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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세 개의 관문이 맞이하는 영남대로를 걸으며 - 문경새재 / 201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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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는 문경 외곽에 있는 조령산(1,017M)을 넘는 관문이다. 옛날부터 이 곳을 지나면 충주나 남한강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조세로 걷은 쌀이 이 고개를 넘어 남한강에 있는 곡창에 쌓였다고도 하는데 아마 그 이전부터 그러했을 것이다. 또한 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던지라 과거를 보러가는 사람들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이 근방의 길은 영남대로'라고 불리며,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가던 길이었다.


한편, 임진왜란 때 왜구가 이동한 길이기도 하다. 신립 장군이 문경새재를 버리고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으나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일화는 유명하니까. 신립의 부대가 기마병이라 산에서 싸우는 것 자체가 불가했다는 이야기부터 여려 이야기가 있으나.. 여하튼, 왜구는 문경세재를 넘어서 한양으로 진격했다. 1번대 고니시 장군과 2번대 가토 장군이 4/26에 문경을 점령하고, 4/27에 조령(문경새재)을 넘어, 4/28에 충주를 점령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에 이 곳에 3개의 관을 설치하여 방어기능을 강화하게 되는데, 그 관들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옛날에는 경부고속도로와도 같은 길이었을테지만, 지금은 시간을 머금고 관광지이자 등산로가 된 곳.



문경새재는 이름난 관광지답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음식점도 깔끔해보였고, 주차장도 넓었다

현수막을 보니 국내 관광지 100선 중 1위에 선정되었는가 싶었다



길을 걷다보니 이렇게 충렬비가 있었다

임진왜란 때 싸우다가 붇잡혀 사지가 잘린 채 죽은 분이라 한다

내 목숨을 버릴 수 있을만큼 국가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 옛날 사람들이 살기위해 넘어다녔던 길은

이제 등산 코스가 되었다



아파트나 콘트리트가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눈을 호강시키며 걷기 좋은 길



옛날 경상도에 살던 선비들은

이 길을 따라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갔던 모양이다

옛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살짝 들뜨기도 했다



저 멀리 문경새재 1관문이 보인다

이 풍경은 우리나라에서 다른 곳에서는 조금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탁 트여있고, 옛스럽고, 자연에 거슬리지 않는



문경세제 1관문인 '주흘관'

이 곳은 조선시대의 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이 있던

중요한 길목이자 전략적 방어지였다

이 곳을 뚫리면 충주에 이르기 때문에



곳곳에 있던 비석을 한 곳에 모아 두었다

버려지거나 잊혀지지 않고, 모아져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랜시간 세월에 많이 닳았더라



오랜만에 흙 길을 걸었다

자박자박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관광지라기보다는 마치 등산로 같았던 길

그리고 실제로도 등산객들이 많았다

운동화를 신고 왔기에 망정이지, 여차했으면 불편할 뻔 했다



등산로 한 켠에 있던 '지름틀바우'

'바우'는 바위의 사투리인 듯 싶었다

저 안내판에는 '지름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바위의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엄청 운치 있게 만들어 놓은 나무다리

그러나 출입금지였다

아쉽지만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만족



걷던 길에 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물 색깔이 마치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를 생각나게 했다

흐리거나 비오던 때에 이런 느낌이었어

그래서 한 장 담았다



걷다보니 돌로 둘러쳐진 네모난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이런 집이 한 채 있었다

'조령원'이라는 여관/주막이 있던 곳인데

('조령'은 이 고개의 이름/'원'은 여관이라는 뜻)

현재는 터와 저 집만 남아있었다



초가집은 아니지만

지붕이 볏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복원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달랑 빈 집 하나라니, 아쉬웠다



아, 과거보러 가는 길은 따로 있구나

저 길도 한 번 걸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그냥 지나갔다



이 근방의 소나무는 이런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송진을 얻고자 낸 상처라 한다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상처가 남아 있을 정도로

깊게도 후벼팠네, 나쁜 사람들



옛날 이 길 어딘가에 있었을 주막은 이러했으려나

오가는 나그네들 한 잔 술로 목을 축이며



저 90도로 두번 굽어진 소나무는 저절로 시선이 갔다

사람이 무릎을 구부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모양으로 살아왔는지 신기했다



'교귀정'이라는 이름의 이 정자는 '경상감사'가 교체될 때

서로 인수를 주고 받는 곳이었다

'감사'는 해당 지역의 지방 장관라고 하면 되려나?

