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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들의 기록

폐차 직전의 자동차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 20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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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하다가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라는 이름의 전시회 광고를 보게 되었다. 자동차로 뭔가 전시회를 하는가보다 싶었는데, 자세히보니 그 내용이 재미있겠다 싶었다. 자동차가 단순히 운송수단이 아니라는 관점에서의 접근. 때로는 친구가 되거나 혹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는 것. 이런 방식의 접근이 좋았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는 폐차되는 차량들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놓았다. 그리하여 자동차 주인과 자동차 사이에 쌓은 그 무수한 시간들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생각을 해봤다.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많은 공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그 누구든 자신의 차는 많은 순간을 나와 함께 공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순간을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2015년 2월 17일까지, 동대문디자인센터(DDP) 알림1관에서 진행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5천원. 만약 현대자동차 보유자라면, 블루핸즈 카드를 가져가면 동반 1인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입구에 있는 문구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에 공감

내 차는 나중에 어떻게 되려나..



입구에 오래된 TV로 작품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놨는데

옛날 우리집 TV가 보여서 깜놀

이걸 어디서 구했지, 하는 생각과 함께 한 장 담았다



옛날, 집에서 있던 TV와 똑같은 TV를 다시 볼 때의 반가움이란!

아마 그런 기억들을 자동차를 보면서 느껴보라는

큐레이터의 발칙한 시도가 아닐는지



30년동안 75만Km를 달린 폐차 직전의 택시를 가져다가

택시기사가 앉을 수 없었던 뒷좌석을 소파로 개조

원래의 차 주인에게 선물로 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EF쏘나타의 문짝으로 나비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저 날개는 느리지만, 분명한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비 뒤에 있던 작품인데

뭔가 톱니 같은 것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요즘 작가들은 기계공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자동차 스피커로 만든 나무

이 자체가 거대한 스피커였다

이 작품을 볼 때 도슨트가 옆에 와서 설명해주는데

헐, 이 남자가 키가 엄청 크고 잘생겼더라는



윗 사진에 있는 나뭇가지의 뿌리 부분인데

앞선 작품과 마찬가지로 기계공학적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나무 작품은 싼타페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건 작가가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전시에 참가하면서

그린 스케치라고 도슨트가 설명해주었다



아까 그 큰 나무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전시를 위한 작품이고

이 작은 작품은 싼타페 엔진으로 만든 오디오인데

차량 주인에게 선물로 주려고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건 설명을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

차의 부품을 사각형의 박스처럼 쌓아놓고

흰색으로 도색을 한 작품



이 작품은 통학버스의 철판을 펴서 만든 것이라고

키가 엄청 크고 잘생긴 남자 도슨트가 설명해줬다

우리와 함께 못생긴 여자 두 명이 있었는데

도슨트의 호감을 사고 싶었는지

리액션이 엄청 과장되게 하더라는



통학 버스의 안정벨트로 캔버스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원래 버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

이건 진짜 뭔가 예술 같았다



이 작품은 아반떼의 부품인데

부품 하나하나를 엮어서 샹들리에를 만들어놨다

상당히 화려하고 예뻤다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이렇게 그림자가 생기는 걸 보고서는 담았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생긴 거대한 샹들리에였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



전시회장 한가운데에 그네처럼 매달려있던 붉은 쏘나타는

차 안에서 사람이 대화를 하면 소리에 반응하여

차가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HJ는 안타고 나 혼자서만 탔다

그래서 나는 차 안에서 혼자 엄청 중얼거렸고

도슨트는 급당황했다고 한다



이 작품도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꼭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길 바란다

쇳가루로 글씨를 써서 그걸 측면에서 내시경으로 보면

풍경화가 된다는 작가의 세계가 놀라웠다



도슨트가 말하길, 이걸 글자로 읽으려 하지말고

우리가 아랍어를 보듯 이미지로 봐달라고 했다



이 포터는 약 10년 간 참외를 팔던 포터인데

작가의 아버지도 참외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작품 뒤쪽에 있는 이 벽은 쇳가루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흘러 내리는 모습이라고 도슨트가 이야기 해줬다

확실히 예술 작품은 도슨트가 설명을 해주는 게 이해가 쉽더라



그리고 이 작품은 현대자동차 광고에 나오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쁘띠하게 잘 만들었음

이렇게 작품이 움직이는 걸 '키네틱 아트'라고 한단다



이건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던 작품

저 빨간 선은 스파게티를 나타낸다고

이 옆에 다른 작품도 있었음



이건 티뷰론 본닛 위에 움직이는 엔진 같은 걸

얹혀놓은 작품인데, 상당히 정교했다

상당히 예쁜 여성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음



이것은 작가가 차량 주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티뷰론이 스페인어로 '상어'라는 뜻이라서

서렇게 상어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검은 상자에는 키박스가 있어서 열쇠를 꽂고 돌리면

저 상어가 움직인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학생들의 작품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모습이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



이건, 다른 학생의 작품인데

옛날 차량에 있는 도르레형 창문 손잡이을 돌리면

저 톱니바퀴가 돌면서 앞에 있는 바람개비가 돌았다

어린 시절에 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오던 순간을

그려낸 작품인듯 싶었다



이 작품은 건반을 누르면 정면에 빛을 쏘던데

잘 모르겠다, 이해가 부족했음



그리고 잠시 쉼터 같은 곳에 앉아서 쉬었다

굉장히 잘해놓은 전시회인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잘해놨다고 생각한다. 컨셉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도슨트들을 배치해놓은 것도 작품의 이해에 도움이 되어 좋았다. 도슨트들은 외모를 보고 뽑았는지 남자든 여자든 다들 굉장히 잘 생기고 예뻤다. 전시회 자체는 아주 멋졌다.


글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진작가들의 코너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합성 느낌이 많이 났다. 내 주제에 그들을 평가하는 건 우습지만, 솔직한 생각은 잘 찍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작위적인 사진이 많았는데, 합성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던 부분.


그리고 동선이 좀 애매해서 출구를 못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출구를 못찾아서 관계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제대로 된 출구로 나갈 수 있었다. 동대문에서 다른 전시도 하고 있었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전시회 중 하나인 것 같다. 전시는 2015년 2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