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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스플리트(Split)에서 사라예보(Sarajevo)로 가는 길 /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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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남쪽으로 가는 여정 중에 '스플리트'(Split)에 이르게 되면, 다음 여행지로는 '흐바르(Hvar)', '코르출라(Korčula)'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바로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바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특이하게 여행 루트를 잡았다.


잠시 크로아티아를 떠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들어가 그 수도인 '사라예보(Sarajevo)'로 가는 길을 택했다. 원래는 사라예보(Sarajevo)에서 1박을 하고, 모스타르(Mostar)에서 1박을 하려 했으나, 사라예보(Sarajevo)에서 2박을 하고 모스타르는 생략한 채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제 스플리트 버스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사라예보(Sarajevo)행 버스 티켓을 사놨다. 아침 이른 시간에 차가 있어서, 일찌감치 일어나 호스텔을 나섰다. 돌아보면 이번 여행에서는 항상 호스텔에서 가장 먼저 짐을 챙겨 떠나는 것 같았다. 아침에 사람이 없는 길을 걸었다.


한편, 티켓 가격은 200KN나 넘어 여태까지 예매했던 모든 버스 티켓 중 가장 비쌌다. 티켓 가격이 비싼만큼 짐 싣는 게 무료가 아닐까 싶었으나, 아니었다. 똑같이 7KN를 받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중간에 국경을 지나가므로 반드시 여권을 몸에 소지하고 타야 한다.



스플리트 버스 터미널을 막 떠나던 순간이다

밤새 비가 내려 젖은 도로와 약간 쌀쌀했던 날씨

떠나는 순간에 급하게 아이폰으로 찍었는데, 이렇게라도 찍길 잘 한 거 같다



국경에 이르면, 버스기사가 자국어로 여권을 준비하라고 한 후, 영어로 'Passport!'라고 간단히 외친다. 여권을 걷어가기 때문에 가방에서 미리 꺼내거나 경찰에게 줄 준비를 하면 된다. 주의할 것은 국경에서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제한된다는 것. 그리고 국경은 한 번 넘을 때마다 두 개의 관리소를 지나게 된다. 하나는 출국하는 국가의 관리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입국하는 국가의 관리소.


버스를 탄 경우, 국경을 넘을 때의 절차는 간단하다. 가만히 앉아서 여권을 경찰에게 주면 된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여권에 도장을 찍어서 다시 가지고 와서 버스 기사와 함께 나누어 준다. 우리나라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비자협정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무비자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스플리트(Split)'에서 '사라예보(Sarajevo)'로 가는 버스의 동선을 그려보았다

중간에 '리브노(Livno)'와 '트라브니크(Travnik)'를 지나서 사라예보에 이른다

직선 도로가 없기 때문에 꼬불꼬불 엄청 돌아서 갈 뿐더러, 죄다 산 길이다

거리는 300km가 채 안되지만, 소요시간은 쉬는시간을 포함하여 약 9시간



국경을 지나고 잠시 잠들었다가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떴다가 깜짝 놀랬다

크로아티아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창 밖의 풍경이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와 있는 산은 크로아티아에서 봤던 것보다 더 험해 보였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거웠고, 후줄근해졌다



저 멀리 보이는 분지에 위치해 있는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사진 아래처럼 도로 시설이나 기타 시설들은 관리가 잘 안되는 것처럼 보였다

크로아티아랑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흐린 날씨였지만, 저 멀리 빛나 보였던 은색의 수평선 띠

무엇인지 감이 전혀 잡히질 않아서 매우 유심히 봤다

뭘까, 뭘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는데..



그 정체는 '부스코 블라토(Buško Blato)'라는 거대한 호수였다

이 호수는 면적이 56제곱 킬로미터나 되는 유럽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라는데

평지의 남쪽에 거대한 제방을 만들어 물 관리를 하고 있었다



M-16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서 본 호수 끄트머리의 풍경

공간은 더 있는데, 물이 말라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갔을 때가 가뭄이었는 듯 하다



'부스코 블라토(Buško Blato) 호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리브노 주(Livno Filed/Livanjsko Polje)'와 두브노(Dubno Field/Duvajnsko Polje)주에 있는 호수이다. 원래 이 지역은 전부 땅이었으나, 수력발전을 위해 1974년에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협동하여 호수로 만들었다. 이 호수의 남쪽에 물을 가두고 있는 거대한 제방이 있으며, 전력 생산시설이 있어, 달마치아 해안 지방에 전기를 공급한다.


인공호수 중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크다. 면적이 대략 56제곱킬로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수원시 절반 정도의 크기와 얼추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소양호처럼 관광지일까 싶었는데, 아닌 듯 했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크로아티아와는 많이 다른 풍경이었다

산이 많았고, 중간중간에는 민둥산도 제법 있었다

산이 많은 만큼 해발 고도도 높았는데, 이 지역이 해발 710M~750M 정도




중간중간에는 이렇게 사람이 살지 않는 광활한 지역도 있었다

내려서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고, 캠핑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얼마를 더 이동하니, 다시 밭이 보이고, 마을이 보인다

'쿠프레스(Kupres)'라는 마을인데, 크로아티아인이 많이 사는지

저 멀리 '성가족의 교회(Holy Familiy Church)'가 보였다



버스가 잠시 허름한 버스 터미널에 멈췄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닌 시골이라 그런지

창문 속의 나를 상당히 신기하게 보더라는



여기는 '체말로비치(Ćemalovići)'라는 작은 마을의 버스 터미널

건물 외벽과 기와는 떨어져 나가고 총탄 자국이 있으며

간판은 색이 바랜 모습



스플리트에서 사라예보까지 가는 버스는 일단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간다. 터널 같은 건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큰 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길은 왕복 2차선 도로라 생각보다 느리다. 물론, 버스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지만, 여기저기 터미널을 들리고 대기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생각 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다. 고속버스이긴 한데, 완행인 고속버스.


