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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안동에서 데이트를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 / 201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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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시내에서 안동찜닭을 먹고,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디저트로 먹은 우리는 '하회마을'로 향했다. 하회마을이라는 이름은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야 여행을 와보다니.. 확실히 내가 경상도 여행을 잘 안했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국내 지방 여행보다는 해외로 여행가는 경우가 많아져서 국내를 여행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었던 것 같고.


여하튼 해가 지기 전에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배가 불러서 그런가, 조금 피곤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살짝 눈을 붙였다. 여행하다가 이렇게 낮잠을 자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40분 정도 꿀잠을 자고 나서 차에서 나와 매표소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 쪽으로 걸어가니 이렇게 장터가 나왔다

마을 내부에서 장사를 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불가해서

부득이 하게 이렇게 외부에 모아놓았다는데, 매우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한 가게의 메뉴판

파란눈의 외국인에게는 참 예뻐보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가격은 서울에서도 비싼 곳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네 손과 내 손을 마주 잡고 걸었다



먹거리촌을 지나서 매표소에 갔으나, 매표소가 문을 닫았다. 그래서 옆에 보이는 셔틀버스 쪽으로 다가갔다. 셔틀버스에는 기사님이 청소를 하고 계셨고, 우리는 그 버스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저씨는 약간 귀찮다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와 함께 있던 두 쌍의 중년 부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세요~"


응? 이건 무슨 상황이지? 조금 당황했다. 표를 끊고 들어가는 곳인데, 매표소는 문이 닫혀 있고. 그 옆에 있는 셔틀버스는 기사님은 있지만 운행은 안하고. 기사님은 차를 가지고 들어가라고 말씀하시고. 뭔가 이상해서 이리저리 생각해보다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 곳은 기본적으로 입장료를 징수한다. 그리고 특정 시간이 되면 문을 닫고 관광객 입장을 금지시켜야 하는데,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 마을이기 때문에 24시간 통제는 불가. 그래서 특정 시간이 되면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고, 마을로 가는 편의 시설인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 대신에 관광객들은 마을 거주자 처럼 자가차량으로 마을로 가거나, 걸어서 가거나 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기 때문에 완벽한 차단은 애초에 불가하니, 마을로 접근하는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본 것 같았다. 그리고 입장료는 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 및 정비에 사용되는 일종의 마을의 부수입과도 같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차를 가지고 들어가라니까 다시 주차장으로 차를 가지러 되돌아 갔다.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는 길

무슨 박물관이었는데 들어가진 않았다

정갈한 한옥이 참 예뻤다



마을 안 쪽 입구에 주차장이 따로 있었다

그 곳에 차를 대로 걸어서 마을로 들어갔다

파릇파릇한 논, 온통 푸르렀다



마을의 초입에는 정승을 모아놓은 곳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이렇게 하회탈이 얼굴이었다는



이렇게 무섭게 생긴 장승도 있었는데

보다보니 왠지 1박 2일에서 김종민이 놀라는 표정이랑 비슷한 듯

밤에 보면 조금 무서울 것 같았다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마을은 너무 덥지도 않고 걷기 좋았다

관광지라는 느낌도 전혀 안들었다

큰 간판, 호객행위, 네온사인 등.. 하나도 없었다



산과 초가집과 논이 하나가 된 이런 풍경

요즘에는 왠만한 시골에 가도 이른 모습을 보는게 쉽지 않다

그냥 이 곳에 서 있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는 듯 했다



마을 입구에는 이렇게 높은 원두막이 있었다

그런데 저 위에서 어르신들이 뭔가 엄청 토론 하시더라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느낌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곳에는 제비가 굉장히 많았다

처음에는 종종 보는 왕제비나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보니 진짜 제비였고 처마에 집이 엄청 많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인들이 흔히 그리는 전통적인 시골의 이미지가 완벽했다

굉장히 잘 정비되어 있었고, 정제되어 있었다



리스본과 포르투를 보며 느꼈던 전통적인 포르투갈의 느낌

이 곳에서 우리나라의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전주는 너무 관광지가 되어서 생각보다는 아쉬웠던 곳이었고



푸른 산과 초가지붕과 밭이 그리는 이런 풍경

우리나라가 아닌 세계 그 어느 곳에 가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너무나도 좋았고, 순간적으로 마음이 뿌듯했다



HJ와 손을 잡으며, 이야기하며 골목골목을 걸었다

골목은 대부분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서 걷기 편했고

오토바이나 자동차도 다닐 수 있었다



역광에 담긴 무궁화

진딧물이 별로 없어서 신기했다

보통 무궁화는 진딧물이 엄청 많은 아이인데



정말 한국적인 느낌

자연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동방의 끝자락에 있는 조용한 나라이기도 하고



사진 찍히기 싫어서 내게 손사래를 치는 HJ



아마도, 태어나서 이런 풍경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슬레이트 지붕과 전신주과 송전탑, 고가도로 등이 없는 시골의 풍경

이런 풍경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마을을 걸었다

좋았다, HJ랑 함께 있으니 더욱



내가 신발 끈을 묶는 동안

HJ가 나를 담았다



초가담장 위로 살짝 훔쳐보는 초가집

이 얼마나 정겨운 풍경이었던가



이번에는 기와집

보통 시골에 많은 슬레이트 지붕이나

색깔이 들어간 기와집은 전혀 없었다



보고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던 풍경

늦은 시간에 찾아가 사람도 별로 없던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마을을 굽어 흐르는 낙동강과

넓은 모래사장

물이 많아지면 물이 가까이 올라올 것 같았다



나와 HJ



하회마을은 마을을 굽어 흐르는 낙동강의 수면 대비

약간 높은 지대에 있었다

그리고 마을의 외곽은 자연스럽게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강과 마을 사이에 있는 초지

나무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물이 많아지면

물에 잠기는 듯 싶었다

햇빛을 받으니 참 예쁘더라는



해서 서서히 기울어지자 초가집이 더 예쁘게 보였다

그렇잖아도 약간 노르스름한 초가집인데

석양의 햇빛을 받으니 빛이 나더라



마을 외곽에 불에 타서 껍데기만 남은 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저렇게 푸른 잎이 자라더라

그러나 덩쿨인 건 함정





우리나라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풍경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싶은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 다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한국만의 고유한 모습



마을 외곽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걸었다

여기서부터는 굵은 모래가 밟히는 소리가 났다



옆에서 잠시 전통 그네를 타면서 서로 폭소하고

그 옆에서 고리던지기를 해서 내가 이긴 다음에

씨름판을 한 바퀴 도는 HJ

내게 손을 흔든다



해가 지고 있었다

왠만해서는 셔터만 눌러도 작품이 되는 시간

'골든타임(Golden Time)'



저 절벽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골든타임에 대한 이야기를 HJ에게 해주었다



앉아서 도란도란 나누던 의자에서 일어나



이렇게 귀여운 초가집을 지나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마치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길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해가 지고 있던 푸른 하늘

그리고 바로 서울로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