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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9년 전, 지난 여행을 돌아보다 - 무의도&실미도 / 200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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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디카를 샀었다. 그리고는 혼자서 카메라를 가지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 갔던 곳은 오이도. 하지만 즐비한 상가와 횟집에 실망만해서 돌아왔었던 기억이 있다.  나름 큰 맘 먹고 갔던 여행이기에 여기저기 카메라로 사진을 담았지만, 카메라를 산지 얼마되지 않아 서투른 조작법에 사진 또한 엉망이었던 여행. 물론, 어디론가 떠난다는 설레임과 그 느낌 자체는 너무 좋았다.


그 다음에 간 곳이 무의도/실미도였고, 최종목적지는 실미도였다. 하지만 물때가 안맞아서 실미도엔 들어가지 못하고 무의도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던 첫 여행. 어찌보면 9년이 지난 지금도 내 여행 스타일은 별로 달라진 게 없구나. 혼자서, 카메라를 메고, 먹거리는 최소화 하고. 


햇수로 9년이나 지난 지금, 그 때의 사진을 정리하며 옛 생각이 밀려와 포스팅 해둔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로 들어갔었다

차도 없이 걸어가서 저 배를 탔었는데,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영종도에 있는 잠진도 선착장이라 하네


여기가 아마 잠진도 선착장의 모습일 듯

사진이 2004년이니까 9년이나 지난 지금은 많이 변해있겠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언젠가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탔던 것 같기도 하다


바다, 섬, 그리고 갈매기

왼쪽에 있는 아저씨의 머리와 안경만 봐도 마치 옛날같다

근데 내 기억 속에는 그렇게 오래된 거 같지 않은데


무의도인지, 영종도인지, 실미도인지 이젠 기억나지 않는 섬

개발하지 않고 그냥 뒤서, 지금도 이 모습 이대로 있으면 참 좋겠다


무의도 해변에서 모래랑 놀고 있는 꼬맹이들

정말 재미있게 놀아서 바로 옆으로 지나가면서 한 컷 담았었는데

이제는 이 아이들이 중학생쯤 되었을라나?


그리고 바위 위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와 아주머니

저 아저씨가 먼 섬을 바라보는 포즈가 괜찮아보여서 몰래 찍었었다

심장이 막 두근두근 거렸었지



여기는 혼자서 두 번째로 갔던 여행이었다. 실망했던 오이도와는 달리 여기는 여행한다는 기분이 났었다. 도시에서 보던 높은 상가건물도 별로 없고, 구불구불했던 오르막 길을 오르던 기억이 9년이나 지난 지금도 남아있다. 차가 없으니까 걸어서 카페리를 탔던 기억. 2층에 올라가서 배를 따라오는 갈매기를 보며 신기했던 순간.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던 발걸음. 그리고 언덕 꼭대기 즈음에서 저 멀리 바다와 섬이 보이던 때. 누군가가 보면 대단찮은 찰나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가보는 상상을 해본다. 주황색 카페리는 아직도 있을런지, 해변에는 높은 상가건물이 아직도 없을런지. 괜히 갔다가 실망만 해서 돌아올까봐, 가지 말고 그냥 있자는 생각도 들고.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여기저기 변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때 봤었던 무언가를 지금 가서도 볼 수 있다면 왠지 마음의 위로를 받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자그마한 게도 있었는데

카메라 조작 미숙으로 초점이 나가버렸다

난 이 아이를 잡아서 잠시 손에 두었다가 돌려보냈다


해변을 걷다보니 누군가가 모래성을 쌓아놓았다

그 모양도 괴기했고, 크기도 제법 커서 신기하게 바라봤었다

어떻게 이렇게 쌓았을지 신기할 따름


해변가를 걷던 커플

혼자서 온 내가 초라해지던 순간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다


실미도가 눈 앞에 보였다

하지만 물 때가 맞지 않아서 건너갈 수가 없었다

저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실미도를 가려 하는 것 같았는데


무의도에서 실미도로 가는 길

사진에서 보듯, 실미도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였다

여기까지가 실미도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해변에서 축구하는 아저씨들과 잠을 자는 아저씨

활동적인 모습과 정적인 모습의 대비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잡은 갈매기

나중에 이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는 굉장히 흥분했었다



컴퓨터를 바꾸면서 사진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이 사진이 들어있는 폴더를 열었다. 폴더 이름에는 2004.05.30 이라 쓰여 있었다. 그 당시 제법 괜찮은 카메라였던 IXY-500으로  담은 사진들이지만, 지금 보니 화질이 그렇게 좋진 않은 편이라 기술의 발전을 새삼 느낀다. 


오래된 사진이 반가웠다. 사람들의 머리모양과 옷 매무새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알이 굵은 금테 안경과 통이 넓은 기지바지. 그리고 한껏 부풀려서 힘을 준것만 같은 긴 머리.


분명히 내가 그 곳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일부는 기억하고 있었고, 일부는 사진을 보고 기억이 났고, 또 일부는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기억이 났다. 여행은 지금 당장도 좋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한 번 꺼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상이 있어도 좋고, 사진이 있어도 좋다. 혹여, 당시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글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앞으로 하나하나씩 돌아보면서 정리해서 포스팅을 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