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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5 이탈리아

베네치아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다양한 색의 부라노(Burano) 섬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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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부라노 섬 선착장 앞. 배에서 우르르 내린 관광객들이 각자의 루트로 떠나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혼란스러우면서도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그 타이밍. 그 때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했었더랬다. 너무 더워서 힘내자는 의미도 있었고,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를 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막연함을 잊어보고자.


들이마셨던 숨을 내쉬면서, 발길 가는대로 섬을 탐험해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갑도 빨간색 유광 에나멜 지갑을 쓴다. 그런데, 부라노 섬에 내리자마자 이렇게 빨간집이 있으면 나더러 어떡하란 말인가? 무더운 날씨이지만, 힘내서 섬을 탐험해보자고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순간에 턱하고 내 눈에 보인 빨간 집.


그 순간 나는, 사납게 하앍거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박스에 홀려서 그 안으로 얌전히 들어가는 고양이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부라노섬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있는 빨간집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힘차게 나서려다가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빨간색 덕후인 나는

이 집을 배경으로 HJ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담을 수는 없으니까



Hello!



빨간집에 팔렸던 정신을 다잡고

이제는 부라노 섬을 탐험할 시간!

꾸러기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HJ



빨간집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다른 관광객들은 우리를 저만치 앞질러 갔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처럼 말이다



부라노(Burano) 섬은 레이스 공예로 유명한 곳이고

1500년대부터 1700년대까지 이 곳에서 생산된 레이스는 명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기념품 가게에 레이스가 많았다



빨간색이 있는 부라노 섬의 어느 골목



그리고 드디어 부라노 섬의 메인(?) 거리로 접어 들었다

알록달록한 집들과 좁은 수로 그리고 정박된 배들

모든 게 드라마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어떤 외국인 여자분이

허리를 뒤로 한껏 젖히는 뇌쇄적인 포즈로 사진을 찍길래

그 분이 떠나고 난 후, HJ를 앉혀봤다



뇌쇄적이지는 않지만

귀엽다



모델 같진 않지만

꾸러기 느낌은 좀 난다



기념품을 팔고 있던 파란집

이 곳의 특산품인 레이스는 100% 수공예라

그 가격이 매우 비싸다고는 들었으나

실제로 보진 못했다



베네치아 부라노 섬의 풍경



알록달록한 집들과

사진을 찍는 여행자 부부

Fondamenta di Cao Moleca



이 곳의 집 색깔은 개인이 마음대로 정하는게 아니라

수 백년 된 색 관리 시스템에 따라, 정부가 정한다

건물에 색을 칠하려면 반드시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에서 승인한 색으로만 칠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전통이 지금도 유지되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



피부가 민감해 햇빛에 약한 HJ는

여행 중 양산과 부채와 선글라스를 돌려가며

햇빛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이탈리아 부라노 섬의 한 골목

Calle Prepiero



부라노 섬의 풍경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이 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계신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자꾸만 세트장이나 테마파크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보라색과 주황색이 예쁘게 칠해진 골목

그 안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는 HJ



이제 막 부라노 섬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지나서 배가 고팠고, 날은 점점 더 더워져갔다. 그래서 뭔가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너무 더우니까 현명하게 식사를 하면서 조금 쉬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원래는 제이미 올리버가 추천하는 트라토리아에 가려했지만, 예약제라는 말에 다른 곳 아무데나 가기로 했다. 휴대폰을 꺼내 주변을 좀 찾아보다가 괜찮을 곳을 찾아 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