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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태국

태국여행 - 방콕 에메랄드 사원 둘러보기 (상) / 2014.09.04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우리의 숙소는 '센터 포인트 쑤쿰윗(Centre Point Sukumvit)'이었는데, 후기 중에 아침 식사가 굉장히 맛있었다는 글이 있어서 살짝 기대를 해봤더랬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끄라비에서 묵었던 아오낭 빌라 리조트의 음식이 더 맛있고, 가짓 수도 더 많았다. 4성 호텔이라 시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연달아 두 곳을 묵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비교는 되더라.


어제 일정이 조금 힘들어서 게을러진 탓인지, 오늘은 천천히 여유있게 움직였다. 혼자 왔었더라면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였을테지만, 혼자 온 것이 아니므로. 오늘은 에메랄드 사원과 왕궁, 그리고 카오산 로드를 보는 것 정도로 일정을 잡았더랬다.


숙소에서 큰 길까지 무료 툭툭이 운행하고 있어서, 툭툭을 잡아타고 큰 길로 나와 택시를 타서는 왓 쁘라깨우(The Emerald Temple)로 가자고 했다. 택시는 고속도로를 경유해서 간다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방콕에서는 택시를 타다가 고속도로를 지나가게 되면 탑승자가 톨게이트 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톨게이트에 도착해서 50바트를 기사에게 주었다. 택시는 교통체증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으며 목적지인 에메랄드 사원에 도착했다. 요금은 톨게이트비를 제외하고 미터기로 103바트가 나왔다. 합리적인 수준. 그리고 이 곳을 세번째로 방문하는 나.



우리는 이 곳에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복장이었다

둘 다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입구 오른편에 있는 복장 대여소에서 옷을 빌렸다



이 날은 무척 더웠고 햇살이 강했다

그래서 끄라비에 있던 것보다 더 힘들었었다

(나중에 HJ는 실제로 컨디션이 안좋아진다)



이 곳은 항상 올 때마다 사람이 많았던 듯

한편 날씨는 이번이 가장 안좋았다

너무 무더운 날이었으니까



1인당 500바트씩 표를 끊고 에메랄드 사원의 입구로 가는 길

여기는 몇 년째 변한 것이 없구나

덕분에 너무나도 익숙했다



약 4년 전에 왔었을 때는 이 그림이 보수 중이었는데

깔끔하고 쁘띠하게 새단장이 되었더라

이러한 그림은 사원을 둘러치고 있는 벽 전체에

178개로 나뉘어 그려져있다



라마키얀(Ramakian)이라 불리는 이 서사화는

현재 태국을 통치하고 있는 짜끄리 왕조가

수도를 방콕으로 옮기면서 진행했던

3대 숙원 사업 중의 하나였다



라마키얀이 그려져 있던 회랑과

그 회랑을 둘러보는 사람들

약 200여 년간 이 그림은 끊임없이 보수되어 왔다

국왕이 그림의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 하기 때문에

그 상정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라마키얀(Ramakian)'은 현재 태국을 통치하고 있는 짜끄리 왕조가 왕위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벌였던 3대 사업 중 하나이다. 짜끄리 왕조의 태동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아유타야 왕국이 멸망할 때인 1768년을 되짚어봐야 한다.


태국은 그 당시에는 '아유타야(Ayutaya)'를 수도로 한 왕국이었다. 하지만 주변 국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버마(현재의 미얀마)와 자주 전쟁을 하다가 1768년 수도가 함락되면서 아유타야 왕국은 몰락하게 된다. 현재 아유타야에 남아있는 수많은 불상들과 건물의 흔적은 그 때 버마인이 아유타야를 불태우고 남은 흔적이다.


하지만 태국인들은 곧바로 군을 재정비해 버마인들을 물리쳤다. 이 때 중심이 되었던 사람은 중국계 태국인으로 추정되는 딱신 장군. 그는 엄청난 업적을 세우게 되는데, 우선 버마의 침공을 물리치고, 현재의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지역을 국토로 편입시켰으며, 캄보디아의 일부로 국토를 확장시킨다. 그리고 폐허가 된 아유타야에서 톤부리(지금의 방콕 인근)로 수도를 천도하였고, 에메랄드 사원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스스로를 피아딱신이라는 이름으로 왕이라 칭했다. 한편, '챠오피아 짜그리'는 공을 많이 세운 딱신 장군의 부하였다.


안타깝게도 피아딱신왕은 말년에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키고 만다. 이로 인해 국정이 매우 불안해지자, 캄보디아와 전쟁 중이던 챠오피아 짜끄리는 수도로 돌아와 왕을 죽인다. 그리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짜끄리 왕조는 이렇게 1782년에 시작되었다.


쿠데타를 통해 왕위를 손에 넣은 짜끄리 왕조는, 여러모로 약점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는 왕권 강화가 필수적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야유타야 왕국의 정통성이 꼭 필요했다. 이를 위해 문화적인 정책을 실시하는데, 약 2천 3백년 전에 인도에서 쓰여진 영웅적인 대 서사시인 '라마야나(Ramayana)'를 태국판으로 각색하여, '라마키얀(Ramakian)'을 편찬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줄거리는 비슈누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환생한 '라마(주인공 이름)'가 악귀와 싸워 이긴 후, '아요디야'라는 나라를 건국한다는 내용.


특이한 것은 이름이나 지역의 명칭을 포함한 모든 것을 철저하게 태국식으로 썼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습이나 풍습, 예절이나 유머까지도 태국식이라고 한다. 따라서 당시 대중은 이 서사시의 주인공을 그들의 왕이라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들의 왕이 신의 현신이자 악귀와 싸워 이긴 영웅이라는 것을 대중으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에메랄드 사원의 벽에 화려하게 그려진 그림들은 이 라마키얀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이다. 에메랄드 사원이 태국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임을 고려해보면, 굉장한 의미가 있는 그림인 것이다.



