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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6 핀란드

핀란드 여행 - 투르쿠 여기저기 가볼만한 곳 둘러봤지만, 실패기 /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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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월요일이었다. 오전 9시가 넘어서 설렁설렁 숙소를 나왔는데, 너무 한산해서 놀랬다. 가끔씩 마주치는 한 두 명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도시는 거의 얼어붙어 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활력이 없이 굳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투르쿠를 돌아봐야 했으나, 마땅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나는 발길이 가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투르쿠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이 글은 성당을 둘러보고 나와 투르쿠 중심가를 걸으며, 어디 갈만한 곳이 없을까, 둘러본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도 그렇듯 대부분의 미술관, 박물관 등이 이 날 월요일에는 문을 닫았다. 안 그래도 여행 준비를 하나도 안 해서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했는데, 멘붕이 터져버렸다.



관광지 투르쿠에는 몇 개의 광장이 있다

그 중 중심인 '투르쿠 카우파토리(Turun Kauppatori)'

투르쿠에서는 이 곳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헬싱키에도 카우파토리가 있었는데

그 뜻이 마켓이 있는 광장(Market Square)이라

같은 이름의 광장이 온 도시에 있는 것 같았다



날씨 탓인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노란 건물은 정교회 성당(Turku Orthodox Church) 인데

굉장히 작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잠시 카우파토리를 돌아다녔다

과일, 꽃, 잼, 빵 등 여러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광장 내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주변 건물에 복합 쇼핑몰과

대형 슈퍼마켓도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투르쿠 카우파토리 광장

Turun Kauppatori



광장에서 나와 골목을 걷다 마주친 가게인데

앤틱한 분위기가 나는 게 너무 멋졌다

가까이도 가봤지만, 멀리서 보는 게

더 멋스러웠던 가게

Kauppiaskatu



이 현대식 건물은 도서관이었다

들어가지는 않고 그냥 바깥만 둘러봤다

Turun Kaupunginkirjasto



도서관 옆에는 자전거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는데

우리나라처럼 빵빵 거린다던가 고속으로

보행자를 위협하며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이내 아우라 강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아우라 강의 물은 흙탕물이었다

그러나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 멀리 투르쿠 대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텍스트 만으로 이렇게 감각적인

디자인이 나올 줄이야



여기는 미술관인데

들어가 보진 않았다

Aboa Vetus & Ars Nova



아우라 강 맞은 편의 풍경

편안한 느낌이었다

나무 다섯 그루도 서로 비슷하고



핀란드의 길은 사진처럼 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왼쪽의 맨들맨들한 곳은 자전거 전용도로이고

오른쪽의 보도블럭이 보행자 도로이다

여행 중에 관찰한 바로는 자전거가 없어도

자전거 도로로 걷는 사람이 드물었다



나는 길을 계속 걸었다

목적지는 '루오스타린매키 수공예품 박물관'

거리의 풍경은 관광지에서

일반 주거지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완벽한 핀란드의 전통 건물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 나라의 전통 건물은 이런 모습이다

돌을 깔아놓고 그 위에 나무로 집을 짓는



핀란드 사람들이 이 건물을 바라보는 느낌이

우리가 종로통에 있는 낡은 기와집 건물들을 보는

그런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려나, 싶었다

한편,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어 놀라웠다



루오스타린매키 수공예품 박물관에 도착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이었다

Luostarinmäen käsityöläismuseo

Luostarinmäki Handicrafts Museum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몇 컷 더 찍은 다음 발길을 돌렸다



여기는 박물관과 거의 붙어있는

'바티오보리 공원(Vartiovuori Vårdberget)'



나무가 푸르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10분? 15분?

공원에서의 짧은 산책을 마치고는



다시 아우라 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카우파토리 광장을 지나게 되었다

마치 사무실처럼 보이는 저런 건물들이

뒤로는 다 이어져 있어서 복합 쇼핑몰이라는 걸

저녁 때 HJ와 돌아보면서 알게 되었다



점심 때가 가까워져서인지 아까보다는

사람이 많아져서 시장 느낌이 더해진

투르쿠의 카우파토리 마켓



그냥 숙소 쪽으로 길을 걷다가

굉장히 멋져 보이는 건물이 있어서 다가갔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포스!



이 곳은 투르쿠 아트 뮤지엄이었다

언덕 위에 있었는데, 건물이 참 멋졌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니 오늘 월요일은 휴무

Turun Taidemuseo



할 수 없이 미술관을 등지고

내가 올라왔던 낮은 언덕을 내려다 봤다

저 멀리까지 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왠지 맥이 빠지면서 급 피곤해져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거리는 투르쿠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일리오피스토카투(Yliopistonkatu)'



숙소로 향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날씨 탓인가 기분도 별로 여서, 돌아다녀도 영 재미가 없었다. 숙소로 들어가 낮잠을 실컷 잔 후,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에 HJ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쇼핑몰을 엄청 돌아다녔다. 밖에서 봤을 때는 마치 사무실처럼 보였던 건물들이 뒤쪽으로는 다 이어져서 하나의 큰 쇼핑 센터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특이하게 다가왔다. 아쉽지만 이 때는 사진을 찍지 않아서, 사진이 없다. 화장실을 찾는데 잘 보이지 않아서, 여기저기 엄청 돌아다니던 기억도 있고.


투르쿠에서 온전하게 보낸 하루였지만, 생각보다는 느슨하게, 그리고 황당할 정도로 여유롭게 보냈다. 여행을 다니면서 낮잠을 잔 것도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중에 흥이 가장 적었던 곳이 이 곳 투르쿠가 아닐까 싶었다. 생각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이 곳 핀란드는 그동안 내가 여행을 다녔던 곳과는 많이 달랐는데, 여행 중에도 나는 그 다름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여행을 정리하면서 문득 든다. 마치 불교에서 참선 하듯이 많이 비워내고 가면 좋을 곳.


여튼 우리는 내일 '탐페레(Tampere)' 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