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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북한산 둘레길 5구간 - 명상길 /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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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북한산 둘레길을 처음 걸었다. 운동과 담을 쌓은 중년 아저씨를 기준으로 1코스부터 돌 경우, 첫 날에 3코스까지는 무난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조금 무리해서 4코스까지 걸었다. 그 후 약 일주일. 지난 번에 중단했던 지점부터 다시 걷고자 했다. 그래서 둘레길 5구간인 명상길이 시작하는 곳으로 왔다. 둘레길 4구간 솔샘길이 끝나는 지점이기도 한 이 곳의 위치는 북한산 국립공원 정릉 주차장이다.


한편 설레는 마음으로 3구간과 4구간의 포토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을 탐방 안내소에 보여주고 패스포트에 도장을 받고 싶었는데, 월요일은 쉰다며 문이 닫혀 있어서 조금 아숴웠다. 만약을 위해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북한산 둘레길 2차 원정에 나섰다. 이 날은 5~7구간을 걸었다.




지난 번에 여기서 멈췄으니

멈췄던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지

북한산 둘레길 5구간, 명상길



지난 번 둘레길 걸었을 때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렜다

명상을 할 수 있는 그런 길이려나, 싶었음



시작하자마자 절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

작은 절이 같은 곳이 있었다

부처님 오신날 지난지가 오렌지인데

비단으로 예쁘게 등(?)을 달아놓았다



그 절에서 쓰는 장독대 같았다

울창한 숲 속에 있는데 마치 설치 예술처럼

보여서 신기하기도 했고

저 안에 있을 장들은 얼마나 맛있으련지!



계단이 아득했지만

이제 막 시작이라 아직은 에너지가

넘치니까 괜찮았다



오랜만에 맡는 피톤치드 향을 음미하며

또한 숨을 헉헉대며 길을 걷는 듯

산을 오르는 듯 하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높이 올라와 버렸다



이 둘레길의 이름은 '명상길'인데

길을 걸으면서 명상을 하긴 쉽지 않았다

다른 코스보다 약간 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게으른 편인데,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저 나무를 보면서 나도

부지런히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게으르고 나태해서 자괴감과 죄책감이 든다



이런 내리막길을 보는 순간은

기분이 아주 좋다



둘레길 1구간인 소나무 숲길에서 봤음직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서는

마치 나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구간 난이도가 상(上) 인 곳 답게

저렇게 가늘고 포장이 안된 길도 있었다

덕분에 뭔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다른 구간보다 조금 더 났던 것 같다



10월 중순이끝나갔지만

아직 산은 푸르렀다



아쉽게도 물이 말라버린 계곡을 지나

계속 앞으로 가다보니



집채만한 바위도 지나갈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뭔가 우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영물처럼 느껴져 돌을 만지면서 지나갔다



내가 가야할 길



아.. 계단



올~ 난이도 상(上)의 위엄이

이런 것이로구나

바위 위로 난 길을 지나는!



북한산 둘레길 5구간을 걷던 나는

정릉이 있는 수유동 방향에서

평창동 쪽으로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내리막길!

처음에는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갈 것 같아

살짝 경계를 했는데, 내려가는 거리를 보니

'아! 이건 진짜다!' 하는 느낌이 왔다



이런 평평한 길이 나오는 것을 보니

5구간 명상길의 끝이 보이는 듯



그리고 진짜 끝났다

그와 동시에 6구간의 시작



북한산 둘레길 6구간 - '평창마을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