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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철공소와 공존하는 예술, 그 거리를 찾아.. - 문래 창작촌 /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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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마에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가까운 곳이라도 돌아다니고 싶었다. 날이 덥고, 습해서 멀리 나가기는 싫은 마음에, 집 근처 어딘가를 고르다가 정한 곳이 '문래 창작촌' 이었다. 언젠가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이 곳의 사진을 봤는데,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 번 다녀와 봐야겠다' 싶었던 곳. 마침 집에서도 가까워서 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도 되서 이동하기도 편했다.


버스를 타고 '구로세무서'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는 문래역 7번 출구를 향해 걸었다. 나는 문래역 7번 출구를 기준점을 잡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지도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걸어보니 지도가 필요할 정도의 넓이는 아니었다. 다만, 골목길이 많아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사용하여 내 현위치를 확인했다.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문래창작촌' 안내 부스

그 흔한 지도나 안내책자도 없을 뿐더러

관리를 안하는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골목 풍경과도 같았다

들었던 대로, 철공소가 많았지만 일요일이라 대부분 문을 닫았던 상황

들어가자마자 '우와~' 할 것만 같았던 내 상상은 깨져버렸다



여기저기 작게 나 있는 골목길을 따라 그냥 걷다가 만난 그림

회색빛 시멘트 벽에 먼지를 새긴다는 글자가 아주 그럴 듯 하게 느껴졌다

'먼지'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이 여기 분위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보니 다른 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하나 같이 알록달록하고 예쁘더라

확실히 이 그림들이 없으면 우중충하겠다, 싶었다



많은 철공소들은 셔텨와 같은 시건장치 대신에

사진과 같이 철판을 이어 붙여 셔터를 대신하고 있었다

저 숫자들은 저 판들로 문을 닫을 때, 놓이는 순서를 써 놓은 것이다



사진처럼 철공소는 여러 철판을 이어 붙여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 철판에는 놓이는 순서가 적힌 번호가 씌여있고 말이다

이 철공소에는 예쁘게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아이

날개 달린 녹색 돼지



우리나라에도 성공회가 있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성공회 건물은 처음 본 것 같은데, 그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영국에서 전래된 것이라 생각하니 반가웠다



걷다가 문을 연 철공소가 있길래 그 안을 살짝 담아보았다

아무래도 거칠고 차갑다



다른 골목을 걸어도 이 독특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큰 트럭이 가세하면서 되려 더 짙어졌다



어느 건물 옥상에 있던 이름 모를 작가의 작업 흔적

행여나 제지를 당하거나 폐를 끼칠까봐, 정말 발소리도 죽이면서 걸었다

정말 조용히 인기척을 최대한 내지 않고



옥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담은 건물 내부

상당히 지저분해 보이지만, 나중에 보니 이건 관리가 잘 된 편이었다

왼쪽의 어두움과 오른쪽의 밝음을 함께 담고자 했는데, 생각만큼은 잘 안되었네



이제는 보기 힘든 형태의 누전 차단기

건물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직 남아 있었으나

맨 왼쪽의 하나만 퓨즈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 건물을 나와서 걷다가 발견한 그림

아마 이 건물은 식당인가 보다

아줌마가 식사가 담긴 쟁반을 머리에 이고 있는 걸 보니



이런 공연을 아직도 하는 걸까?

색이 바랜 상태를 봐서는, 붙인지 두어 달 정도 된걸로 보였는데

아주 오래 전에 가요계에서 한 가닥했던 사람들



기름 때 묻은 끈과



옥상에 버려져 있는 안전모



이 건물의 옥상에는 이런 그림이 숨어 있었다

이 곳을 상징하는 듯한 둥근 철재들과 리어카가 회색톤 그림이고

그리고 화사한 에메랄드 색을 배경으로 한 사과나무가 배경인 



마치 전쟁이 나거나 지구가 멸망한 이후의 도시를 보는 듯한 느낌

지저분하고, 난장판이었으며, 사람은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던



그러던 와중에, 이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깨끗한 흰 벽과 모던한 간판을 발견!

