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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타조와 양이 살던 하얗게 눈덮힌 세상 - 삼양목장 / 201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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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동생이 양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져와서 보여주었다. 사진 사이트에서 많이 봐왔던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 삼양목장이었다. 사진 사이트의 사진이 참 예뻤던 게 기억났다. 나도 한 번은 가보고 싶어했었던 게 어느새 색이 바래버린 기억이 되어 색이 잊혀졌구나. 시나브로 일상에 묻혀버린 오래된 기억이 켜켜이 쌓인 시간을 비집고 나왔다.


사실 거리도 멀고, 유명한 데이트 장소라 혼자 여행하기도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막상 가서는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 가서는 겨울 풍경을 원없이 구경하고 왔다. 여름은 또 다른 느낌이라던데, 기회가 되면 여름에도 한 번 다녀오고 싶다. 


여름에는 버스가 다닌다고 들었는데, 그 버스는 여름에만 운행하고,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꼭대기까지 도보로 걸어서 올라가거나 아니면 자가차를 가지고 올라가야만 한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차가 있어서 차를 타고 단번에 정상까지 올라갔다. 




삼양목장의 정상은 눈부신 풍경 속에 거대판 풍력발전기가 있었다

춥기도 엄청 춥고, 바람도 미친듯이 불었다

사람은 좀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

눈놀이를 하거나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으로 덮인 저 곳이 여름에는 풀로 뒤덮인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정상에는 작은 전망대 같은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올라서 바라보았다

산등성이가 점점 내려가는 것으로 봐서는 이쪽이 동쪽인 것 같다

저 멀리까지 눈이 덮여있었다



풍력 발전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긴 처음인데, 크더라

아무리 낮더라도 아파트 15층 높이는 될 거 같았다



온 세상이 하얀 풍경

광각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광각의 느낌이 들게 나왔다

이 곳의 풍경은 눈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눈이 상당히 높게 쌓여 있었다

이 앞의 눈은 밟으면 종아리까지 푹 빠지는 곳인데 그걸 모르고

호기심에 괜히 딛었다가 옷만 버렸다



겨을을 맞은 삼양목장의 풍경은 정말 예뻤다

특히 눈이 내려서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모습이 굉장했다

그리고 그 풍경에 풍력발전기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산이랑 풍력발전기만 찍다가 조금 지루해져서 이런 것도 담아봤다.

눈의 결.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가능했다



사실 너무 추워서 정상에서는 오래 있진 못했다

차를 돌려서 내려오자마자 바람의 언덕이 보였고 잠시 차를 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가다가 돌아올 생각으로 저 계단을 올랐다




바람의 언덕을 걸으며 보는 풍경이 정상에서 보는 풍경보다 더 멋졌다

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은 제설이 된 게 아니라서 옷을 심하게 버렸다

다행히도 날이 몹시 추워서 옷이 젖지는 않았지만, 평상복으로 걷기는 매우 어려웠다




풍력발전기 사진 삼매경

눈 덮인 모습을 보다가 뉴질랜드가 생각났다

바람의 언덕을 올라 걸었지만, 오래지 않아 되돌아와야만 했다



그런데 혼자서 이 곳을 걸어서 오르는 분을 발견했다

너무 깜짝 놀라서 한 장 담았다, 힘드셨을텐데





그리고 눈 사진도 많이 찍었다

풍경만 담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런 사진도 담게 되더라

조각작품 같기도 하고 



눈바람이 몰아치니 여자친구를 안아주는 남자

아니면 인적없는 곳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언덕같은 곳에 눈이 쌓여 만들어진 풍경

마치 무슨 조각작품 같아서 담았다

높이가 한 3M는 되려나? 되게 높았다



바람이 거세서 온종일 눈이 바람에 날렸다

햇빛에 눈이 반사되어 마치 먼지처럼 보였다



이런 차도를 차로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길

양 옆으로 눈이 치워져 있고 길이 좁은 편이었다

이렇게라도 제설이 되어 다녀갈 수 있는 게 고맙다고 생각했다



겨울에는 정상까지 단번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둘러보면 된다

여기도 내려오다가 마음에 들어 잠시 세웠던 곳 



그리고 이 아이들은 굉장한 아이들이었다

대학교 1~2학년 정도 되는 여자 한 명에 같은 또래의 남자 두 명이었는데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셋이서 여행을 온 듯했다

그것도 제설이 안된 인도를 정상 인근까지 걸어서 올라왔더라

그러나 허리 이상으로 빠지는 눈에는 답이 없던지

나와서는 차도로 도로 내려가는 모습을 뒤에서 살짝 담았다

저 나이 때 저런 모습이 아니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와 비슷한 곳이 있어서 잠시 멈춰서 담은 풍경

아까는 풍력발전기들과 비슷한 높이에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행 온 커플

살짝 담았어요



내려가다보니 타조 농장이 있었다

차를 세웠는데 타조들이 집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라 많이 구경하지는 못했다

신기하게도 한 줄로 쫄래쫄래 걸어가더라



타조에게 건초를 주니까 다가와서는 물어서 먹는다

신기해서 사진을 몇 장 담았지만, 잘 나온 사진이 없어 타조 사진은 패스

아무래도 목이 가늘다보니 잘 찍기가 어렵더라



안녕? 양아?

저 아이는 내게 싱싱한 건초를 집어달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호기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이 아이들에 코를 땅에 처박고 열심히 건초를 먹는 중이었다

겨울인데도 냄새가 좀 났고, 그리고 이 아이들의 식탐은 엄청나더라



울타리 바깥에 있는 신선한 건초를 집어 저 아이에게 주었다

그랬더니, 냉큼 고개를 들어서 먹는다

우와, 신기했어!!




아이들이 건초를 먹는 모습이 왠지 너무 귀여워서 계속 건초를 가져다줬다

그런데 양이 성질은 순해도 식탐은 어마어마하더라

힘센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밀치며 와서는 먹기도 하고



건초를 양의 머리 위로 올리면, 머리의 주인인 아이는 고개가 180도 젖혀지고

그 좌우에 있는 아이들도 고개가 따라 올라간다



그러나 건초를 주지 않으면 땅에 코를 박고 열심히 먹는다

소리를 내거나 쿡쿡 찔러서 건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한 아이가 고개를 들기를 기다렸는데 마침 고개를 들길래 담은 사진



그리고 나는 혼자였는데, 아기들도 남자/여자아이였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도 남/여로 서 있길래 담아봤다

사실, 초큼 부럽긴 했다




이 곳은 많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꼽히는 곳이라, 솔직히 혼자가기가 머쓱했다. 그러나 여름보다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서는 마음을 굳혀서 여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짐작은 맞았다.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바글바글 거리지는 않았다. 혼자서라도 천천히 둘러보기에 알맞은 정도로 적당했다. 우선, 사람이 많이 없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 날은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제법 추운 날이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고, 여기저기가 모두 절경이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풍경. 좋았다. 정말 너무나도 좋았다. 중간에 타조랑 놀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양에게 건초를 집어줬던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순간적으로 나중에 누군가와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아래 주차장으로 내려와서는 가게에서 라면을 하나 사먹었다. 추위에 덜덜 떨다가 따뜻한 국물이 있는 라면을 먹으니 진짜 맛있더라.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리고 그 맛에 반해 주차장에 있는 할인점에서 라면을 몇 개 사왔다. 삼양목장에서는 삼양제품을 시중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