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단청도 잘 정비되어 색이 예뻤음



천천히 걸어 광성보 안으로 들어왔다

이 곳은 '광성돈대'라는 곳인데 화포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마 신미양요 때에는 화포의 사정거리나 화력이

미군에 비해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광성보에서 바라본 한반도 본토

몽고군이 이 좁은 해협을 건너기 어려워했다는 사실이

나는 아직까지도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이 곳은 나무가 많아서 좋았고

약간 날씨도 너무 좋았다

나뭇잎과 햇님도 같이 담아보고



천천히 걸어 '광성돈대'를 한 바퀴 돈 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다니니까 감각이 예민해져서

괜히 선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주차장을 보니 어떤 어르신이 혼자 올라오고 계셨는데

성벽에 위태롭게 꽃 한송이가 자라고 있길래 함께 담아봤다

쓸쓸한 느낌이 나면 좋겠는데 말이지



성문 위 누각인 안해루에 올라가

볼만한 게 있나 기웃기웃하다가

사진 몇 장을 담고 내려왔다



현재의 광성보는 문화재로 잘 관리되어 있으며

내부는 공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처음 이 풍경을 보고 잠시 의아했지만

걷다보니 나무 냄새도 나고 좋더라



어떻게 걷다보니 이렇게 바닷가로 나오게 되었다

저 건너편은 한반도 본토

그 옛날에 몽고군이 이 좁은 바다를

건너기 두려워 했다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곳은 아마 '손돌목돈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다고 주변 경치가 빼어난 건 또 아니어서

그냥 한 바퀴 둘러보고 걸어내려왔다



손돌목돈대에서 내려와 다른 길을 걸었다

아마도 광성보의 끝인 듯, 바다가 힐끗힐끗 보였다

좁은 길 양 옆으로 꽃힌 깃발이

마치 주인 없는 깃발 같아서 슬프게 느껴졌다



광성보의 끄트머리인 용두돈대까지 왔다

바다쪽으로 툭 튀어나온 돈대인데, 그리 크진 않았다

돈대 내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비석이 있었다



용두돈대에서 바라본 건너편 육지

저 건너편이 아마 덕포진일 것이다

예전에 한 번 다녀와 본 적이 있는 곳이라

뭔가 감흥이 새로웠다



광성보 입구로 되돌아 가는 길에 만난 신미순의총

이 곳은 신미양요 때 전사한 군인 51명의 묘이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어서 7개의 묘에 합장했다고 한다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조용하게 걷기 좋았다. 약간의 큰 기대를 하고가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다른 방향으로는 참 괜찮았더랬다. 볼거리는 많지 않은 반면에, 공원처럼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무 냄새가 났고, 나무 그늘이 있었으며, 이따금 바람에 묻어오는 바다 내음이 좋았다.


혼자 다니다보니 괜히 예민해져서, 옛날 이 곳에서의 전투를 자꾸 상상했었다. 시체가 나뒹굴고, 비명과 울음소리가 가득했었을. 15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승자도 패자도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구나, 싶었다. 


큰 기대를 하지말고, 공원을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가면 좋을 것 같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