살짝 올라가보니 어떤 분의 작업실 겸 갤러리 같았는데, 들어가진 않았다



건물 옥상에 올라갔지만

거대한 판자로 마지막 계단을 막고 있어서 문틈으로 담은 사진

저 벽에 있는 글씨가 별 것 아닌데, 뭔가 임팩트가 있어 보였다



같은 건물 다른 입구에 있던 물고기

이 쪽 입구를 통해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다 트여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더라 



올라가서 두리번 대다가 신도림쪽을 바라봤다

이 가까이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음이 느껴졌다

저 멀리 고층 건물과의 대비가 묘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아이유 벽화



뒤 쪽에 유리로 된 높은 건물과

앞 쪽에 한자로 쓰여진 낡은 건물이 묘하게 대비되더라는

전체적으로 이 공간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재활용 폐품으로 만든 구조물

도라에몽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익살스러웠다



그리고 그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마네킹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비너스와 같았다

 


이 곳이 전체적인 모습

옥상이 하나의 조형예술 같았다

관리보다는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과 좁은 공간이 조금 아쉬웠었음



옥상의 벽에는 이렇게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예상치도 않은 장소에서 보는 단어들의 낯설음



아이유 벽화를 등지고 담은 사진

빈티지의 느낌보다는 방치되어 있는 듯한 이런 모습이 안타까웠다

바닥의 물웅덩이에서는 어디서 왔는지 소금쟁이들이 다니더라는



옥상에서 건너편 건물의 옥상을 바라봤다

글자와, 저 그림들을 정갈하게 담고 싶었으나..



삼표상사 무역부에서 기증한 책상 서랍인 모양인데

이제는 버려져 옥상에서 다 부셔진 채 썩어가고 있구나



한 때는 식당과 다방이 있어, 사람들이 복작거렸을 이 곳

지금은 유리창도 다 깨어지고, 버려진 건물이 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다

지구 멸망 이후의 폐허를 보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어느 건물의 옥상인데, 여긴 그냥 쓰레기를 모아놓았다

이런 모습이 빈티지하거나, 낭만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겠지만

아니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는 제법 유명한 붐 마이크를 잡고 있는 아이를 직접 만났다

너는 되게 기분 좋게 웃고 있구나



붐 마이크를 들고 있는 아이를 보고 내려오는 중

어떤 이의 작업실 같았던 새로 페인트 칠을 한 노란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대조적으로 있었던 거칠게 녹이 슨 붉은 화재경보기



그리고 진짜 쳐다보기도 싫었던 화장실

물론 사용하진 않는 것 같았지만, 화장실이 저러하니 좀 그랬음



길을 걷다보니 어떤 사진 전시회를 하는 듯한 건물이 있었는데

그 전시공간을 오르는 계단에 그려져 있던 이미지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사진을 담았다

화폭 안에 파도를 그러녛고 있는 아이, 저 파도를 보니 시원하긴 하더라



서울에서 조금 색다른 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이 곳을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어떻게 보면 이 곳은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 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의 사진 속에 담긴 모습은 대부분 매력적이거나 예쁜 모습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철공소의 거친 느낌과 방치되어 폐허가 되다시피 한 건물들의 모습들이 90% 이상이다. 저렇게 예술 작품이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아서, 생각보다 볼 거리가 적다. 천천히 걸어다녀도 한 시간 반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일요일이라 철공소의 대부분이 문을 닫았지만, 평일이라면 철공소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의 눈총도 제법 받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의 곳곳에는 쓰레기 등등이 방치되어 있기도 하고, 옥상에는 배수가 안되어 물이끼가 끼어있기도 하고, 건물의 유리창은 죄다 깨져있고 등등 폐허와 같은 곳들이 많았다. 분명 색다른 모습이기는 했지만, 낭만적이라든가 빈티지한 느낌보다는 불쾌한 느낌을 먼저 받았다.


어쩌면 기대가 커서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아무도 없는 듯한 거리를, 철공소가 죄다 문을 닫아 조용한 거리를 걷는 느낌은 좋았다. 분명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곳은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더 관리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