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날은 매우 뜨거웠다. 나조차도 '와, 이거 좀 심하게 더운데?' 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뭐랄까? 천천히 익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끄라비는 바다가 옆에 있어 그런지, 차라리 덜 더웠는데, 방콕은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우리는 에메랄드 사원에 있었고, 인근에 짜오프라야 강이 있었지만,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엿부족이었다. 더운 날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그런 티는 별로 안내고 돌아다녔다.
에메랄드 사원은 뭔가 엄청 오래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오래된 건 아니다. 1782년에 완공되었으니까, 대략 200년이 조금 넘은 셈이다. 그리고 이 사원은 쿠데타로 수립된 왕권의 강화를 위해 아유타야의 불타버린 사원을 본따서 만들어졌다. 그건, 아유타야 왕국이 가지고 있던 태국의 정통성을 자신이 세운 왕조에서 잇고 싶어 했던 짜끄리 왕조의 첫 번재 왕, 라마 1세의 바램이기도 했다. 사원이 완공된 직후에는, 인근 여러 국가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불상 중 하나인 에메랄드 불상을 모셔두어 현재에 이른다.
덥다, 더워
그늘에서 HJ가 부채질을 하고 있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작 빛나는 이 아이는
쁘라몬돕(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다
매우 독특한 건물의 외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각진 디자인
쁘라몬돕 뒷편에는 앙코르와트 모형이 있었다
이게 뭐 대단하냐 싶겠지만
이 모형은 제작된지 200년이 넘은 모형이다
당시의 왕이 실물을 보고 감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반바지 때문에 대여한 치마를 입고 합장을 한다
햇빛 때문에 배경이 화려하고 또 화려하다
사진을 찍을 때는 깔깔대며 잘 찍었는데
지금보니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었나 싶다
살이 쪄서 포동포동하다
틀렸다
싱크로가 안맞는 포즈
건축물을 떠받들고 있는 이 아이들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재미있었던 건,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 포즈로 사진을 담더라는 것
옛날에는 카메라를 피했으나
이제는 카메라 피하는 게 귀찮은지 눈을 감는다
인근의 풍경
왼편의 흰 탑은 크메르 양식이라는 게 특이하다
이 곳은 타이의 사원이지만
인근 국가의 다양한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우리도 누군가의 눈에는 저리 보였을터
본인에게는 각자 특별한 시공간이지만
3자가 되면 그 특수함이 사라진다
전설 속의 주인공이 동물과 사람이 혼합된 형태인 것은
동서양이 비슷한 것 같다
서양에는 켄타우로스, 태국에는 '낀나라(Kinnara)'
아주머니들께서 불경을 외우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벽에는 라마키얀이 그려져 있었다
사원을 천천히 걸으며
나무 위의 나무도 담아보고
태국 역대 왕의 실물 사이즈 동상을 보관하고 있다는
그리고 크메르 양식으로 지어진
'프라삿 브라 텝 비돈(Prasat Phra Thep Bidon)'도
프레임 속에 담아보고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 같았으면
저 부분은 나무가 격자 모양으로 되어 있을 것이고
단청이 그려져 있었을테지
학과 같은 새에게서 모티브를 받은 것 같다
각도가 애매해서 담기 힘든 세 개의 탑 중에
가장 잘 담은 것 같은 '쁘라몬돕'
이 건물은 도서관인데 일반인 공개는 되지 않는다
부채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몇 장의 사진을 날려먹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오기로 한 장
우리나라에서는 '야차'라 불리는 '톳히리톤(Thotsakhirithon)'
그 사이에서 신난 HJ
사원은 이쯤 구경하고, 왕궁으로 향했다. 그러나 날이 너무 더워서 둘다 힘이 빠지고, 지쳐 있었다. 심지어 우리는 물도 안가지고 있었다. 중간에 식수대가 있었지만, 뭔가 께림칙해서 그 물을 마시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어지는 왕궁은 정말 뚝딱뚝딱 지나가 버렸다. 구경한다기보다는 그냥 걸어갔다는 표현이 맞을 듯. 몇몇 건물에서는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된 터라 사진을 담을 수 없었던 곳도 있었고.. 아무튼, 우리는 곧 왕궁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