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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우리나라에서 화포가 처음 쓰인 곳 - 군산 진포해양테마공원 / 2012.10.02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다. 군산은 작은 곳이라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막상 걸어보니 거리는 좀 되더라. 지도에서 내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찍어보니 약 3Km가 나왔다. 한시간도 안되서 걸을 수 있는 거리지만, 중간중간에 사진을 담다보니 발걸음은 더디어졌다. 경포천을 끼고 '구암3.1로'나 '서래안길'을 걸을 때는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옛날 느낌이 참 좋았고, '해망로'가 좌측으로 걲이는 부분에 있는 큰 공터까지만 해도 참 좋았다. 하지만 '해망로'를 걸으면서는 특별히 볼 것이 없어 아쉬웠던 것은 사실.


여기는 일종의 안보공원이다. '진포'라는 이름은 군산의 옛 이름이고, 이곳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곡창지대였다. 하지만 백성들은 노략질을 하러 온 왜구들에게 항상 시달렸는데, 이놈들이 쌀만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백성들을 보이는대로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1380년 8월에는 왜구들의 배가 5백척에 이르렀고, 약탈의 수위도 높아져서 고려 정부에서 이들을 진압하도록 손을 쓰는데, 이때 큰 공을 세운사람 중 한 명이 우리나라에서 화포를 처음 개발한 '최무선'이다. 그리고 그가 개발한 화포는 여기 군산에서 처음으로 쓰였고, 왜구들의 배 5백척을 모두 불살랐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화포를 처음 사용한 상징적인 의미를 공원에 담은 곳이다. 아울러 화포를 개발한 최무선과 그의 공적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안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테마를 가진 공원이다. 하지만 그 무게가 무겁기만 한 것만은 아니라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무 생각없이 산책하듯 돌아보기에도 충분한 곳이다.



군산항 입구에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다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모여있으니까 새삼스레 가을임을 자각하게 되더라



물이 빠져서 뻘이 드러난 군산항의 모습

왼쪽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뜬다리부두'라고 하는데

물이 빠지면 다리가 낮아지고, 물이 들어오면 다리가 높아져서

언제든지 항구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놨으나

일제시대에 더 많은 쌀을 일본으로 보내려고 만든 게 함정



안보공원답게 군용차량이 전시되어 있었다

차량이 전시되어 있는 곳은 어디에선가 보긴 했는데

비행기와 선박까지도 전시되어 있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그래도 이왕 전시되어 있으니, 천천히 구경했다

옛날 생각도 새록새록나고



해양경비정 273함을 오르면서 담은 풍경

전투기인 F-4 팬텀과 수송기 C-123



배의 주방인데, 오로지 스테인리스로만 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솥 모양도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 아니었고

예전에는 취사병들이 밥을 했으리라



경비정 273함 조타실

예전에는 군복을 입은 선장이 부하들과 있었겠지

이 배는 퇴역하고 전시관으로 개조된 배다




아까 273함에 오르면서 봤던 수송기 C-123의 내부

겉에서 봤을 때는 엄청 컸는데, 생각보다 작았다

아마도 CN-235가 이 기종의 후속인 듯 싶다




전투기 F-5 이글

가만보니, 여기는 육/해/공 모든 장비가 전시되어 있었다



해군 상륙함 676호

수송 및 상륙작전에 투입되었을 이 거대한 배는 이제 전시관으로 개조되어 있다

왠지 옛날에 탔던 그 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배 안에는 화포, 최무선, 해전, 군사물품 등등의 주제로 박물관처럼 구성되어 있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작은 모형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전시관만 봐서는 이 안이 배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




한편 배의 일부는 이렇게 갤러리처럼 활용되고 있었다

군산의 옛모습을 담은 사진과 한국전쟁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내 사진도 나중에 저렇게 전시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함은 겉에서 보기에는 크다

하지만 내부는 물건 싣는 곳 이외에는 좁은 통로라서 오래 있으니 갑갑했다

갑판위로 올라오니 시원하고 상쾌하더라는

휘~ 한바퀴 둘러보고는 나가는 길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천천히 걸어서 구경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한 시간정도. 이곳은 여행하는 취향이나 스타일에 따라 볼 것이 없는 시시한 곳이 될 수도, 아니면 괜찮은 곳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나들이 온 분들도 계셔서 살짝 분위기를 봤는데, 남자아이들은 확실히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내 평가는, 중간에서 조금 더 좋은 쪽으로 가 있는 정도.


처음에는 군수차량을 전시해 놓은 게 정말 의아했다. 여기가 전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전쟁 때 격전지도 아닌데 왜 남쪽에 이런 안보공원을 만들어놨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화포와 최무선에 얽힌 역사적인 의미를 알고 나니, 테마를 잘 잡아 공원을 구성했다는 생각으로 오해가 말끔하게 풀렸다.


군산으로 여행한다면 둘러봐도 좋을 곳이다. 700년 전에 살았던 최무선을 만나보고, 그가 개발했던 화포로 바로 여기서 있었던 왜구들과의 전투가 어땠는지 한 번 상상해보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씩 마음 속에서 꿈틀댈지도 모른다. 그리고 함께 있는 군사장비들이 그 마음을 더 돈독하게 지켜줄 것이다. 마치 그들이 수십년 동안 나라를 지켜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