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여행

운탄고도를 따라 걸었다, 하이원 리조트 하늘숲길 / 2017.06.17

반응형

오랜만에 트레킹을 하고 왔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이원 리조트에서 '진행되던 하늘숲길 걷기 축제'에 참여한 것. 사실 나는 스키나 보드를 못타서 스키장에 가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럼에도 한여름에 스키장에 온 건 또 처음이었다. 여름이라 녹음이 우거진 산을 보니 참 좋았었고, 그 사이에 있는 슬로프를 보니, 참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숲길은 하이원 리조트의 슬로프 외곽으로 조성되어 있는 등산로 혹은 산책로이다. 옛날, 정선에 있는 탄광에서 생산된 석탄을 함백역까지 트럭으로 실어나른 길이었던 '운탄고도'의 일부와 다른 걷기 좋은 길들의 일부를 엮어, 하이원 리조트 마운틴 콘도와 하이원 CC를 잇는 탐방로를 만들어 놓았다. 대략 9.4K의 거리로, 3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었던 길이었는데, 역시 정선이라 그런지 길이 참 좋았다.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탄고도라는 길이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옛날에 이 길을 따라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 폐광만 남은 지금은 대부분 떠나버렸지만, 당시 그들은 이 길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졌다. 어떤 이야기가 남고, 어떤 이야기가 사라졌을까. 길은 그 이야기들을 모두 알고 있을테지만, 내겐 말이 없다.



우리 숙소는 힐 콘도였는데

행사장인 마운틴 콘도까지 가야 했다

무료로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했음



행사장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고

푸드존에서 간식을 먹고 잠시 대기 중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전망이 좋아서 한 컷 담았다



여기 하이원 리조트 인근은

하늘길 또는 운탄고도 라는 길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 길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늘숲길은 그 초입부터 아주 멋진 숲이었다

아마 전나무로 추정되는 나무들이 일자로

높이 솟아오른 모습이 너무나도 장관이었다



길의 상태도 괜찮았다

초반에는 이런 산길이었지만, 나중에는

차가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도로로 바뀌는 게

조금 아쉬운 정도였다



숲이 너무나도 멋진 그런 길이었다

순간적으로 뉴질랜드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 HJ에게 얘기했더니

자기도 약간 그런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하늘길 이 깊은 골짜기에

누군가가 탑을 쌓아놓았다

저건 참 볼 때마다 신기하다



왠지 채취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든 아이들



하늘길을 오르면서 보이던 다른 산들의 능선은

산 너머 산이나 첩첩산중과 같은 말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 근방은 원래 석탄을 캐던 탄광이 있었다

폐광 이후 갱도에서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이 나와

이렇게 가두어 놓고, 조금씩 흐르게 하여

자연적으로 정화가 되도록 시설을 만들어 놨다



우리는 산길을 오르고 올랐다

1차 목적지는 도롱이 연못이었는데

여기까지 가는 산길이 너무 좋았다



여기는 도롱이 연못

탄광이 있던 갱도의 지반 침하로 생겼는데

광부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함을

여기 살고 있던 도룡뇽에게 빌던 게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도룡뇽이 보이면 탄광이 무너지지 않을테니까



주최 측에서 제공해준 도시락과 물

그리고 질러 연어 육포를 먹고



다시 하늘길을 걸었다

무성한 숲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엄청 덥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기는 이 지역 최초의 탄광이라 한다

1177갱으로 입구만 다시 복원해 놓았다

여기서 채굴된 석탄은 트럭으로 함백역까지

이송되었는데, 이 때 만든 길이 '운탄고도' 이다



비록 함백역과는 반대방향인 하이원CC 쪽으로

걷는 길이지만, 이 근방에 10여 개의 탄광이 있었기에

아마 운탄고도라고 생각되는 길을 걸었다

(운탄고도 : 1990년대 초까지 석탄을 운반하던 길)



신록이 우거진 길을 따라가




마치 돌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곳을 만났다

여기는 '테일러스 지형' 이라고 하는 곳으로

돌들이 서로 의지하는 힘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멈춘 것처럼 있는 지형이라 하더라



지금 걷는 이 길은 6.25 이후 조림 사업 중에

심어진 일본 잎갈나무가 많은 곳이다

이 나무는 탄광의 갱도로 쓰였다고 한다

길 이름은 처녀치마길



4시간 정도 걸었나 싶다

저 멀리 목적지인 하이원CC가 보인다

뾰족탑때문에 마치 중세의 성 같은 느낌



완주해서 신난 HJ



하늘길 코스의 반대편 끝

혹은 역방향 시작점이 있는 곳

우리는 마운틴 콘도에서 시작했으니



주최 측에서 제공해준 무료 케이블 카를 타고

다시 마운틴 콘도로 넘어가는 중인데

케이블카의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서 놀랬음

대강 아파트 20층 높이를 넘을 듯



여기는 원래 하이원 리조트의 스키 코스인데

여름이라 눈이 녹은 곳에 흰 야생화가 가득 피었다

여기 백운산 인근은 야생화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골아 떨어졌다.


이번에 걸었던 하늘숲길은 걷기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하늘숲길 걷기 대회' 라고, 산림청, 내일신문 등이 주관하여 매년 이 맘 때쯤 하이원 리조트에서 개최하는 행사다. 이 행사에 참여하면 하이원 리조트 숙박비가 무려 70%나 할인된다고 하니, 트레킹도 하고, 리조트에서 숙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변에는 몇몇 관광지가 있었으나, 트레킹을 하고 나니 힘들어서 딱히 둘러본 곳은 없었다. 다만 하이원 리조트 옆에 강원랜드가 있어, 한 번 땡겨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