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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인천 데이트 1/2 : 홍예문, 자유공원 그리고 차이나타운 / 20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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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서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그것은 단순히 함께 있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공간 안에서 상대를 인지하고 신경써야 하기에, 오프라인에서의 공유는 어렵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다.


한편, 현재 또는 다가오는 시간의 공유는, 함께 있으면서 상대를 인지하고 상대에게 신경을 쓰면 되니, 방법론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인 과거는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사진 혹은 일기와도 같은 기록들로 가능할 수 있겠지만, 만약 지난 시간의 공간적 배경이 현재까지 남아있다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다.


그랬던 인천 나들이였다. HJ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 곳.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공간적 배경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어 마치 과거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인천 데이트.


엄청난 땡볕이 내리쬐던 오후, 인천터미널역에서 병원에 다녀온 HJ를 육교를 건너가서 만났다. 그 근처에 있던 커리 음식점에서 약간 요상한 점심을 먹고, 급하게 버스를 탄 다음 어디에선가 내렸는데, 그 이후의 기록이다.



그냥 평범한 골목

골목만으로는 서울인지 인천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철학관이 조금 생소했음



그리고 HJ로부터 이야기만 듣다가 실제로 마주하게 된 홍예문

간혹 영화나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많이 쓰인다고 했다

1908년에 일본군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항구와 마을 사이에 있던 산을 깎아서 터널을 만들었다

일제시대에는 이 길로 많은 물자가 약탈되어 일본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이제는 차와 사람만 다니는데, 인도가 없는 특징이 있더라



홍예문의 좌우는 매우 급한 경사의 석벽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돌과 돌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이름 모를 식물

기특하고 경이롭고 예뻐서 한 컷!



홍예문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벽에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도 있었다

익살맞은 표정의 그는 구름을 잡아보려는 것 같았다



좌우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 홍예문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저 멀리 항구 쪽을 바라봤다

일제시대에는 이 길로 많은 일본인들이 오고 갔겠지



자유공원쪽으로 걸어가는 데 예쁜 카페가 있어 한 컷 담았다

카페, 파란돌? 이라고 읽는 것 같은데, 하얀돌만 같다



나무가 우거진 게 공원에 다왔다 싶었다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종종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도 있더라

활기찼으며 너무 붐비지는 않았던 공원



6.25 학도의용대를 기리는 동상

이 옆에는 탑도 있었음



언젠가 남산에서 봤던 동물원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대형 새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오리, 공작, 토끼, 닭 등등의 대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 공작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공원의 중간중간은 예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식물의 이름은 모르겠으나, 신경써서 일렬로 심어놓았다

맥아더 장군상을 지나 길을 따라 걸어갔다



걷다보니 이렇게 시계탑이 있는 곳이 나왔는데, 이 쪽은 광장과도 같았다

왼쪽에 있는 시계탑은 약 20여년 전에 어린 HJ가 뛰놀던 사진에도 있더라는

옛날에는 이 근방에 아파트와 같은 비둘기 집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없었다



인천항의 모습이 내려다 보였다

솔직히 지금은 대단한 풍경이 아니지만, 그 옛날에는 제법 괜찮았던 풍경이었을 것이다

자유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라고 한다



마치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고리를 만든 것만 같은 이 조형물은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아래에 있었다

어렸을 때 HJ는 저 위에서 뛰놀았다고 했다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전체를 담아보려 했으나

50mm 화각의 한계로 실패했다

개인적으로는 탑이라기보다는 건축물에 가깝게 느껴졌다



통화 끝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HJ



공원에서 아래 쪽으로 나 있던 계단을 내려오니 솜사탕을 팔고 있는 아저씨가 계셨다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까 달고나도 팔더라

어쩐지 저 멀리서도 달달한 냄새가 솔솔 나더라니



솜사탕을 커피 테이크아웃잔에 담은 것 같았는데

여러 색깔이 모여 있으니까 예뻤다

그런데, 조리개를 너무 열어서 심도가 너무 얕게 나왔다



마지막으로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달고나

길을 걸으면서 저 모양으로 맞추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

나중엔 그냥 와구와구 먹어버렸다



어떤 집 벽에 그려져 있던 1911년 인천역의 모습

지금은 쓰이지 않는 지게와 상투를 튼 모습의 한복차림이 내 눈길을 잡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일본 때문에 강제로 노역하던 조선인들이었겠지