그 버스 안에 동양인은 나 혼자라, 튈 수 밖에 없었다. 시골의 버스터미널에서는 창 안에 보이는 내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직행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도시가 아닌 곳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보게 되어, 완행으로 돌아돌아 가는 게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뭔가 관광지로 가공된 것이 아닌 날 것의 느낌.



여정 내내 이런 산을 굽이굽이 돌아갔다

2차선 좁은 차로를 리무진 버스로 달리는데 정말 빨리 달렸다

창문 밖을 보는 내가 다 아찔할 정도로



공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는 키릴문자는 되게 낯설고 신기했다

마치 러시아에 온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이 나라에서 키릴문자는 세르비아인이 사용한다



버스가 터미널에 정차할 때는 버스기사 또는 동승하는 요금징수원이 뭐라뭐라 소리쳤다. 아마도 자국어로 "여기서 15분간 쉬었다가 갑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를 위해 "15 minutes break!" 이라는 말을 해줬는데, 나중에는 하지 않더라. 그래서 화장실 갈 때는 쉬는 시간이냐고 물어보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나를 두고 내 짐을 가지고 가버리면 큰일이니까.


그리고 사라예보에 거의 다 다다를 즈음에 버스기사가 교체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다. 이 버스에 가장 오래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은 스플리트에서 사라예보로 가기보다는 그 중간에 있는 작은 마을들에서 내리고 탔고, 끝과 끝이 큰 도시일 뿐, 시골의 작은 마을을 이어주는 버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다

이렇게 모스크가 있는 곳은 '보스니아인'들이 주로 사는 곳이다

이들은 민족에 따라 종교가 서로 다르기 때문

여기는 '키셀야크(Kiseljak)' 인근



사라예보 서쪽 외곽지역인 '라코비카(Rakovica)'

사라예보에 거의 다 왔다 싶어 마지막으로 담았다



스플리트에서 9시간이라는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사라예보(Sarajevo) 버스터미널

한 국가의 수도에 있는 버스터미널이라 하기에는 많이 초라했다

(이 사진은 도착하고 이틀 후, 두브보르니크로 떠나기 전에 담은 사진)



스플리트에서 사라예보까지는 정말 긴 여정이었다. 내 인생 살아오면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버스를 탔던 것 같다. 그리고 중간에 기사가 교체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내가 버스 기사보다 오랜 시간을 버스에 있다니..


여튼, 한국에서부터 기대를 하고 온 사라예보(Sarajevo)의 첫인상은 약간 허탈했다. 버스터미널이 너무나도 작고 초라했다. 역시 이 곳은 아직까지도 아픈 나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내로 가기 위해 트램 티켓을 사고자 티삭(Tisak)에 들렸다. 히잡을 쓴 보스니아계 젋은 여자가 있었는데, 매우 친절했다. 쿠나와 유로를 받지 않는다는 제스쳐를 하면서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더 당황했던 건, 버스터미널에 은행이 없어서 보스니안 마르크를 환전할 수가 없었던 것.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티켓 창구로 들어가 두브로브니크행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버스터미널은 유로를 받았다) 그리고 잔돈으로 트램 티켓을 구매했다. 내가 마르크를 가지고 트램 티켓을 사러 다시 오니, 그녀도 웃고 나도 웃었다.




사라예보 버스터미널은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도착하게 되면 일단 버스 터미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터미널 바로 앞을 1번 트램이 지나가기 때문에 트램을 탈 수 있지만, 이 곳을 지나가는 트램은 1번 하나 뿐이며, 배차시간이 20분 내외로 상당히 길기 때문에 조금 걸어나가서 다른 번호의 트램을 타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위 지도의 A가 사라예보 버스터미널이다. 터미널 앞으로는 큰 길이 나 있는데, 큰 길을 바라본 상태에서 왼쪽으로 걸어가 첫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고 조금 걸으면 삼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삼거리에 여러 번호의 트램이 지나가는 트램 정거장이 있다. 정확한 트램 정거장의 위치는 B. A에서 B까지는 걸어서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이고, 둥근 흰 원은 미국 대사관이다. 걸어가면서 오른편으로 미국 대사관이 있다면 맞게 가는 거다.


한편, 버스에서 하차하는 곳에 티삭(Tisak)이 있어, 트램티켓을 살 수 있지만, 유로나 쿠나(KN)는 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보스니안 마르크(KM)만 취급한다. 터미널 건물에 ATM 기기가 있어서 체크/현금 카드가 있으면 돈을 인출할 수도 있지만, 만약에 그럴 수가 없다면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티켓을 사면 된다. 터미널에서는 유로를 취급하고, 거스름돈은 보스니안 마르크로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