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중 마지막 구간인 21구간 '우이령길'. 이 구간은 다른 구간과 달리 사전에 국립공원 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 신청을 해야 한다. 하루에 1천명으로 제한된 탐방 인원을 양쪽 입구에 500명씩 분산시켜 운영하더라. 예약을 하려 하니 역시 가까운 주말은 꽉 차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평일도 가능해서, 가까운 평일을 조회해보니, 신청이 가능해서 10월의 마지막 날에 예약을 걸어놨다.
북한산 둘레길 21구간 우이령길 예약 : 국립공원 관리공단
이 길은 역사가 오랜길이다. 일단은 조선시대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있던 길이라고 한다. 경기도 양주군에서 서울시 우이동으로 넘어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자, 청나라가 곡물을 수탈해가던 길이기도 하고, 숭유억불정책으로 배척받던 조선시대의 승려들이 서울을 드나들던 산길이라고 한다. 원래는 사람 한두명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샛길이었으나, 6.25 전쟁 중에 작전 수행을 위해 미 공병대가 차량 통행이 가능한 현재의 길로 다듬어 놓았다.
1960년대 김신조로 잘 알려진 간첩침투사건의 루트로 알려져 약 40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다. 우이동 쪽 입구에는 전경대를, 양주군 교현리 쪽 입구에는 군부대를 배치해 놓아 양쪽에서 길을 완전히 막아 버렸다. 하지만 김신조 일당은 다른 루트로 침투했고 이 길은 퇴각로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중간에 체포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이 길을 실제로 이동한 적은 없다고 한다. 여튼, 통제된 덕분에 자연이 아주 잘 보전되어 있다.
길은 아주 평탄해서 걷기 좋았으며, 약 2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우이령길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산속에 XX산장, XX가든과 같은 음식점이
상당히 많았는데, 나중에야 이곳이
'우이동 유원지'라 불리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산길을 타기 시작해
20여분이 지나도록 저런 음식점이 있어서
상당히 의외였고, 이쪽도 북한동 마을처럼
주민 이주 및 복원이 진행되면 좋겠다, 싶었다
북한산 둘레길 20구간을 걸은지
고작 3~4일 정도 지났을 뿐인데
단풍은 말도 못하게 화려해져 있었다
빨강색을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새빨간 단풍을 볼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음식점이 더 없었다
이런 길을 걸어 우이 탐방센터로 향했다
사전 예약제 구간이라 그런지
나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첫번째 목적지인 우이탐방지원센터
저 곳에서 이름으로 예약을 확인한 후에
우이령길로 들어가게 된다
사진으로 잘 안보이지만
누군가가 정성스레 돌탑을 쌓아놨다
저런건 볼 때마다 어떻게 쌓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흙길을 잘 걷다가 이상하게도
그리고 정말 뜬금없게도
보도블럭으로 포장된 길이 나왔다
우이탐방지원센터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우이령길로 들어섰다
지붕에 난 풀들이 귀여웠다
우이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마자
서울 경찰청 전경대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규모가 꽤 컸는데 이런데 숨어있었구나
우이령길의 단풍은 다른 둘레길보다
훨씬 예뻤는데, 아마도 출입 통제로 인해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그런 건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이 하나씩 쌓은 돌탑이
무너진 돌무더기 속에서
누군가 또 다시 돌탑을 쌓는다
이곳 우이령길의 단풍은 정말 굉장했다
상대적으로 숲도 덜 다듬어져서
정말 자연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길도 평탄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원래는 사람 한두명만 다닐 정도로 좁았으나
6.25 사변 중 미국 공병대가 현재 너비로
길을 넓혀놓았다고 한다
경기도 북부에서 간혹 볼 수 있는
탱크 및 차량 저지용 콘크리트
이쯤이 우이령의 '령(嶺)' 고갯마루이다
우이령길의 중간 지점에는
사진처럼 넓은 공터가 있었다
옛날부터 있었다면 장이 들어섰을 것 같고
미군이 만든 거라면 군차량이 많았을 듯
공터에 있는 화장실을 들린 후에
발걸음을 재촉하니 전망대가 금방 나왔다
사람들이 모두 사진찍느라 정신없다
북한산 오봉이 잘 보이는 이곳은 '오봉전망대'
왜 오봉이라 부르는지 여기서 알게 되었다
이 길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던 길이라
사람들이 오가며 오봉이라 부른 게
전해져 현재에 이르는 게 아닐는지
북한산 둘레길 21구간 우이령길
마지막 포토 포인트에서 사진도 담았다
이제 완주가 가까워 온다
이 길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경기도 양주를 비롯한 경기 북부에서
서울로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수백년이 지나 그 길을 그대로 걸으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석굴암 삼거리에 이르자
작은 인공호수가 있었다
실제로 보면 반영이 더 멋진 곳이었다
석굴암 삼거리가 부르는 이 곳에는
굉장히 거대한 공터가 있었는데
이곳은 유격장으로도 쓰이는 모양이었다
쳐다보기도 싫은 글자, '유격'
마치 모델 같았던 거위
저 뒷꿈치를 살짝 든 저 스텝
경기도 양주군 교현리 쪽으로 간다
단풍과 화강암 절벽이 절경이었다
문득 눈이 많이 내린 한겨울에
이곳에 와서 이 길을 걷고 싶어졌다
눈이 내리면 이 풍경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오른쪽에는 군부대가 있었다
한쪽 끝에는 전경대, 다른 쪽 끝에는 군부대
40년 간 우이령 길을 그렇게 통제했었구나
우이령길을 걸어 도착한 탐방센터에서
사진만 찍고 못찍은 도장을 다 찍었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께서 정말 성의있게
그리고 조심해서 잘 찍어주셨음
그분이 "성함을 써드릴까요? 직접 쓰실건가요?"
여쭤보시길래 써달라고 부탁 드렸다
내 글씨가 아니니까 뭔가 더 좋았다
(내 이름은 부끄러우니 모자이크)
이로써 북한산 둘레길 21구간을 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