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는 호수가 참 많다. 그런게 신기한 건 그 호수들이 하나같이 상당한 절경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이 게시물에 정리한 호수는 남섬의 '푸카키(Pukaki)' 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인데, 이 호수 또한 살벌하게 아름다웠다. 특히, 다른 물 색깔이 다른 호수를 압살할 만큼 영롱하고 신비로웠다. 뉴질랜드의 자연을 담은 사진은 모두 그렇지만, 이 곳의 사진도 내공 부족으로 실제 느낌의 1/1000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푸카키 호수는 테카포에서 서쪽으로 가다가 마운틴 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퀸즈타운(Queenstown)'에 인접한 작은 소도시인 '와나카(Wanaka)'로 가는 길에 잠시 멈춰 푸카키 호수를 둘러봤다. 이 근처에는 이름난 연어 양식장이 있고, 거기서 싱싱한 연어회를 사먹을 수 있었지만, 우리는 배가 불러서 사먹지 않고 패스했다.
같은 호수지만 푸카키 호수의 물 색은
먼저 봤던 테카포 보다 더 밝고 신비로웠다
세상 본 적 없던 맑은 색이기도 했다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트레킹 길도
자연을 그대로 두면서 잘 정비해놨더라
호수의 북쪽을 내다보니
저 멀리 어제 들렀던 마운틴 쿡이 보였다
저 산 위의 눈이 녹이 이렇게 호수가 되었다
앞서 찍은 사진보다 그나마
원래 물 색깔에 더 근접하게 담긴 것 같다
그리고 호수를 보고 있는 한 커플
우리도 저 커플처럼 이 곳에서
한참 있으면서 이 풍경을 눈에 꾹꾹 넣었다
돌아서면 볼 수 없으니까
푸카키 호수의
풍경도 카메라에 담고 있는 HJ
셀카를 찍어도 모자를 판에
인형 사진을 찍고 있다니
그래서 HJ를 세워놓고
사진을 담았다
그런데, 키위 사진은 HJ가,
HJ + 키위 사진은 내가 찍으니,
권력구도가 키위인형 > HJ > 나 순서로
된 것 같은데, 왠지 기분 탓이겠지
우리나라 같았으면 정비한답시고
호숫가를 콘크리트로 발라놨을텐데
자연 그대로 둔 것도 너무 좋았다
푸카키 호수를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마운틴 쿡을 잠시 보고 있으니
'내가 살면서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멍해졌다
HJ가 키위 인형을 주머니에 넣은 후
빼꼼 빼더니, 너무 귀엽다고 꺄르르
저 녀석이 나보다 상전인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적인 느낌
호수 왼편으로 바위 산과
그 앞의 숲이 함께 만들어내던 풍경
HJ 어린이
사진이 왜 짱딸막하게 나왔지?
뉴질랜드의 다른 호수가 그렇듯, 푸카키 호수도 세로 길이만 대략 약 30km 정도로 굉장히 크다. 대략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석촌호수까지의 직선거리보다도 조금 더 길다.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의 거리라고 할까? 그래서 호수 주변으로 풍경을 볼 수 있는 스팟이 여럿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다른 스팟을 더 둘러보지 못하고, 호수 남쪽 끝에 있는 한군데만 들렀다. 그게 조금 아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