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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 / 20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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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과 외도를 갔다가 장승포 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거제포로수용소를 가보기로 했다. 해가 막 지기 시작할 때라 사람이 많진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로 갔다. 폐장까지 1시간 정도 남았더라는. 그렇게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거제도의 다른 곳들이 워낙 좋아서 이 곳도 자연스럽게 기대가 되더라는.



들어가자마자 큰 배가 있어 그 쪽으로 다가갔더니

피난민들이 모습이 그려진 동상이 있었다

남아있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간의 마음이 느껴져 짠했다



이 배는 '메레디스 빅토리호(SS Meredith Victory)'라는 수송선인데

한국전쟁에서 흥남철수작전을 실행했던 60명 정원의 배다

이 배는 흥남항에서 수송하기로 했던 무기를 버리고

그 자리에 한국인 피난민 1만 4천명을 태워서

거제도 장승포항에 내려놓은 위대한 배다



저 배에 얽힌 사연을 알고나서 엄청 찡했다. 정원이 60명이었던 배 실린 무기를 버리고 피난민 1만 4천 명을 실어날랐다는 것, 어쩔 수 없이 남아있어야 했던 사람과 등 떠밀려서 떠났을 사람, 그리고 짐 보따리 하나 없이 낯선 땅 거제도 장승포에 내려진 사람들의 막막함. 이 모든 게 섞인 복잡한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아쉽게도 이 배는 1993년에 중국에 고철로 팔려 분해되었다고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에 잘 설명되어 있다. [ 메레디스 빅토리호 ]



그리고 옆에 있는 탱크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겉은 상당히 인상 깊었지만

내부 전시물은 그냥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여러 전시실에는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었다

그림과 모형의 절묘한 조화였음



현재 거제 포로수용소 일대의 과거 모습이

이러했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이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발생한 폭동을 재현한 것

공산주의자들이 포로수용소장을 납치하면서 시작된 이 폭동은

이념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은 케이스이다



한국 전쟁 당시 매복한 전차를 재현해 놓은 모습

위장막과 철조망도 그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었다



위장과 매복

이렇게 민초들이 목숨을 버려가며 지켜온 나라인데

소수의 엘리트 계층을 위한 이기주의가 판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폭파된 다리를 건너는 피난민 모형

나는 진짜 편하게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당시 거제포로수용소는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었는데

마치 미군의 베이스로 들어가는 느낌이 나던 곳



어떤 전시실인가에 미니어처 모형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건 개인 위생을 위해 방역하는 모습



이건 포로들을 위해 밥을 짓는 모습이고



그리고 이건 빨래를 하는 모습인거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다



남아있는 거제포로수용소 건물의 잔해

건물은 없었지만, 이렇게 잔해라도 있는게

그나마 다행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전시관에 있던 폭동 모습

그 폭동의 충격이 굉장히 컸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만 봐도 설레던 '여자포로관'

뭔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기대와는 다르게

왠 원시인들이 있었다

하아..



현재 이 일대는 개발되어 아파트와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만

이 모형을 보면, 이 근방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이

포로 수용소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구역이 다른 곳으로 넘어왔다

당시의 건물과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곳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쪽이 더 재미있었다



화장실의 모습

적나라하게 물건이 나와있는 모습이

충격이었지만, 엄청 웃었더랬다



아마 국을 끓이는 곳이 아니었을런지

사방에 아궁이가 있으니

여름엔 매우 더웠을 것 같다



이 쪽은 밥을 짓는 것 같았다

실제 크기의 모형이가 미니어처를 볼 때보다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또다른 구역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폐장시간이 가까워져서

저 너머는 전부 문을 닫았더라는



거제도포로수용소 한 켠에 있던 옛 건물의 흔적

솔직히, 이런 걸 메인으로 아이템을 만들어야지

인위적으로 만든 미니어처로 뭐하는 건가, 싶었다

정작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것은 한 쪽 구석에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사진 찍히기 싫다고 찡얼댔으나

그게 굴하지 않고, 카메라를 가져다대니

눈을 감아버리는 HJ



마찬가지로 시간을 머금고 있어서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거제는 다녀온 곳들이 워낙 좋았다. 바람의 언덕도 좋았고, 해금강도, 외도도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곳도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왔으나,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한국전쟁 때의 포로수용소를 공원화 하고 역사/안보 교육을 하는 취지는 좋았지만, 미니어처 투성이인 전시관은 되려 없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억지로 볼거리를 구겨넣어온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이 커졌다. 뭐랄까? 탈만한 놀이기구가 없는 싸구려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었다. 차라리 옛 시설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구하고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놨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은 지날수록 가치가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까웠던 것은 60여년의 시간을 머금고 있는 옛 시설물들은 공원 한 켠에 그냥 방치되어 있고,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는 미니어처 따위로 공원 전체를 꾸며놓았다는 점이다. 미니어처가 공원을 꾸미는데 소품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전체를 미니어처로 꾸며놓은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방치된 건물이 머금고 있는 60년이라는 시간은 억만금을 줘도 사오거나 만들 수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