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여행/'16 핀란드

핀란드 여행 - 투르쿠에서 꼭 가봐야 할 '투르쿠 대성당(Turun Tuomiokirkko)' / 2016.04.18

반응형

오늘은 HJ가 컨디션이 안좋은지 일어나질 못했다. HJ를 깨우고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으나, 영 기력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돌아다녔다. 이 날은 월요일이었는데, 갈만한 곳 대부분이 쉬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일찍 숙소로 들어와 버렸다. 그나마 '투르쿠 대성당(Turun Tuomiokirkko)'이라도 본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투르쿠 구시가는 크지 않아서 숙소인 쿠물루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다. 사람이 워낙 없어서 관광지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관광버스 한 대가 와서는 사람들을 내려놓고, 그 사람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입장료는 없었다.



숙소에서 나오고 오래지 않아

'투르쿠 대성당(Turku Cathedral)'에 도착했다

대학교와 붙어 있어서 백팩을 맨 대학생들이

많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투르쿠 대성당은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데

겉모습만 봐도 그간의 고생이 짐작되는 모습이었다

현재 모습은 1827년 대화재 이후 복원된 것이라 한다



화려한 대리석 조각으로 장식된 서유럽과 달리

이 성당은 상처 투성이의 성당처럼 보였다

주변에 심은 나무도 앙상해서 더 그런 느낌



혹시나 싶어서 뒤 쪽으로 돌아가보니

생각보다 잘 다듬어진 붉은 벽돌의 벽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가까이 가보기로 했다



성당 주변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거대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이런 길이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 정갈해 보이던 벽도

가까이 다가가니 상처 투성이였다

원래 창문이었으나, 벽으로 메워진 부분도 있었고



성당 내부는 관광객이 수시로 왔다갔다 했는데

기도를 하기 위한 사람들이 방해받을까봐

성당 한 켠에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소박한 그림이 그려져 있던 천장과

현대식 조명의 콜라보랄까?



그리고 성당 한 켠에 남아 있던 낡은 성화

뭔가 이런 그림에서도 무민의 느낌이

살짝 나는 것 같아서 놀라웠다



성당의 여러 채플 중 마음에 들었던 곳

검정에 가까웠던 매우 짙은 녹색과

대리석의 흰색이 굉장히 멋져보였다



나는 성당의 한 쪽 벽을 따라 걸어

맨 앞 제단이 있는 곳까지 이르렀다

십자가는 없었고,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투르쿠 대성당의 천장

배경이 파랑색이라 천장의 뼈대 뒤로

마치 하늘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면 장력 보강을 위한 지지봉도 보인다)



투르쿠 대성당의 제단 앞에서

뒤돌아 담은 모습인데

겉모습 만큼이나 그저 소탈해보였다



처음에 내가 걸었던 벽의 반대쪽

(제단을 마주보고 왼쪽의 회랑)



성당 내부에서 그나마 장식이 들어간 곳

하지만 그나마도 소박한 느낌이었다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중앙에서 정면을 바라봤다

회색의 벽, 그냥 소박하다



성당은 바깥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내부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조용했다



다른 화려하고 유명한 성당을 많이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감흥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무디어졌다는 게 서글퍼졌음



자세히 보면 회색 벽에 아치 자국이 있다

창문이 있던 자리 같은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벽으로 메꿔져 버렸다



성당을 둘러보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냥 소박하고 단정한 성당이라는 인상을

정리하고 나와 골목길을 그냥 걸었다

Hämeenkatu



투르쿠 대성당은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그 뿐만 아니라 대주교가 있던 곳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당의 기원을 따지면 13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에는 목조 건물이었다가, 14-15세기에 확장 및 증축을 하면서 돌을 사용해 건물을 지어 올렸다. 하지만 1827년 9월에 발생된 투르쿠 대화재에 크게 훼손되어 버린다.


참고로 투르쿠 대화재는 핀란드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도시에서 발생한 화재 중 가장 큰 화재로 기록되고 있는 화재인데, 당시 투르쿠의 중심가를 포함하여 도시의 75%를 태워 버렸다. 그 결과로 수 백 년 동안 쌓인 핀란드의 역사는 모두 불길 속 한 줌의 재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현재의 투르쿠는 마치 우리나라처럼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이 더 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여튼, 대화재 이후에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성당을 보면, 힘든 세월을 이겨온 것처럼 여기저기에 상처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