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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4년 전에 혼자 다녀온 우음도 / 201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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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공룡알 유적지에서 나와 조금 더 들어가 우음도로 향했다. 잠깐 들어갔는데,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근처를 천천히 돌아보다가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곳을 발견해 일단 그리로 다가갔다. 보니까 사람들도 몇 있어서 뭔가 안심이 되었다. 일단 차를 주차하고, 카메라를 천천히 꺼냈다. 그리고 저 멀리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생각보다 별 건 없었지만, 생각보다는 좋았다.



우음도의 마을

이 때만해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런지



신기하게도 이 곳은 차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다

주변의 삘기는 여전했고



저 멀리 보이는 나무 한 그루

그리고 누군가는 자동차를 저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누군가 촬영 소품으로 두고 버린 오래된 TV



이 곳은 점차 개발되어 큰 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리고 우음도에 살던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섬에서 쫒겨나 버렸다



한 때 왕따나무라고 불렀던 나무와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무 생경한 풍경이라 딴 세상 같았다



저 멀리 보이던 각시당

각시당은 해병대 초소이자

어음도 사람들이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다

그러나 모든 게 다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마치 아지랑이가 일어나는 듯했던 수평선

앨리스가 사는 이상한 나라에 온 것처럼

공간에 현실감이 결여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왕따나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처에 있던 나무 중에 큰 나무였다

나 말고도 사진을 담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사실 이 곳은 공사하는 쪽을 빼고는 이런 풍경이 전부

하지만 곧 사라질 풍경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라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해의 위치 때문에 아쉽게도

위의 사진은 대부분 역광이었는데

해를 등지고 찍으니 색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



마치 꿈의 한 장면 같은 모습



하지만 이곳은 곧 '송산그린시티'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사라지고 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본 우음도

원래는 내가 서 있는 이 곳도 바다나 개펄이었겠지



이제는 땅이 되어버린 개펄의 모습인데

물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무를 뒤로 하고 되돌아 나왔다

육지가 된 땅이지만, 군데군데 질척한 곳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차를 주차했던 곳 근처에 있던 염소 한마리

이것도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 같았다



마치 우음도 마을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착각



그 양이 한마리가 아니라 여러마리였다

하지만 대부분 깨지고 망가졌더라는



우음도는 경기도 화성시 앞 바다에 있던 작은 섬이었다. 약 100명이 살면서 어업과 농업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3년에 한 번씩 풍어제를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섬은 육지가 되었고, 또한 바다도 잃어버렸다. 섬에 살던 주민은 쫒겨나고 풍어제는 실전되어 더이상 전수되지 않는다. 앞으로 이 곳은 수자원공사의 개발진행구역으로 송산그린씨티가 들어설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각시당을 가보고 싶었다. 70년대에 간첩 출현으로 인해, 썰물 때 드러나는 바위 위에 콘트리트로 만들었다는 초소인 각시당. 밀물 때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었으나 썰물 때는 개펄을 걸어서 오갈 수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 하지만 해무가 짙게 끼는 날이 많아 많은 군인들이 길을 잘못들어 개펄에 빠져죽었다고 전해지는 곳.


과거에 바다였던 곳 한가운데에 있어, 가는 길을 알 수가 없었다. 화성공룡알유적지에 일하시는 어떤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거기는 본인들도 무서워서 못가는 곳이라며 가지 말라고 했다. 길을 잘못들면 개펄에 빠져 죽는다고.. 차를 타고 우음도로 이동하면서 유심히 보니 과연 개펄 사이사이로 거대한 물길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솔직히 그 곳을 헤쳐나갈 자신이 없어서 각시당은 가보지 못했다.


4년이나 지나서 이 풍경도 많이 달라졌겠지만, 아예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