매우 화려한 황금색의 사원

예전에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복작거렸다



에메랄드 사원을 들어가자마자 있는 이 동상은

타이 마사지를 만들어 낸 사람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갈비뼈가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 탑

'프랏 씨 랏타나 체디(Phra Si Rattana Chedi)'

황금색의 둥글둥글함이 인상적이었던



그 맞은편에 있던 에메랄드 사원의 본당으로 건너왔다

사진은 본당의 회랑인데, 매우 화려했다



전체로 보면 매우 정교해보이지만

자세히보면 그렇게 정교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건축물과 비슷한 특징



본당인 '우보솟(Ubosot)' 측면에 있던

가루다(Garuda)와 나가(Naga)

가루다는 인간의 몸을 가진 독수리이고

나가는 가루다의 손에 있는 뱀(수호신)이다



에메랄드 사원의 본당의 회랑을 한 바퀴 돌았다

이 곳은 신발을 벗어놓고 올라가야 했다



기둥의 화려함은 노가다 작업의 산물이었다

저 작은 조각을 하나하나 붙여서 화려함을 만들었으니



그리고 에메랄드 사원에 고이 모셔져 있는

옥으로 만들어진 본존불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밖에서 담았다



에메랄드 사원의 본존불은 하나의 옥(Jade)으로 만들어진 높이 66cm의 불상이다.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전설에 따르면, 제작된지 2천 년이 넘었다고 전해진다. 기원전에 인도에서 제작되었고, 내전을 피해 현재의 스리랑카로 옮겨갔다고 한다. 서기 457년에 인도로 반환되던 중, 불상을 싣고 가던 배가 난파되면서, 불상도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불상은 정말 신비롭게도 바다 속에서 수천 Km 이상을 이동해, 현재 캄보디아의 어느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당시 그 지역은 태국의 옛 왕조인 아유타야 왕국의 속국이었던 터라, 불상은 아유타야의 왕에게 조공으로 바쳐졌다. 이후, 버마와의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틈에, 불상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1434년, 치앙라이의 한 사원에 있던 탑(체디)이 벼락을 맞아 부셔졌고, 그 잔해에서 석고로 만든 불상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석고가 벗겨지면서 그 안의 옥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불상이 언젠가 갑자기 사라졌던 불상임이 확인되자, 사람들 사이에서 신비로운 불상으로 신성시되기 시작했다고..


이 이후부터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 여정이 상당하다. 람빵(태국)에 22년, 치앙마이(태국)에 84년, 루앙프라방(라오스)에 12년, 비엔티엔(라오스)에 215년, 톤부리(태국)에 4년간 머물고, 마침내 1784년에 방콕(태국)에 안치된다. 처음에는 새벽사원인 왓아룬에 있다가, 에메랄드 사원이 완공되고 난 후, 현재의 위치로 모셔지게 된다.


태국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불상이며, 1년에 4번 국왕이 직접 불상의 옷을 갈아입히는 의식이 진행된다. 이 불상은 태국의 국왕 외에는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다.



이 거대한 사원은 불타버린 아유타야의 사원을 본따서 지었다

앞서 언급한 짜그리 왕조의 왕권 강화의 목적으로

그래서 매우 화려하고 큰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



'프랏 씨 랏타나 체디(Phra Si Rattana Chedi)'

이 곳은 올 때마다 사진찍을 각이 안나와서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러했다



체디 옆에 있는 '쁘라몬돕(Phra Mondop)'

엄청나게 정교하고 화려한 이 건물은 도서관이라는 거



이런 풍경

저 주황색과 녹색의 반짝이는 지붕은 여전했다

나중에 또 와도 그대로겠지



사원의 출입문을 지키는 '톳히리톤(Thotsakhirithon)'

우리 말로는 '야차'라 불리는 무서운 귀신



햇빛이 너무나도 강해서 덥기도 했고

생각보다 너무 금방 지치기도 했다



내가 선물했던 부채가 가림막이 될 줄이야



에메랄드 사원의 본당인 '우보솟(Ubosot)'의 지붕이다

전통적인 태국 건축물의 지붕에는 위로 뾰족하게 솟은 부분이 있는데

이는 새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겹지붕 또한 특징



진에어에서 방콕 노선을 개설하고, 얼마 후에 출장 때문에 방콕을 방문했다가 잠시 자유시간을 내어 한 번 다녀왔었다. 그리고 2011년에 친구와 한 번 왔었고, 그리고는 이번이 세번째인데, 이 곳은 시간이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바뀐 것이 있다면 보수되고 있는 라마키얀 정도?


약 200여년 전, 에메랄드 사원이 막 지어진 직후에도 이 모습 그대로였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 2014.10.27 23:13

    비밀댓글입니다

  • 월덴지기 2014.10.30 23:23

    가까운 거리에서 웅장한 건축물을 한 화면에서 담아내려면 광각 렌즈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토키나 11-16을 사용하고 있는데 만족합니다. 여행기 잘 봤습니다. 2010년 1월에 다녀온 방콕 여행기가 밀려 있는터라. ㅠ.ㅠ

    • lifephobia 2014.11.01 00:24 신고

      네, 맞아요.
      예전에는 렌즈를 바리바리 싸서 들고 다녔는데..
      전문 작가도 아니라서, 이제는 하나만 가져가거든요.
      태국 여행은 그나마도 무거워서 단렌즈를 가져갔더랬죠. ^-^
      그리고 저도 여행기가 엄청 밀려있어요.. ㅠ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