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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초등학교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가 본 경주 불국사 /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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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장을 떠나 경주 시내로 들어왔다. 우리는 여유롭게 여행할 생각으로 느즈막히 출발했는데, 차가 굉장히 막혀서 그 게으름을 후회하기도 했다. 차로 10분 걸리는 거리를 40분이나 걸려 이동했으니까. 이게 항상 그런건지, 아니면 이날만 유난히 차가 막혔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예상보다 오래 이동해 불국사에 도착했다. 주차장도 거의 꽉 차 있었음.


불국사는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수학여행으로 왔던 적이 있다. 그 때 기억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고, 토함산에서 찍은 단체사진과 유스호스텔에서의 몇 장면이 남이 있을 뿐이다. 그런고로, 나는 20년 세월을 넘어 다시 찾아가는 불국사에 대한 환상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와보니, 불국사가 생각보다는 작은 절이었다는 걸, 그리고 다보탑은 정말 아름답다는 걸, 머리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붐볐고, 나도 그들 중에 하나. 10여년 전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갔던 도피안사에서 마주했던 세상의 끝에 온 듯한 고요는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경주까지 왔으니! 불국사는 보고 가야겠다 싶었다.



뭔가 계속 입이 심심했고

군것질을 하게 해달라고 계속 졸라서

겨우 하나 사먹은 핫바



이미 불국사 경내이지만

느낌은 공원에 더 가까웠다



어젯밤은 글램핑을 하느라 상당히 추웠는데

이쪽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신록이 푸르기만 하다



불국사 경내를 구경하는 사람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불국사 경내로 들어와 처음 만난 건물

종이 보관되어 있는 종각이었다



불국사 건물이 신라시대의 건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청은 충분히 오래되어 보였다

역시 단청은 색이 바래야 제 멋이 나는 것 같다



가을이긴 가을이었다

연푸른 단풍잎 위로 햇빛이 투명하게 떨어졌다



'불국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없이 사진 찍는 게 불가능했다



불국사 안양문 혹은 자하문 인근의 회랑

1970년대에 복원되었으나, 조선/고려의 건축양식이

뒤섞여 복원되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고 들었다



HJ



으음.. 아무리 봐도

이 바지는 적응이 안돼



불국사의 회랑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



HJ

부드럽게 잘 나온 것 같다



뭔가를 열심히 담고 있는 HJ



하도 열중하고 있길래

나도 빛과 그림자를 담아보았다

사진작가처럼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것은

렌즈를 50.4 단렌즈로 담기에 불국사 내부가

너무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다



불국사 대웅전의 모습

그리고 또 아쉬웠던 것 하나는

석가탑이 보수 공사 중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다보탑은 정말 예쁘더라

남아 있어줘서 너무 고맙더라는



다보탑 앞에 있는 자하문을 나와 잠시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 아래의 백운교도 사진에 담아봤지만

영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생략



나가기 전에 다보탑을 한 번 더 봤다

원래 저 사자가 네 마리여야 하는데

한 마리는 대영박물관에 있고,

두마리는 일제시대에 사라져 행방불명



실제로 본 불국사가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을 채워줬냐고 물어본다면, 절반 정도라고 대답할 것 같다. 절에서 느낄 수 있는 조용함이라든가, 경건함을 느끼기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나도 관광객이기 때문에 그들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사람이 없을 때 방문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웅전과 다보탑과 복구 중인 석가탑을 돌아보고 나오던 어느 순간에 문득.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어떠했을지, 그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2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살아갈지, 그 때 담임 선생님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HJ가 뭔가를 물어보는 바람에 생각이 끊겼다가,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음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환갑을 앞두게 되는데, 행여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어서 다시 불국사를 가본다면, 기분이 참 묘할 것 같다.

그 때는 지금을 돌아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