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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전통과 현재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곳 - 북촌한옥마을 / 201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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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전주를 가고자 했다. 차를 끌고 가려다가 장거리 운전이 피곤하기도 하고, 분명히 차가 많이 막힐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하는 기분도 낼 겸, 부랴부랴 KTX를 검색해보니, 오전 시간에는 전부 매진. 그래서 버스를 검색해보니 버스도 거의 매진이었다. 그제서야, 연휴라는 것이 실감났다. 그리고 대이동이 일어나겠구나, 싶은 직감.


잠자리에 들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난다면, 차를 끌고 전주에 가리라고 마음 먹고 잤다. 그러나 눈 떠보니, 6시.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이것저것하다가 오늘은 반드시 사진 찍으러 나가리라고 마음먹고 인터넷을 찾아 마침내 정한 곳이 '북촌한옥마을'이었다. 회사 근처이니 지리도 익숙하고. 사실, 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사진을 찍은지 제법 오래 되었으니 서울을 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는 방법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잠시 걷다보면 자그마한 사거리가 나온다. 길을 건너자마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고, 여기서 안내 지도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는 지도를 보면서 원하는 곳으로 걸어다니면 된다. 여기저기 경사진 언덕이 많은 편이므로, 여성분들은 하이힐 말고, 운동화나 플랫슈즈를 신도록 하자.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헛웃음이 나오면서, '이런 날은 집에 붙어 있었어야 했어' 라고 후회가 살며시 들긴 했지만,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걸. 사람이 적어지길 기대하며 안국역 2번 출구로 걸었다. 그러나 사람이 줄어들진 않더라. 전체 모수는 비슷한데, 커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북촌 한옥마을 지도를 챙겨 나온 다음, 북촌 8경 중 1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이 쪽은 메인 관광 루트가 아니라서 사람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북촌 8경 중 1경의 모습이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창덕궁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살짝 앞쪽에서 담았다



그리고 그 근방에 있던 이름 모를 건물

창문마다 붉은 색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너무 예뻤다



창덕궁 길을 따라 북촌 2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은 여느 동네 골목과 다를 게 없더라



북촌2경 가는 길에 있는 의상실의 분위기가 묘해서 담았다

그러나 북촌 2경은 아까 그 중국인 단체 관광객 때문에 패스

이 이후로 지도를 보지 않고, 발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담벼락에서 꽃이 자라고 있었다

궁궐의 담벼락에도 꽃이 자라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이쪽의 담장은 매우 높았는데, 그래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듯

그래도 이게 더 좋더라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어린 초록이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고

때마침 햇살이 귀여운 아이들을 돌보는 것처럼 이들을 비췄다



창살 뒤로 숨어있는 장미



그리고 어느 집 앞을 지나가다가 골든 리트리버를 만났다

내가 빼꼼 얼굴을 비추니 얌전히 앉은 채로 꼬리를 흔들흔들

다가가서 놀아주고 싶었는데, 막다른 골목이라 다가가기가 조심스러웠다



엄청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 만난 골동품 가게

처음에는 커피숍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모습이 예뻐서 한 장 담았다



골동품 가게 맞은 편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벽화를 담아보는 게 거의 처음이라 살쩍 설레면서 한 컷



몰랐는데, 이쪽에 게스트하우스가 여럿 보였다

외국인들이 한옥에서 잠을 잔다면 굉장한 경험이겠구나, 싶었다

한국인인 나도 저런 한옥에서 잠을 자본 적이 없으니



언덕을 다 올랐는데, 평지가 아니라, 내리막길 시작

옛날에 만들어진 길이라 그런지 언덕길이 제법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면서 뒤돌아서 한 장 담았다



언덕을 내려오니, 중앙고등학교 앞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는데, 헉!

세상에나, 이게 어떻게 고등학교 건물이지?

이화여대나 연세대에 있을 법한 건물이 본관이라며 있었다



본관으로는 학교가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본관 뒤로 넘어가는 학교 크기가 어마어마 했다

역사도 깊고, 건물도 많고, 운동장도 엄청 좋더라

근대 소설가 채만식이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함



그냥 뭔가 반복되는 패턴과 빛이 드는 게 예뻐서 한 장 담았다

뭔가 괜찮을 것 같아서 담았는데, 생각보다는 그닥 잘 나온 것 같진 않다



이 식당도 빛이 참 예쁘게 들더라

지금도 햇빛을 받아서 반짝반짝하는 모습

보기만 해도 들어가서 뭔가 주문하고 싶어져 



큰 길을 따라 걷다가 인적없고 조그마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러나 저 끝은 막혀 있었다 



렌즈를 갈아끼웠다

줌렌즈에서 단렌즈로

그리고 테스트 할 겸 해서 담은 첫 사진



걷다보니 길이 좀 꼬여서 다시 창덕궁 1길로 되돌아 걸어나와서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지나 북쪽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오늘만은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느꼈을 듯



재동초등학교 담벼락이었는데, 너무 예뻤다

자세히 보면, 수막이 보이고, 더 자세히 보면 쌓인 돌에서도 전통이 느껴진다

무령왕릉의 벽에서 봤던 느낌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이런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참 좋았다

그리고 사람이 사는 집보다 '공방'이 참 많았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



아, 이 강아지 어떡할거야~

너무 귀여워서 전체 그림 중에 이 부분만 담았다



그리고 사진찍는 연인

혼자가니까 솔직히 연인들이 좀 부럽긴 부럽더라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담장 너머로 보이는 어딘가의 정원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물레방아도 있고 예뻤다



걷다보니 삼청동 길로 나왔다

차도 엄청 밀리고,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걷다보니 한옥마을로 다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발걸음을 돌렸다



가파른 계단 위에서 보이던 풍경인데, 푸르름이 좋더라

잠시 둘러보면서 가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계단 옆에 있던 집과 계단 아래로 보이는 텃밭

아기자기하고 아주 귀여웠다



낡아버린 한옥 지붕

시간이 묻어있다기보다는 스러져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북촌 8경 중의 한 곳인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냥 사진만 한 장 담고 그나마 사람이 덜 붐비는 곳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사진을 담기보다는 사람을 피하면서 다녔던 것 같다



이쪽에서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걸었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카메라가 잘 안올라가더라

문득 그생각이 들어서 담은 처마 사진 하나



그리고 걷다가 발견한 마리온크레페 가게!

그 언젠가 일본에서 먹었던 그 크레페이지 않은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딸기치즈케이크스페셜을 주문해서 먹었다

감동이었다, 그리고 여기 언니는 화장도 안했는데 예쁘시더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많았다. 사람 많은 걸 유난히 싫어하는 터라, 그냥 돌아갈까 생각을 안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여기까지 온 데다가 사람에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그럭저럭 적응이 되었다. 특히, 사람이 싫어서 걸음이 빨라져서 쌩하고 지나가 버리지 않게 신경을 쓰며 일부러 걸음을 천천히 했다. 빨라질 것 같으면, 천천히.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좌우를 둘러보고 마주오는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나중에서는 혼자 온 것도 별 개의치 않고 잘 다녔다. 솔직히 전혀 뻘쭘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자신감있게 다니려 노력했다. 


오랜만에 서울을 걸어서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문득, 새벽에 오는 게 제일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골목이고, 입장시간 같은 게 없으니 꼭두새벽에 온다면 더 좋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 비록 북촌 8경을 다 보진 못했지만, 여기 저기 잘 다녔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에는 크레페를 먹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던 크레페! 


다음 번에는 새벽에 와야지. 그래서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유유히 빠져나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