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화분이 몇 개 함께 살고 있다. 몇몇은 아직까지 잘 살고 있지만, 사실 이번 겨울을 나면서 2개의 화분을 해먹었다. 그래서 그 화분들을 꽃집에 가져가 새로운 아이들로 담아 왔다. 그러고 또 얼마가 지났는데, 이 녀석들을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단렌즈로 찍으니까 뒤가 날아가는 게 좋아서, 전부 다 최대개방으로 열어두고 담았다.
이 아이는 내가 결혼할 때
후배에게 선물 받은 아이다
첫 봄을 맞는 지금 새싹이 나오고 있다
크기는 한 손에 잡힐 만큼 작은 편
받을 때 "죽이지 말고 잘 키워주세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우리가 결혼할 때, 회사 직원 중에
부모님이 꽃집을 하는 친구가 있어
그녀에게 부케를 부탁했었다
결혼 후, 약소하게나마 성의 표시를 했더니
이렇게 화분을 보내줬다, 해피트리
이 아이도 요즘에 포텐이 터져서
새 잎이 미친듯이 나온다
너무 빨리 자라서 자고 일어나서 보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
화분 아래에는 작은 친구들도 있다
서너 뿌리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한 뿌리만 남아있다
하지만 아주 잘 자라고 있음
동글동글 돌맹이로 포인트를 줬고
겉흙에 색깔이 있는 작은 돌을 깔았다
한 눈에 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괴랄스럽게 자라는 이 아이는 스투키
우리가 집 앞에 있는 꽃집에서 두번째로 산 화분이다
다행히도 죽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이 아이는 크기가 더 자라는 것 같진 않다
다만 화분 앞 쪽에 버섯이 한 송이 피었다가
진 자리에 새로이 스투키가 자라나고 있다
원래 있는 아이들은 줄기가 굵다
두 아이를 앞 뒤로 두고, 약간 비스듬히 심었다
너무 방사형으로 자라서 가끔 보면
마치 괴물 마냥 무서울 때가 있다
쉽진 않겠지만 일자로 자라주라
이 녀석은 산세베리아
결혼할 때 회사로부터 화환을 받지 않았는데
그 대신에 우리집으로 온 아이다
화분 아래에는 쪼꼬만 친구들도 있다
한 번 말려 죽일 뻔 하다가
물을 주니까 다행히도 살아난 상태
꼬불꼬불하게 자라는 아이인데
음이온을 많이 내뿜는 녀석이라고
스투키와 산세베리아가 있는
우리집 거실 한 켠의 모습
이 화분에는 원래 뱅갈 고무나무가 있었으나
말라 죽어가지고, 얼마 전에 꽃집에 가서
이 아이를 새로이 데려왔다
이름은 야레카 야자
HJ가 문득 실내 인테리어 사진에 있는
키 큰 나무를 보고, 꽃집에 가서 따로 주문한 아이다
공기를 정화하는데 탁월하다고 한다
아울러 실내 습도를 조절하기도 한다고
이 아이 바닥에는 모형 무당벌레가 살고 있다
아마도 엄마랑 아기이려나?
뱅갈 고무나무처럼 죽지 말고
오랫동안 잘 자라고 키도 쑥쑥 크면 좋겠다
우리집 거실 한 켠의 모습
이 아이는 수선화이다
원래 이 화분에는 HJ가 결혼할 때
친구에게서 선물받은 아이가 살았는데
이번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꽃집에 가서 내 맘대로 이 아이를 샀다가
HJ에게 엄청 개갈굼을 받았다
아직도 HJ는 시들어가는 수선화를 보면서
"수선화가 죽어간다아~" 라고 빈정댄다
우리집 애물단지 ㅠ_ㅜ
다들 오는 봄을 잘 맞이하고, 겨울까지 잘 지낸 다음, 그 겨울도 잘 나서 내년 봄에도 같이 살고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