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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2 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 - 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 폴리네시안 스파로 이동하기 /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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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까지는 약 3시간. 그곳을 당일로 다녀와야 했다. 여유가 있으면 1박을 해도 좋으련만, 내일 새벽에 퀀즈타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어떨 수가 없었다. 그리고 폴리네시안 스파는 원래 우리의 목적지가 아니었다. 원래는 루지를 타려고 했으나 비가 많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다가, '세계 10대 스파'라는 문구에 홀려서 즉흥적으로 가게 된 곳이다.


로토루아로 이동하는 길의 풍경은 너무 목가적이었고, 일부는 차예서 내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굉장했다. 아울러 폴리네시안 스파는 우연히 가게 되었지만, 너무나도 만족했다. 한 번만 갔던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대만족이었다.



비가 온다고 숙소에 콕 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쨌든 우리는 새벽 5시반에 일어나 로토루아로 출발해야 했다

GPS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JS



오전 6시 이전의 이른 아침이었는데 거리는 생각보다 활발했다

대부분 출근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세상에는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침 해가 떴지만 흐린 구름에 가려져 보이진 않았다

다행이었던 건, 빗방울이 얼마 동안은 잦아들었다는 거



차를 타고 출발한지 30여분이 지나자, 우리는 서서히 오클랜드의 외곽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점점 건물이 드문드문해지더니, 목초지가 많아지면서 도시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지방의 어디를 가더라도 자연과 이질적인 느낌의 건물이 많은데, 이 곳은 너른 목초지가 있을 뿐 다른 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시야가 차단되지 않고, 저 언덕 너머 멀리까지 잘 보였고, 그래서인지 마음도 편했다.


그리고 그 목초지에서 방목되다시피 키워지고 있던 소와 양들. 스트레스 없이 돌아다니면서 풀을 뜯으니, 어제 먹었던 고기처럼 고기 맛이 어마어마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엔가, 나와 소를 비교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들의 뭔가가 부럽기도 했다.



어쩌면 뉴질랜드가 영연방 국가라서 목초지가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낙농업때문에 조성한 것이겠지만

나는 영국에서 이런 목초지를 많이 봐서리

낯선 풍경에서 영국이 느껴졌다



차 안에 있다보니 심심해서

이런 사진도 한 번 담아봤다



창 밖의 비는 오다가 잦아들다가를 반복했다. 우리는 음악을 틀어놓고 이동했다. 오클랜드를 떠나 남동쪽으로 이동해 로토루아로 가고 있었고, 초행길이라 GPS가 일러주는 대로 이동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과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왕복 2차선이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도로는 그렇게 좋은 게 아니라서, 우리나라의 도로가 더 잘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우리나라와 달리, 뉴질랜드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기 때문에, 길을 무리하게 넓힌다거나 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러면 좋겠는데..



길을 가다가 너무 멋진 곳이 있어서 차를 잠시 세웠다

그리고 각자의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사진을 담았다



이 곳은 5번 고속도로 Thermal Explorer Hwy의 어느 곳인데

타파파(Tapapa)에서 동쪽으로 약 3.5km 떨어진 지점이다



2~3분에 1대 꼴로 차가 지나가던 곳이라 우리는 이 곳에서 잠시 놀았다

일단 JS 부터 점프!



그리고 BJ가 합세하여 또 점프



이거 뭐, 바보들도 아니고

친구들은 낄낄거리며 점프를 하고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방인인 우리로 하여금 가던 길을 멈추게 했던 풍경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나무로 만들어진 동굴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 엘프가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인적이 없고, 이렇게 예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아주 난리가 났을텐데



앞 뒤가 모두 이런 풍경이었다

비가 내려서 숲 속의 공기가 습기를 머금고 있었고

그게 이 곳의 분위기를 더 농밀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왠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는 것만 같아서 살짝 들어가보니



이렇게 비석이 하나 있었다

뉴질랜드 정부가 이 땅의 주인이었던 투코레헤에게

감사함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라 쓰여 있었다

투코레헤(Tukorehe)는 원주민을 지칭하는 말 같음



누군가 행운을 비는 표식으로 동전을 올려놓아

나도 동전을 하나 올려두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로토루아에 가까워지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리는 비가 쉽게 멈출 것 같진 않았고, 빗방울도 아주 굵었다. 그래서 우리는 진지하게 가서 뭘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루지를 타려고 했으나, 실외시설이라 비 때문에 영업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뒷좌석에서 가이드북을 보고 있던 BJ가 우리에게 하니씩 아이템을 던졌는데, 결국에는 폴리네시안 스파에 가서 스파를 한 두시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특히, 세계 10대 스파 중 하나라는 점이 우리를 매료시켰다.



도착했다, 로토루아의 폴리네시안 스파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와서 그런지, 시내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버먼트 가든도 가고 싶었지만 비가 많이 내려서

비를 맞으며 사진만 담았다



자랑스럽게 붙어 있는 세계 10대 스파 표식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기가 조금 애매했다. 그래서 내부 사진은 없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인데, 시설은 깔끔했다. 유황 온천이라 도착하기 5분 전부터 계란 썩은 내 같은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정도로 유황의 농도가 짙은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락커는 이 곳에서는 별도의 요금을 내고 이용해야 했다. 우리는 중요한 물건들은 그냥 차에 두고 왔기 때문에, 현지인들처럼 옷과 소지품과 신발을 바구니에 넣어 잠금장치가 없는 선반에 뒀다. 그리고 입장료와는 별도로 수영복과 타월 대여가 가능했다.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내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특이했던 건 대부분 노천탕이라는 것. 지붕이 있는 곳도 있었지만, 없는 곳도 있었고, 호수와 노천탕이 접하고 있어서 경치도 매우 좋았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운치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일본 원숭이가 온천에 몸을 넣고 비바람을 맞는 그림. 우리가 딱 그러했다. 지붕이 없고, 로토루아 호수와 가장 가까운 탕에 들어가 온천을 하면서 모락모락 피워오르는 흰 유황 연기 사이로 내리는 비를 맞았다. 그리고 콜라 하나를 나누어 마셨다. 그제서야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뉴질랜드에 여행오면 이 곳에 꼭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