현재의 도지사보다도 높은 권한이 있는 종2품의 벼슬



겨울인데도 물이 마르지 않고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수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 색이 맑았다



저 뱀 머리처럼 생긴 바위는 '꾸구리 바위'라고 한다

저 아래에는 송아지를 잡아먹을 정도의 큰 꾸구리가 살고 있는데

저 바위에 앉으면 꾸구리가 움직이면서 바위가 움직였다고

특히 젊은 여자나 새댁이 지나가면 희롱했다고 한 다

꾸구리는 남자였구나 ㅋㅋㅋ



돌탑에 돌을 얹으며 소원을 비는 아주머니

나도 소원 하나 빌어볼까 하다가

문득 덧없어져서 말았다



절벽을 흐르는 물

물이 많으면 폭포가 될 것 같았는데

수량이 적어서 아쉬웠음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제 2관, '조곡관'

3관까지 가고 싶었는데, 해가 지고 있어서 결정을 해야했다

올라갈지, 내려갈지



조곡관 안쪽에는 하늘로 솟아오른 소나무들이 있어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쉬었다

다른 등산객들도 여기서 한 번 쉬더라는



감성사진이라 생각하고 근처의 수로를 담아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사진이 나왔다



이렇게 두 갈래로 갈라진 장승은 처음본다

위압적이지 않고, 웃는 모습이라 좋네

희화화해서 바보같은 모습이라도 좋다, 하하



1관인 주흘관보다는 그나마 성벽이 높고 단단해보였다

하지만 혀전히 한 나라의 방어를 위한 성이라기엔 부족해 보인다

너무 낮고, 견고하지 못한 느낌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유일의 한글 표지석이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산불은 잘 났는가 보다

라이터나 성냥이 없던 시절일텐데도



결국 나는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2관문인 조곡관까지는 길이 잘 닦여있어서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왔다. 마치 트레킹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이상은 등산이 되는 것 같았다. 등산 복장이 아니라서 조금 부담이었거니와, 마침 해도 지고 있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내려올 때는 어두워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차라리 내려가서 KBS 촬영 세트장을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아서, 3관문은 마음 속에 접어두고 산을 내려왔다.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산을 내려가는 수많은 등산객과 합류했는데

아, 뭐야. 혼자 온 사람 짜증나게.. ㅠ_ㅜ



산을 내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내려가는 선택을 한 걸 잘했다고 생각했다



빛이 예쁘게 들어 담았던 곳인데

조금 과하게 보정을 해봤다

원래는 사진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



그리고 그 근방에 있던 넓적바위

전쟁 때는 군인들이 매복하던 곳이라고 한다



'문경새재'라는 이름은 워낙 유명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들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너무 늦게 와 본 게 아닌가 싶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중학생 때 들어본 것 같은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경상도 여행은 많이 안해본 것 같다. 아마도 멀어서 그런 것이겠지. 여튼, 이 곳은 느즈막한 아침에 어디를 갈까? 지도를 보고 있다가 즉흥적으로 고른 곳이라서 오기 전까지는 이런 느낌인 줄 몰랐다.


관광지인 줄 알았는데, 관광지보다는 등산로 느낌이 더 강했다. 등산로에 문화재가 있는 느낌. 그나마 2관문인 조곡관까지는 트래킹 코스와도 같아서 큰 무리없이 올라올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관리를 매우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문경새제가 영남지방의 관문이라 하고,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3중으로 방어시설을 설치했다고 배웠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방어시설이라고 하기에는 성벽의 높이가 너무 낮고, 성벽 자체도 견고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주흘관의 성벽은 어림잡아 3M 높이라 사다리를 놓고 넘어가면 충분히 넘을 수 있을 정도로 낮았고, 2관의 성벽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봤던 수원성 정도라면 충분히 방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더라는..


여튼, 나는 산을 내려와 입구 근처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