그리고는 차이나 타운으로 넘어왔다

여기는 삼국지 벽화거리

날이 엄청 더웠고, 사람도 제법 많았다



용 두마리가 삼국지라는 글자를 보여지고 있는 이 곳은 삼국지 벽화거리의 출발점

처음에는 하나하나 봐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너무 더웠고, 분량도 많아서 나중에는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보았다



삼국지는 책도 읽고, 만화도 보고, 게임도 했는데

이번에는 벽화거리를 걸었다

나중에 제갈량의 묘가 있는 오장원에 꼭 가봐야지



그리고 차이나타운 메인 거리로 나왔는데 사람이 드글드글했다

물론 우리도 그 드글거림의 한 부분이었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예상치 못한 인파에 HJ는 당황한 것 같았다

원래 여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이 아니라며..



중국을 생각나게 하는 건물에 들어선 상점

대부분 중국집이나 기념품 가게가 많았는데, 세탁소라서 생경했다

아마도 근처 중국집의 유니폼을 세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외곽 쪽으로 가다가

발길을 돌려 다시 메인 스트리트로 향했다



이쪽은 그나마 사람이 별로 없지만

저 앞쪽은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이 좁은 길을 차가 다닌다는 게 뭔가 이상했다



HJ 기억 속의 이 곳은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곳이었는가 보다

'원래 여기가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가 아닌데..' 라는 말을 몇 번 했으니까



HJ의 말에 따르면 공갈빵은 신포시장에서 먹는 게 더 맛있다고 한다

맛이 궁금하긴 했는데, 사먹지는 않았다



온통 빨간색 천지였다, 중국처럼

한자도 막 쓰여있고 말이지

그런데 이 좁은 길에 차가 다니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차 없는 길이 되면 더 좋겠다



데이트하는 연인도 많았지만

가족단위의 관광객도 많았다



날이 덥기도 하고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라서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갔다

마침 야외 테이블에 빈 자리가 있어서 낼른 들어갔더랬지

커피를 시켜서 포춘 쿠기와 지갑을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뭔가 없었다, 내 핸드폰..


"어?! 내 핸드폰이 어디갔지?"



핸드폰을 써온지 십수년이 되었는데, 난생 처음으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가방도 다 뒤져보고 했으나, 없었다. 멘붕이었다. 이게, 잃어버리려고 운명이 정해져있던 건지, 몇 시간동안 핸드폰 한 번 들여다보지 않은 내 자신도 평소와는 달랐다. 굉장히 자주 핸드폰을 확인하는 편인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아침에 갔던 커리집에도 전화해봤으나 없었다. 그 외에는 부주의로 휴대폰을 두고 올 장소는 전혀 없었기에 결국 버스에서 스르륵 빠진 걸로 추정했다. 하아.. 멘붕도 이런 멘붕이 없더라. KT직원 골든 브릿지로 멍청하게 제 값 다주고 산 아이폰5 32GB 이고, 아직 남은 약정 기간은 6개월. HJ핸드폰으로 내 폰에 전화도 해봤지만, 안받더라는.


그래서 HJ가 PK와 SH에게 물어봐서 폰 싸게 어떻게 구하냐고도 물어보고, 뽐뿌도 몇 번인가 들어가보고, 페북에다가도 물어보고. 그러나 결국 방법이 없어서 일단 포기하고 마음을 비웠다...



카페 야외 테이블 맞은편에 보이는 풍경

일렬로 길게 앉아 있는 사람들은 중국집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 땡볕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집을 나와서 아주 잠깐 걸었는데,

왠지 차이나타운이 끝나는 느낌인지라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음을 알게 된 카페

빨강색 일색인데, 파랑색이라 눈에 확 띄더라는

그리고 왼편에 보이는 데이블에 우리가 앉아 있었다



휴대폰 잃어버려 무거운 마음

손을 마주잡아 주더라는



차이나타운에서 뭔가를 먹을까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닌데, 결국 우리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지났어도 바글거리는 사람들, 길게 늘어선 줄.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태양.


그리고 원조 공화춘이 있던 자리는 자장면 박물관으로 바뀌어 있더라. 가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공화춘은 오리지널 공화춘은 아니라고 한다. 오리지널 공화춘은 1983년에 폐업을 했는데, 전혀 관계없는 어떤 사람이 공화춘이라는 이름만 사용해 중국집을 시작했고, 결국 소송까지 갔으나 오리지널 쪽에서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아서 패했다고 한다. 공화춘조차도 오리지널이 아니니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