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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리스본 : 발견기념비와 벨렘탑 / 201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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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 강을 바라보니 저 멀리 '발견기념비(Padrão dos Descobrimentos)'가 보였다. 얼핏보니, 걸어가도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해 공원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그 공원은 '황제의 정원(Jardim da Praça do Império)'이라 불리는 공원인데, 중앙에 큰 분수가 있었다. 잠시 그 분수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며 오른쪽으로 베라르도 미술관(Museu Colecção Berardo)이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도 건물이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했으나, 만약 들어가면 오늘 하루가 다 갈 것만 같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발견기념비로 가기 위해서는 큰 길을 건너야 했는데 마치 자동자 전용도로 같은 8차선의 도로가 있고, 그 도로의 중앙선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중앙선 대신에 기찻길 상/하행선이 있었다. 그래서 횡단보도는 없고, 지하도(발견기념비)나 육교(벨렘탑)가 있더라.


지하도로 내려가는 길에는 2명의 거리 화가가 자신들의 작품을 걸어놓고 또 다른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고, 지하도에서 발견기념비로 올라가는 길에는 젊은 거리악사가 클라리넷처럼 보이는 악기를 불고 있었다. 그 짧은 지하도를 지나고 계단을 올라가니, 이런 풍경이 나왔다.



강가였지만, 마치 흐린 날의 바다처럼 바람이 세게 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별로 안 커보였는데

실제로는 어마어마하게 커서, 탑이 아니라 건물크기였다

그리고 이 자리는 대항해시대 시절에 인도와 동양으로 배들이 출항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탑의 양쪽에는 여러 인물들이 역동적인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었는데

그 크기도 엄청나케 컸다

맨 앞에서 배를 들고 있는 사람은 항해왕자, '엔리케(Infante D. Henrique)'



엔리케 왕자와 '떼주강(Rio Tejo)', 그리고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

사실 엔리케 왕자는 항해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많은 탐험가들이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꿨고

보수적인 기득권 계층을 상대로 정치를 했다

그리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탑의 왼쪽에 있는 조각들

모두들 위인이라고 하는데, 나는 포르투갈인이 아니니까 패스

인상적이었던 건, 표정과 동작의 섬세함



한 남자가 강가에 앉아서 저 멀리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옛날에는 이 곳에서 수많은 범선이 돛을 올리고 먼바다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사진 속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 대서양으로 진입했다)



3번째에 한 손은 칼에, 다른 한 손을 허벅지에 대고 있는 사람이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5번째에 말발굽 같은 걸 든 사람이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

그리고 12번째에 뭔가를 들고 등을 돌린 자세에서

앞으로 돌려는 자세를 취한 사람이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다



내가 발견기념비에 도착하고 오래지 않아, 관광버스 한 대가 도착하더니, 동양인 한 무더기가 내렸다. 동양인을 볼 때마다 침묵으로 내 국적을 숨기곤 했는데, 그들의 언어를 들어보니 중국인이었다. 조용히, 그리고 느긋하게 둘러보려던 내 계획은 깨졌다. 그들의 국적을 개의치는 않았으나, 그들이 단체 관광객이라는 게 살짝 짜증이 나서 최대한 그들이 안나오게 사진을 담았다.



그리고 허름해보이기도 하는 이 핑크색 건물은 '벨렘 궁전(Palácio Nacional de Belém)'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같은 대통령 관저인데

우리나라처럼 깊이 숨어있지 않고, 관광지 길가에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정문은 두 명의 경비병이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이 안에 '마차박물관(Museu Nacional dos Coches)'이 있다고 한다

이 때는 벨렘탑을 찾고 있을 때라 알았어도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벨렘탑은 발견기념비에서 서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니까 4월 25일 다리와 먼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 그러나 트램을 타고 제로니모스 수도원으로 오면서 벨렘(Belem) 정류장을 지난 나는 그 근처에 벨렘탑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래서 발견기념비의 동쪽, 그러니까 '파스테이스 데 벨름(Pastéis de Belém)'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벨렘궁전을 지나쳤고, 계속 걸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점점 관광지의 느낌이 빠지고, 사람들도 줄어들고. 그러나 나는 그대로 내가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벨렘탑이 있다고 생각되는 강가로 걸어나갔으나, 왠걸? 그 곳에는 페리터미널(Estação Fluvial de Belém)이 있었다.


하아.. 짜증이 밀려와서 지도를 꼼꼼하게 다시 보고 나서야 내가 반대방향으로 왔다는 것을 깨닫고, 8차선과 기찻길까지 함께 있는 대로인 'Avenida India'를 따라 벨렘탑까지 약 30분을 걸었다. 걸으면서 조금 괴상한 남자를 봤는데, 나처럼 여행자인듯 했으나,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가더니 어떤 공원의 쓰레기 통에는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더라는.. 그 모습을 보며 깜짝놀랬다.


