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DMZ 펀치볼 둘레길'을 걸었다. 여기에 있는 4개의 길 중 4번째 길인 '먼멧재길'을.
민통선 안쪽에 있는 곳이기도 한 이 곳은 군사이역이면서 지뢰 매설에 따른 사고 우려가 높은 지역이라 개별 탐방이 불가하다. 따라서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신청하고 방문해야 한다. (http://www.dmztrail.or.kr)
코스 전 구간에 걸처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동행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는 깨도 안자라던 지역이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감자는 물론, 인삼도 자라는 지역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그리고 감자밭은 밭데기로 과자 회사와 계약을 한다는 이야기 등등. 아울러 길 곳곳에 있는 나무와 풀 등도 설명해주셨다.
사실 우리는 6.25 당시 미군이 펀치볼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한 장을 미군 관련 사이트에서 우연히 찾았는데, 이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 펀치볼을 찾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강원도 양구 해안면에 있는
DMZ 펀치볼 둘레길 안내센터에서
졸부, 망구, 나
원래는 시작지점부터 걸어가야 하지만
산 들머리까지 트럭 짐칸에 타서 이동했다
여기서 내렸는데, 인삼 밭이 많았다
우리가 트레킹을 했던 날은 날이 너무 좋았다
관계자 분께서 "오늘은 을지 전망대에 가면
저 멀리 금강산이 보일 날" 이라고 하셨다
출발!
DMZ 펀치볼 둘레길 인근은 6.25 전쟁 때
하루에도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격전지였다
낮에는 연합군이, 밤에는 인민군이 지뢰를 심었고
심지어는 비행기로 뿌리기도 했기 때문에
아직도 지뢰가 매우 많아 조심해야 한다
북한의 국화라고 해설사 선생님이
설명해주시던 '함박꽃'
먼멧재길은 처음에만 살짝
오르막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주로 능선을 걷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상에 아직 이르지도 않았는데
분지 지형인 펀치볼이 벌써 내려다 보였다
잠깐 쉬고 나서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DMZ 펀치볼 둘레길 먼맷재길 구간에는
사진과 같이 지뢰 안내 표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2016년에도 2건의 지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길이 아닌 곳은 단 한발국도 들어가면 안된다
특히, 용변을 볼 때나, 약초가 보일 때가 위험하다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백두대간 트레일
유사시 북한의 전차와 차량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콘크리트 방호벽
그러나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효과가 없다고
해설사 선생님이 설명해주셨다
능선을 타고 먼멧재길을 걸으니
고도가 높아지며 펀치볼을 조망할 수 있었다
'정말 분지지형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펀치볼의 반대편, 그러니까 내 등 뒤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이 있었다
그리고 구름도 참 멋진 날이었다
우리는 해설사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길을 재촉했고
얼마인가를 가니 깔딱고개 너머로
맑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먼멧재길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한
먼멧재봉에 이르렀다
그 곳에서 펀치볼을 조망했는데
개발이 안되고 남아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생각했다
이 먼멧재길은 민통선 내부에 있는
최전방 지역이기도 해서 탐방로 좌/우로
진지와 참호가 구축되어 있었다
기하학적으로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이 식물은 '우산나물'이라고
해설사 선생님이 잘 설명해주셨다
먼멧재길의 능선 탐방로는
평상시 군인들이 다니는 길이기도 해서
정비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숲이지만
지뢰가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1천년 묵은 산삼이 보이더라도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
그런데 걷다보니 근처 군부대에서
진지 공사를 하느라 길을 헤집어 놓았다
해설사 선생님도 당황하셨지만
침착하게 잘 이끌어주셔서 별 일은 없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솔직히
'아름다운 우리 강산' 이라는 말을
공감을 못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이 분지는 옛날에는 백두산 천지처럼 호수였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기도 했고
그 모습이 마치 바다 같아 '해안면'이라 불렸다
현재는 한자가 바뀌어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 펀치볼에 가게 된 건
6.25 중에 미군에 의해 찍힌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해설사 선생님과 펀치볼 둘레길 관계자들도 놀라셨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흑백 사진 속의 그 곳이라
추정되는 곳을 찾아 비슷하게(?) 사진을 찍었다
(해설사 선생님과 관계자 분들이 사진 속의 장소가
이곳이 맞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옛날 민통선에 들어가는 출입이 까다롭던 시절
먼멧재길 중간에 있는 삼거리에 군부대가 주둔해
검문을 했는데 그 부대의 중대본부(폐막사)이다
중대본부 앞에는 2개의 초소가 있었고
당시 굉장히 타이트하게 검문을 했다고 한다
차량의 경우 이 길을 따라나가면
강원도 인제군 서화리로 나갈 수 있었다
이 한 쌍의 오래되고 버려진 초소는
내가 백령도에서 군생활을 하며 생활했던
그 초소와 너무 비슷한 느낌이라
잠시 옛 추억에 잠기게 했다
초소가 있는 삼거리부터는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넓어졌다
현재는 군 작전도로로 쓰이고 있다
이 길은 펀치볼 분지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단 2개의 길 중 하나였으며, 양구로 나가는 길이
작전 등의 이유로 통제될 때 쓰이던 비상도로였다
90년대까지 이 길을 이용하면 시작/중간/도착지점에서
각각 한 번씩, 총 3번의 검문을 받았다
이상한 드럼통이 있어 호기심에 다가가보니
겨울에 훈련하는 군인들을 위한 쉼터였다
드럼통 속에는 흙이 차 있는지 무겁고 단단했다
내부에는 난로도 있었으나, 아주 캄캄했다
또 하나의 전차 방호벽
그런데 잘 보니까
다이너마이트가 장착된 상태였다
불만 땡기면 폭파 가능하도록
그렇게 내리막 길을 걸어 내려갔다
관계자 분들께서 차량으로 마중나와 있어서
마을 구간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DMZ 펀치볼 둘레길
4코스 먼멧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