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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포르투 : 볼사궁전,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 성당 /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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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여행 자체를 많이 준비하고 오질 못해서 중간중간에 길을 잃을 때가 있었는데, 이 때가 그러했다. 문이 닫힌 사진박물관에서 골목길로 들어온 후, 더 좁은 골목길들을 방황했다. 그러나 그 길들이 시간을 잘 머금고 있어서 되려 더 좋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다가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라서 사람도 없었다. 조용히 걸으며 이국의 골목을 보고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 그러다가 너무 멀리 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현재 위치를 확인한 후, 가장 가까운 볼사궁전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볼사궁전 앞에는 '엔리케 왕자를 기리는 광장(Jardim do Infante Dom Henrique)'이 있었다

그러나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어서 눈쌀이 좀 흐려졌다

저 앞에 있는 네 건물도 예뻤다, 특히 맨 오른쪽에 있는 보라색 건물

(쓰레기는 사진 보정하면서 지워버렸다)



'볼사 궁전(Palacio da Bolsa)'은 개별 내부관람은 불가능했고

정해진 시간에 가이드가 동행해야 관람이 가능했다

현재는 증권거래소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원래 이 자리는 '성 프란시스코 성당(Church of São Francisco)'에 딸린 수녀원이었다. 그러나 1832년 전쟁 통에 화재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 원칙적으로는 교회에서 복구했어야 했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복구하지 않고 방치해두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다못한 당시 마리아 2세(포르투갈의 여왕)가 이 곳에 상업조합을 위한 건물을 짓기로 하고 기부를 받게 된 것이 이 건물이 지어지게 된 배경이다. 건물 자체는 포르투갈 최초의 철골구조물이며, 외부는 네오클래시컬 양식을 따랐다. 하지만 내부는 아랍의 양식을 일부 포함하여 매우 화려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 자체는 1850년에 완공되었는데, 인테리어는 60년 후인 1910년에야 끝났다고 하니, 얼마나 화려할까? 가이드 투어가 아니면 관람이 불가하다고 해서 그냥 지나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매시 정각과 30분에 있다고 한다. 겉모습만 보고 별 거 없을 것 같아서 지나가버렸지만, 잘못 판단했다. 들어갔어야 했다..



궁전 앞에 있던 작은 공원은

항해왕자 엔리케를 기리는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좀 지저분했다

사진은 공원 중앙에 있는 엔리케의 동상



공원을 지나 볼사궁전 바로 옆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성당으로 갔다

시계를 보니까 여기가 오늘의 마지막 입장지가 될 것 같았다

입구가 계단으로 살짝 높은 곳에 있었는데, '도우루 강(Rio Douro)'을 바라보았다

이 풍경이 참 멋있었다



처음에는 이 건물이 흰색이라 성당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건물은 볼사궁전의 일부이고 성당은 오른편에 있는 회색 건물이라는 거

그냥 들어가려 하니 직원이 가로막고 말하길 티켓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입구 맞은편에 있는 사무실에서 구입할 수 있었고, 3.5유로로 비싸지는 않았다



매표소가 있는 건물은 그다지 특이하게 보이지 않아서 사진을 담지는 않았다. 윗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3층짜리 건물의 1층에 매표소가 있었는데, 그 건물은 '특전의 집(Dispatch House/Casa do Despacho)'이라 불렸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면서 둘러보니, 이 건물에도 볼만한 것들이 있었고,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어서 잠시 돌아다녔다. 우선은 '보물실(Treasure Room)'을 갔다가 윗층에 있는 '회의실(Sessions Room)'을 간 후, '지하묘지(Catabomb)' 순서로 돌았다.



성당의 입장권에는 보물실과 회의실 관람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보물실은 방 하나 정도의 크기였는데, 그 이름만큼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스윽 둘러보면 될 정도라고 생각했다



보물실의 모습인데, 그냥 방에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보물실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회의실로 갈 수 있었다

그 곳으로 가는 계단에 아줄레주로 만든 패턴이 있었고 예뻐서 담았는데

나중에 상벤투 역에 가서 보니 이건 아무것도 아니더라



2층으로 올라가보니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3개의 문이 있었는데

이 중에 하나의 문만 열려 있었다



사실 회의실은 우와~ 하고 볼만했던 건 아니었지만

관광객이 없어서 생기는 정적과 오래된 냄새가 좋았다

커튼 때문에 내부로 스미는 빛도 부드럽게 퍼져 있었고



회의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천천히 한 바퀴 돌고나서 지하묘지로 내려갔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닥이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지하에는 '지하묘지(Catacomb)'가 있었다

