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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둘 수 있었던 힐링여행 - 안면도 / 2014.05.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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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때문에 퇴사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요즘이었는데, 여자친구와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태백을 가려고 하였으나, 혹시라도 여행 중에 회사로 출근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졌다. 근 한 달여 간 나는 주말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이번 주말에도 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맴돌고 있었고, 혹시 모를 주말 출근을 위해서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지를 잡아야 했다.


안면도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길만 막히지 않으면 두어시간 내로 출근할 수 있는 거리. 그래서 내심 안면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심심풀이로 본 점에 서쪽으로 여행을 가면 길하다고 하여, 확정지어 버렸다.


원래는 1박 2일 코스로, 안성팜랜드/해미읍성/간월암/안면도자연휴양림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봤으나, 최종적으로는 안성팜랜드와 부석사, 그리고 꽃지해수욕장으로 정리되었다. 제대로 힐링하고 온 오랜만의 여행.



안성팜랜드에는 동물들이 개방형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었다

뿔이 막 자라기 시작한 아기염소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염소 가족들

1,000원을 내면 여물을 사서, 동물들에게 먹이로 줄 수 있었으나

우리는 그냥 둘러보기만 했다



어딘지 모르게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비열한 것도 같은 염소가 울타리 곁에 앉아 있었다

쪼그려 앉아서 울타리 사이로 카메라를 밀어 넣어 담았는데

HJ은 이 사진을 보고 빵 터지더라는



양들이 살고 있는 우리가 바로 옆에 있어서 구경했다

삼양목장은 조금 지저분했는데, 이 곳의 양은 매우 깨끗했다, 냄새도 안나고

양 색깔이 바닥의 모래와 똑같아



엄마가 보는 곳을 보는 듯한 아이



그 바로 옆에는 송아지들을 모아놓았는데

아직 새끼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엄청 컸다

울타리 사이로 얼굴을 내밀길래 미간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양 한마리가 울타리를 나와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왠 꼬마가 여물 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그 양이 마구마구 먹어대는 중

핀이 아이에게 맞았어야 했으나, 노파인더 샷이라서..



양에게 있어서 가장 매력 터지는 부분은 엉덩이다

저 엉덩이를 보고 둘 다 한참 웃었다



HJ와 아기양이 교감하는 중



그리고 말

말은 몇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그 크기에 놀란다

양이랑 염소 친구들을 보다가 보니까 더 커보이는 듯



이렇게 예쁘장한 산책로가 있어서 함께 걸었다

햇빛이 조금 따가워서 살짝 아쉬웠다는



학원농장의 청보리 밭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던 풍경

호밀을 수확하지 않은 상태였으면 저 멀리까지 푸르렀을텐데

걷는 동안에는 사람이 없어서 속세와 단절된 느낌이라 좋았다



이 길을 따라 왼쪽에 있는 나무까지 걸었다, 약 20분 정도

맑은 하늘의 날씨도, 풍경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큰 트랙터가 두 번 지나갔지만, 불편함보다는 볼거리로 이해했다



아직 수확을 하지 않은 부분은 이렇게 호밀이 자라고 있었다



느티나무까지 갔는데, 그 앞에 계신 안내원께서 왜 차도로 왔냐고 물어보셨다

자전거 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다가 아저씨의 안내로 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HJ가 치마를 입어 살짝 염려했으나, 잘 걷더라는



밀밭 사이로 난 길

뒤에서 파란 양산을 쓴 커플이 나타나서는 우리를 지나쳐갔다

나도 나중에는 양산을 하나 준비해놔야겠다, 싶었다



길을 걷던 중에 HJ가 무당벌레를 발견했다

환경에 워낙 민감해 오염된 지역에서는 살 수 없다는 무당벌레

이 친구를 만난 것 자체가 매우 오랜만이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면서 담은 풍경

혼자 또는 두세명이서 조용히 걷기 좋은 곳이었다



햇살 뜨거운 날에 뭘 먹을지 정하질 않아서 논의하다가 냉면집을 찾았다

이 식당은 메뉴가 냉면과 비빔냉면 뿐인 맛집이라고 한다

허름해 보이지만 안면도의 맛집이라는 수복식당



우리는 각자 물냉면을 시켰는데 너무 짜지도 않고 되게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가격도 착해서 한 그릇에 5천원



그리고 그 근처에 부석사 라는 작은 절이 있어 들렀다

(무량수전 베흘림 기둥의 그 부석사 아님)

사진은 절의 입구에서 맞는 풍경인데 저 건물은 찻집이었다



새로 지은 듯한 2층 짜리 콘크리트 한옥 처마에는

돌을 탑처럼 쌓은 작은 판들을 연달아 매달아 놓았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는데, 예쁘더라



그리고 한가롭기만한 절의 풍경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했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속세와 멀리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



여기는 스님들이 사는 곳 같았다

정갈한 한옥



절의 한가운데에는 약수터가 있었는데

그 옆에 이렇게 성물이 놓여 있었다

머릿베게를 한 동자승의 머리에 100원을 올려두었다



바로 옆에는 불상을 양각으로 조각해놓은 곳이 있어 잠시 둘러보고



이런 풍경을 마주하며 절을 걸어내려왔다

그리고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 아래에서 바라본 1층의 꽃밭

아저씨가 손재주가 있으신지 아기자기하게 잘 가꾸어 놓으셨다



펜션에서 잠시 쉬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 3층에서 숯불에 고기와 소시지를 구워먹었다. 그리고 문배주라는 병이 예쁜 술을 사서 나누어 마셨는데, 알고보니 소주라서 조금 별로였다. 둘 다 많이 먹질 않아서 음식을 조금 산다고 했는데도 결국에는 음식이 남았다. 소화를 시킬 겸 바깥으로 나가 밤바다를 걸었고, 방으로 돌아와서는 큰 캔맥주를 나누어 마셨다.


다음 날 아침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화창한 날씨였기에 비가 내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동선을 야외로 잡아놓아서 내리는 비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청포대 해수욕장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빨간색이 매력적이었던 커피잔



정갈하고 분위기 있었던 실내

사진을 담고보니 빛이 참 예쁘게 드는 곳이었던 것 같다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신변정리를 하고 펜션을 나섰다. 원래는 안면도자연휴양림이나 해미읍성을 가려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야외를 돌아다니기에는 무리였던 상황. 그래서 어디로 갈지 고민에 빠졌다. 서울로 올라갈까는 생각도 하다가,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그냥 올라가기에는 아쉬워서, 가장 만만한 꽃지로 향했다.


꽃지에 도착하니 비가 거의 잦아들어서 그냥 다녀도 되겠다, 싶었다. 차 안에서 바카디 모히또를 한 캔 마시고는 알딸딸한 HJ와 함께 해변을 걸었다. 궂은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하고 고요했던 해변.


서울로 향하는 길에 점심을 먹을만한 곳을 찾아봤으나, 죄다 게국지 뿐이라서 난감했는데, 지나가다가 돈까스 집을 발견하고서는 차를 멈췄다. '김추일 수제돈까스'라는 음식점(프렌차이즈인 걸 그때는 몰랐음)인데 돈까스를 무한으로 리필해주더라. 그리고는 서울로 돌아와 잠시 토끼굴에 차를 두고 눈썹을 정리한 다음에 강서생태공원을 아주 잠깐 걸었다.



온통 게국지 뿐인 음식점 사이에서 유난히 튀어보이던 돈까스 집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