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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종로 아세아 전자상가와 그 뒷골목의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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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예지동 주변의 시계 골목과 귀금속 골목을 걷다보니 청계천을 마주보고 서 있게 되었다.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만 있다가 햇빛을 보니 반가웠다. 청계천 난간에 기대어 잠시 일광욕을 했다. 북유럽 사람들이 왜 일광욕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산뜻한 햇빛으로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내 앞에는 60년 전통의 아세아 전자상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가를 마주 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몇 개인가 골목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로 무작정 들어갔다. 종로구 장사동과 예지동에 위치한 전자 상가 골목이었다.



60년 전통 아세아 전자상가

하지만 곧 재개발 예정이다



청계천과 아세안 전자상가를 따라 걷다가

눈에 걸린 어떤 골목으로 들어갔다



복잡하게 꼬이고 꼬인 전선

어느 게 어떤 선인지 알 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본 워크맨과 MD

내가 학교다닐 때 실제로 많이 쓰던

제품들이 보여서 반가웠다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한 점포에서는 한 장인이

열심히 무언가를 손보고 계셨다



옛날에는 이런 모습이 무질서하고

낡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언제부턴가 이런 게 너무 좋다



간판을 대신하는 현수막의 포스

"서울상회, 딱한잔할까?"



사장님의 손글씨와

전자상가 답게 LED로 테두리를 강조한

서울식당 메뉴판

'딱 한 잔 아니하고 갈 수가 없다'



지나간 것들의 쓸쓸함



VHS 비디오 플레이어인 줄 알고

반가워서 사진을 담았지만

알고보니 CD 플레이어



이화정밀판금의 간판

이대로 박제 뜨고 싶을 정도로 멋졌다



발길 닿는 곳으로 정처없이 걷다보니

다시 귀금속 상가로 흘러들어왔다

어둡게 닫힌 셔터, 까만 그림자

눈치없게 한없이 푸른 하늘



'여기 분들은 참 쿨하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필요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전문가는 필요 없고, 그냥 내가 한다

겉모습 따위 신경쓰지 않고

그 쓰임새와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극실용주의



오토바이와 리어카

리어카도 참 오랜만에 본다



리어카도 앞에 보조 바퀴를 달아서

투입되는 힘 대비 이동성을 극대화 하고

방향 전환을 쉽게 만들었다



고양이를 한 마리 만났다

나는 동물에게 인기가 많은 편인데

이 녀석은 내게 관심을 1도 주지 않았다



아주아주 낡은 자판기

그저 관상용이랄까



여기에 계시던 분들이

식사를 하곤 했던 식당이지 않았을까

과거에는 왁자지껄 했을 것이다



무심히 세워진 오토바이가

쓸쓸한 골목



좁은 골목으로 검은 옷을 입은

한 어르신이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 주춤주춤 걸어오고 있었다



낡고 헤지다 못해

찢어져버린 천막



닫힌 셔터의 세계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모여 있는 펭귄처럼 있던 가스통들



창경궁로11길 24-4 번지와 그 인근

쓰레기가 번잡한 걸 보니

여기는 재개발로 인해 다 떠났나 싶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

길게 늘어진 그림자



건물이 낡아 타일이

떨어져나가는가 싶었다



WHAT??!!!!



고개를 들어 머리 위 그물망을 보니

실제로 떨어진 타일이 걸려 있었다

맞으면 크게 다칠 듯, 꼭지점이 뾰족하다



무엇을 씻을 때 쓰던 도구일까



박카스를 먹고 믹스커피를 마시고

담배 한 모금을 피웠다



종로 예지동 뒷골목 어딘가



이 곳은 나무나 풀을 전혀 볼 수 없었는데

그늘에 있는 한 나무에서 잎이 나고 있었다

그것도 이 한 겨울에, 푸르게 말이다



너도 나도 복잡하구나



한참을 걷고 돌다가 나왔다

종묘 맞은 편, 세운상가 앞이었는데

세상이 갑자기 밝아져 적응하기까지

잠시 멍때리고 있어야 했다



서울시 종로구 장사동 아세아 전자상가

그리고 우측 상단의 예지동 뒷골목



촬영 일자 : 2019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