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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6 핀란드

핀란드 여행 - 탐페레 '피니키 공원(Pyynikki)'과 '피하야르비(Pyhäjärvi)' 호수 /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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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니키 공원 북쪽에 있는 샛길을 걸어 곧장 피니키 타워 혹은 전망대라 불리는 곳으로 향했다. 긴 거리가 아니었고, 그래서 오래 걷진 않았지만, 갑자기 굵은 소나기를 만났다. 그러나 다행히도 '피니키 타워(Pyynikin Näkötorni)'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이라 비를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황이 없어 1층에 있는 카페로 후다닥 피신했다. 그곳에서 따뜻한 커피와 카페의 명물인 도넛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카페는 아담했고, 도넛은 맛있었으며, 커피는 따뜻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HJ와 이야기를 나누다 비가 그쳐가길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카페를 뒤로 하고, 곧게 뻗은 길을 걸었다. 피니키 공원을 걸었다.



피니키 공원의 전망대 1층에 있는 카페를

등지고 바라보면, 이런 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마침 비가 그쳐서 공기가 상쾌했다

Näkötornintie



나무는 대부분 소나무 인 것 같았는데

곧게 뻗은 것과 높은 곳에만 가지가 달린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피니키 공원에서 대자연을 만끽하는 HJ

마치 기를 받는 듯한 모습



기분이 좋은지

내게도 손흔들며 인사를 해줬다



우리는 이런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걸었다

가끔씩 차가 지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조용해서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걷다보니, 오른 편에 계단이 있었고

쭉쭉 내려가면 호수가 나오는 것 같아서

HJ를 졸라 한 번 내려가 보기로 했다



저 의자와 공간이 너무 예뻐보였는데

사진으로 담으니, 그 느낌이 다 나질 않는다

만약 혼자 왔다면, 이 길을 따라 공원을

계속 돌고 돌았을 것 같다



눈을 지긋이 감고

명상의 시간



점프!



방금 전까지 아주 굵은 소나기가 내렸는데

그새 하늘이 개고,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4월의 핀란드 날씨는 종잡을 수 없었음



우리는 길을 따라 언덕을 내려갔다

저 앞에 벌써 거대한 호수가 보였다

Villilänsalmi



그리고 계단을 한 번 더 내려갔다

바로 호숫가가 나왔다



이 거대한 호수는 '피하야르비(Pyhäjärvi)'

'탐페레(Tampere)' 남쪽에 있는 거대한 호수이다



호숫가는 개발할 구역만 딱 개발하고

나머지는 원래 모습 그대로 두었다

여름에는 이 곳에서 배를 많이 타는 듯 싶었다



물은 굉장히 맑았고, 깨끗했다

우리나라 하천에서 나는 민물 비린내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탐페레가 공업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뭔가 삐딱하게 나는 바라보는 폼이

뭔가 예사롭지 않다



잠시 후, HJ는 뒤에 있던 각목을 들더니

붕붕 휘두르며 이쪽으로 뛰어왔다

웃으면서 오는 게 더 무서워



나를 때리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공격성을 내보이며 스트레스를 푸니 신난 HJ

때마침 햇살이 내리쬐고



그렇게 잠시 재미있게 놀고서는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갔다

아까 많은 힘을 써서 그런지

왠지 지친듯한 HJ의 뒷모습



탐페레에서의 이 날은 비가 오락가락 내렸다. 나는 HJ와 함께 산 커플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이게 두어 달 전부터 밑창이 갈라져 그 사이로 물이 들어오더라. 아니나 다를까? 이 날도 그 틈으로 물이 들어와 오른발 양말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그래서 신발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는데, 그 흔한 나이키 매장이 하나 없었다. 아니, 신발가게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거대한 '쇼핑센터(Koskikeskus)' 맨 아래층에 있는 거대한 스포츠 용품 가게를 찾았고, 그 곳에서 신발을 하나 샀다.


신발을 사자마자 화장실에서 갈아 신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머니를 뒤지고 가방을 뒤져도 나오지 않아, HJ를 테이블에 앉혀놓고, 신발을 갈아신었던 쇼핑센터까지 혼자 뛰어갔다. 동선을 되뇌이며, 신발을 샀던 가게, 신발을 갈아신었던 화장실,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뒤졌으나, 휴대폰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핀란드에서 산 신발

그러나 일부가 청바지에

파란물이 들어버렸다



허탈한 마음으로 음식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벗어놓은 점퍼에 손을 쑥 넣었는데, 휴대폰이 만져졌다. 아까는 분명히 없었는데, 만져졌다. 그러나 휴대폰이 바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 점퍼의 내피 안으로 만져졌다. 알고보니, 구스다운 주머니 안쪽에 옷감 쪽으로 트여 있는 곳이 있었는데, 휴대폰이 그 안으로 빠져 들어갔던 것. 나는 굉장히 시무룩해 있다가 그나마 제정신을 차리고 음식을 먹었다. 굉장히 맛있던 피자였는데, 어벙벙해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그냥 먹기만 했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