여튼,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1시간을 버렸다. 그리고 나중에 이 한 시간은 정말 아쉽게 돌아와, 결국에는 일정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게, 이 또한 여행이니..



발견기념비에서 다시 제로니모스 수도원으로 되돌아와

파스테이스 데 벨렘을 거쳐 벨렘 궁전을 지나 이 길을 계속 걸었다

길 이름은 'Rua da Junqueira', 그래도 이런 건물은 예쁘더라

가던 길에 약국이 있어 립밤을 하나 사러 들렀다, 그런데 직원 분이 엄청 예쁘심

그러나 싸가지는 별로 없는 것 같아, 뉴트로지나 립밤 하나 사서 들고 나왔다



약 한 시간을 소비하여 벨렘탑 앞에 있는 육교를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오른편 저 멀리에 보이는 발견기념비

벨렘탑을 빨리 보고 알파마에 가서 도둑시장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벨렘탑(Torre de Belém)'

마치 장화처럼 생긴 이 건물은 대항해시대에 통관절차를 밟던 곳이었다

상징적으로 리스본의 출입구 역할을 하던 곳이었고, 약간의 방어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1층에는 둥근 아치 모양으로 대포가 놓여 있었다

다른 전함의 도움을 받아 리스본을 방어하는 최전선의 역할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 1830년대에 프랑스군의 전함은 이 탑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도 한다



여기는 지하 1층인데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합병한 이래로

1900년대까지 계속 감옥으로 쓰였다고 한다

밀물 때마다 강물이 들어차서 수감자는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2층인가 3층인가의 옥상같이 넓직한 곳

밖에서 보는 것보다 좁은 공간에 조금 놀랬다



그리고 저 탑의 내부는 더 좁았다



4층인가에 있던 채플

이 좁은 곳에 채플이 있다니, 의외였다

왠지 구색맞추기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오르다보니, 계단이 매우 좁아졌다

굉장히 좁아져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두 명은 못 지나가기 때문에 마주치면 한 쪽이 뒷걸음질 쳐야 한다



벨렘탑 꼭대기에서 바라본 벨렘지구

리스본 구시가와 다를 것 같은 느낌에

저 지역도 한 번 걸어보고 싶었으나 그러진 못했다



이런 건축물을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 좀 특이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별로 안높아 보였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높더라

길게 누운 그림자는 내게 시간이 가고 있음을 알리고..

내 마음은 초조해지고..



그 옛날 대항해시대에는 수많은 범선이 저 수평선을 지나 대서양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배들은 아프리카로, 인도로, 아시아로, 아메리카로 갔을 것이다

나같은 이방인조차 그런 생각을 하는데, 포르투갈인들은 오죽할까?



반대편인 이쪽으로 가게 되면 '코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이 나온다

그리고 발견기념비과 4월 25일 다리



기울어지는 해와 함께 친구의 사진을 담는 친구



벨렘탑 1층에는 이와 같은 표지판과 신호등이 있다

계단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매우 좁기 때문에

녹색 화살표가 켜질 때만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빨간불일 경우에는 '올라가지 마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때는 위에 있는 사람이 내려온다



옛날에는 탑의 하부가 물에 잠겼다고 하나

현재는 강의 흐름이 변하여 물에 잠기지는 않는다고 한다



반대쪽에서 바라본 벨렘탑

포르투갈인들은 이 모습을 마치 긴 드레스를 끌고 가는 아가씨처럼 본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달을 보면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말하듯이



벨렘탑에서 나왔을 때, 왠 아이들이 세그웨이를 타고 있었다. 그냥 나도 한 번 타고 싶었다. 그리고는 수도원 앞에서 트램을 타고 피구에이라 광장으로 되돌아 왔다. 트램이 사람이 매우 많아서 백팩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아시아계 여자 두 명이 탔는데, 한 분이 너무 예뻐서 자꾸 눈이 갔다. 한국인 같기도 했는데, 그 뒤로는 전혀 보지 못했다. 여튼 나는 트램을 타고 다시 피구에이라 광장으로 되돌아왔다. 다음 일정은 28번 버스를 타고 알파마로 가서 도둑시장을 보는 것이었는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1) 28번 트램을 어디서 타야 하는지 몰랐음. 2) 도둑시장은 6시까지만 하는데, 트램에서 내린 시간이 5시 10분이었음. 그래서 괜히 마음만 조급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