사진과 달리 약간 붉그스름하면서 노란 조명을 썼었고

날씨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약간 눅눅하고 음침했다



저 번호 하나하나가 묘와 같다

이름과 사망한 연도가 쓰인 저 흰 벽 안에 시신이 있을 터

이런 묘지를 처음봐서 조금 생소했다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어두운 조명에 익숙해지고 나니

바닥도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바닥도 전체가 묘지였다

169번과 170번



전체적으로 이런 모습이었다

예전에 디아블로라는 게임에서 이런 이미지를 게임의 배경으로 뒀던 거 같은데

정말 잘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지하 깊숙한 곳에는 'Charity' 라는 이름의 하얀 석상이 있었는데

어두운 배경에 조명을 쏴서 굉장히 멋지게 전시하고 있었다

원래는 '아그라몬테 공동묘지(Cemitério de Agramonte)'에 있던 것을

이쪽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1902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아마 이 조각도 아그라몬테 공동묘지에 있던 것을 가져왔을 것이다

확실하지 않지만, 앞선 조각이 그랬으니, 이것도 그럴 것만 같다



다시 시신이 안장된 곳으로 나와서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크게 볼 건 없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독특해서 구경할만은 했다

돌아다니면서 1번이 어디있을지 둘러보며 다녔다는



입/출구에 있던 약간은 기괴한 모습의 재단



포르투갈에 공동묘지가 생긴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실내가 아닌 야외에 묘지를 두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불과 1845년까지만 해도 모든 포르투갈인들은 교회의 내부에 묻히거나 교회의 어딘가에 묻혔다. 아마도 땅이 작고 인구가 적으니 가능했던 것 같다. 이 지하무덤은 1746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749년에 완공되었고, 1866년까지 사용된 모양이다.


지하묘지를 나와 맞은 편에 있는 '성 프란시스코 성당(Church of São Francisco)'으로 들어갔다. 궂은 날씨 때문인지 관광객이 나와 어떤 사람, 두 명 뿐이었다. 성당 안에서는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가 배경음악으로 아주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숨이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화려하고 또 화려하고 또 화려해서

리스본에서 넋을 잃고 봤던 '상로케 성당(Igreja de São Roque)'은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는 나무로 정교하게 조각한 다음에

황금으로 마무리를 한 것 같았다

이 채플의 이름은 'Tree of Jesse'



메인 채플은 왠지 '브라가(Braga)'에 있는 성당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내부 전체가 정말 천상에 온 것처럼 화려해서

정말 영혼이 빠져나간 듯 뭔가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사진을 담는다고 담았는데

생각처럼 잘 담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꼭 다시 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당의 앞에서 뒤를 돌아본 모습

화려함에 비해 그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여러 채플들이 있었고, 하나같이 화려했다

내가 가진 렌즈로는 공간이 애매해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

눈으로 보는 것의 1백만 분의 1도 사진에 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보라, 이 극한의 화려함을



난 이상하게도 이 채플에 자꾸 눈이 갔었다

이 채플의 이름은 우리나라 말로 '이새의 나무(Tree of Jesse)'라고 하는데

예수의 족보를 나타내는 것이라 한다

내게는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너무 아름다워서 예술적인 의미로 다가왔다는



채플의 이름까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성모 마리아와 관계된 것이겠지

성당을 떠나기 싫을 정도로 이 곳의 인상은 강렬했다

내가 만약 포르투에 살았다면 매일 기도하러 올 것 같았다



내부는 화려함의 극한을 달리지만

겉모습은 저렇게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반전의 효과로 더 감동받은 것일지도 모르겠고



성당을 나와 리베르다드 광장쪽으로 돌아가는 길

연보라 색이 예뻤던 '성 니콜라우 성당(Paróquia de São Nicolau)'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문이 닫혀있었다



프란시스코 성당의 뒷모습

누가 저 모습을 보고 그 내부가 그리 화려하리라 생각하겠는가 말이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제는 실내 구경은 거의 힘들다고 봐야했다. 이 나라는 오후 6시가 되면 대부분의 관광지가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까지 봤던 성 프란시스코 성당을 오늘의 마지막 관광지로 정했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화려한 모습이 내게는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종교적 의미를 배재하고 예술적으로 해석해버리는데, 그래도 굉장했다. 그리고 '나중에 죽기 전에 한 번 더 와야지' 하는 곳은 몇 군데 없었는데, 이 곳이 그 중의 한 곳이 되었다.


발길 닫는대로 동쪽으로 걸어 시내 쪽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