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여행

처음으로 혼자해 본 등산 - 관악산 / 2013.06.21

반응형

등산을 한 번 다녀와 보고 싶었다. 등산을 한 번도 안갔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그저 산에 간지 좀 오래 되었고, 더구나 내 페이스에 맞춰서 간 등산은 제법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얼마 전 부터 산에 가고 싶었다. 더구나 혼자서 등산을 가는 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여튼,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관악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등산은 초보인지라 어느 길로 가야 되는지 잘 몰랐다. 인터넷에서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긴 했지만, 산과 거리가 있었던 내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가자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자고 생각하고서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대 정문에서 내렸다. 나를 제외하고서도 등산 복장의 많은 사람들이 있어, 유유히 그들을 따라갔다.  


걷다보니, 편의점이 있어, 생수 한 병과 초코바 하나를 샀다.



관악산 입구

나는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시간에도 산을 오르시는 분들이 많았다



서서히 나무가 우거지기 시작하면서 등산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 호수와 정자가 보였다

등산을 막 시작한지라,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고

그래서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얼마 간 걷다보니, 갈림길과 표지판이 나왔는데

여기서 '연주대' 방면으로 걸어갔다



여긴 분명히 계곡이거나 물이 흐르는 곳 같았지만

물이 어디론가 증발해버리고 바위가 되다 드러나 있었다

물이 콸콸 흐르면 장관일 것 같은 모습



저 분들 따라 빨간색 다리도 건넜고



계곡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이 분들은 등산이 목적이기보다는 계곡에서의 여유가 목적인 것 같았다

따라해보고 싶었지만, 일단 오르던 산을 다 올라야했기에 그냥 지나쳤다



내가 오르던 길에 있던 바위들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다른 등산객은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 걷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등산이 아니라 거의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내가 험한 코스로 잘못 왔구나, 싶었다

돌아가자니 좀 애매해서, 그냥 조심히 올라가기로 했다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다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와서 뒤를 돌아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서울 인근에 이렇게 녹지가 있다니, 의외였다



오른쪽 아래로는 이름 보를 건물들이 있었다

아마도 서울대학교 건물이겠지



걸음을 옮겨 더 올라가니 엄청나게 거대한 바위가 있었는데

민자 바위치고는 경사가 제법 있어서, 후덜덜했다

스릴이 있었다고 할까?



더 올라가다 보니 이런 표지판이 보였고, 옆에 큰 바위가 있었으나

그 바위를 포함하여 근방에 토끼나 물고기를 닮은 바위는 없었다

아마도 내가 못보고 지나간 게 아닐까 싶다



저 멀리 보이는 목적지

산에 오를 때, 언제나 목적지는 까마득하다



관악산에 왜 "악"이라는 글자가 있는지 몸소 경험했다

온통 바위산이었다. 오를 때는 긴장도 되고 힘들기도 했지만

오르고 나서 돌아보니 정말 멋지더라

나중에 클라이밍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올라가다보니, 이런 갈림길을 만났다

애초에 목적지가 연주대였으니, 연주대로 향했다

산이 익숙치 않아서, 내가 어딘지 정확히 모르니 조금 답답하더라는



훨씬 가까워진 정상

저 돌산을 오르고 있는 아줌마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가야하는 길이더라

가기 싫으면 돌아내려가야 하는데, 그게 더 힘드니 앞으로 갈 수 밖에 ㅠ_ㅜ



등산객들이 돌을 하나씩 얹어 탑을 만들었다

나도 돌을 하나 올리고 싶었지만, 괜히 쓰러트릴까봐 그냥 구경만 했다



아까보다 훨씬 높아진 정상

가슴이 탁 트이고, 좋긴 하더라

이런 맛에 산에 오는 건가봐



정상에 거의 다왔다

저 정체 모를 건물은 군부대더라

저 거대한 안테나를 봐서는 통신/방송 계통 부대인 것 같다



산 꼭대기에 거대한 안테나가 몇 개 더 있다

그리고 이 앞에 보이는 둥글한 축구공은 기상청 레이어 돔

아주 작게 홍보실을 마련해놨는데, 그닥 볼만한 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관악산 정상!

나는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니까, 내 사진은 패스

사진 중앙에 있는 왕뚜껑을 먹는 아저씨가 엄청 부러웠다

그래서 집에 올 때, 왕뚜껑을 사가지고 옴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서 본 연주대의 모습

솔직히, 저 건물이 저렇게 말도 안되는 위치에 있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저런 곳에 건물을 세웠을까? 대단하다



하산 길을 밟은 지 오래지 않아, 연주암에서 들려 잠시 쉬었다

그런데 어디서 이 많은 등산객이 갑자기 나타난 걸까?



경내 가운데에 있던 탑에 있던 부처님과 동자승

일종의 성물일테지만, 예쁘고 귀여웠다



그리고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메가톤 바를 하나 사 먹었다

산 꼭대기 인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1천원이라는 가격은 문제가 아니었다

완전 달달하니, 너무나도 맛있었다



이후로는 하산에 집중했다. 올라올 때와는 다르게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갔고, 그러다 보니 그 풍경이 그 풍경이라 더 이상 사진을 담지 않았다. 그래서 내려올 때는 사진이 없다. 중간중간에 벤치에 누워 쉬기도하면서 여유있지만 속도는 빠르게 해서 내려왔다 



하산을 하니, 조금 이상한 건물이 있었다

종교단체 같기도 하고, 이념단체 같기도 한데, 온통 요란스럽게 장식을 해놨었다

그 중 태극기로 꾸며놓은 게 마음에 들어서 한 장 담았다



그리고 무슨 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란 꽃과 주황색의 꽃이 반반씩 예쁘게 피어 있었다



하산을 하고 보니, 내가 있는 곳은 과천

몸은 힘들어서, 서울대 입구로 내려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여하튼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내려가는 길



내려오고 나서보니 너무 폴짝폴짝 뛰면서 내려왔는지, 무릎이 시큰거렸다. 운동을 안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 해당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행여나 다음에 등산할 때는 조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 등산을 혼자해 본 게 처음이라, 어떨지 궁금했다. 그런데 내 페이스에 맞춰서 산을 오르내릴 수 있으니까 좋더라. 그동안의 등산은 항상 남의 페이스를 따라가기에 급급해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종종 다녀야겠다. 지금은 장마라 그러질 못하는 게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