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여행/'12 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 -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에 있던 거대한 호수, 테아나우 다운스 / 2012.09.05

반응형

오늘은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여행하는 날이다. 어제처럼 이동거리가 상당히 길어서, 오늘 테아나우(Te Anau)를 출발해 밀포드사운드를 찍고, 그 다음에 퀸즈다운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동선이 매우 길어서 비효율이 발생되기도 하지만,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은 그 길 하나 뿐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는 길에 테아나우 다운스(Te Anau Downs)에 들렸는데, 너무 광활하고 고요해서 잠시 진공상태에 있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 없을 때 가니까, 어마어마한 곳이더라.



계속, 새벽에 일어나 이동하는 일정을 반복해서 그런지

아니면 간밤에 추위에 떨면서 잠을 자서 그런지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야 했으나, 늦게 일어났다

그리고 남은 음식들로 아침을 먹었다



테아나우 YHA의 실내 모습

쇼파에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는데

저 분은 어제부터 노트에 뭔가를 계속 쓰고 계시더라는

오늘 아침에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미소만 보이시다가

우리보다 먼저 걸어서 떠나셨다



아침을 먹고 씻고 짐을 챙기고 테아나우 YHA를 나섰다. 원래는 새벽같이 일어나 여유롭게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에 있는 여러 명소들을 들릴 예정이었으나, 아침 9시 즈음에서야 YHA를 떠났다. 그리고는 밀포드 사운드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어디어디를 들릴지 논의를 했었고, 그 중에 가장 처음 들린 곳이 테아나우 다운스(Te Anau Downs)였다.



잠시 후 우리는 거대한 호수를 마주하게 되었다

보자마자, 우와 하는 감탄사가 나오던 풍경

퀸즈타운에서 봤던 와카티푸 호수와는 다른 느낌



눈 뎦인 산의 꼭대기는 구름이 덮고 있고

산 아래에는 나무가 숲처럼 모여 있고

그 앞에 떠 있던 배 두 척

그러나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뉴질랜드 어디든 그러하듯, 물은 굉장히 맑았다

호숫가에는 나뭇가지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는데 신기했음



테아나우 다운스에는 정말 허접한 선착장이 있었다

알고보니, 이 곳에 밀포드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대한 배가 정박한다고 한다



구름끼고 흐린 날, 호수도 산도 고요한 적막 속에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어서, 거대한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소리를 안내고 가만히 있으면, 내가 사람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작은 선착장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는 BJ와 JS



그리고 선착장 한 켠에 있던 작은 미터기

배가 이 곳에 정박하는 동안 기름도 넣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관련 시설은 안보였는데



순간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느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아무도 없는 행성으로 이동한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나무를 엇대고, 칠해놓은 페인트는 벗겨졌지만

배를 정박시키기 위해서 이 곳에 필요한 시설은 딱 이만큼이면 된다

굳이 거대하고 화려하고 시설을 지을 필요는 없다



테아나우 다운스에서 잠시 무한한 적막함을 느낀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다음 목적지인 미러 레이크(Mirror Lake)로 향했다

표지판을 찍고보니 밀포드 트래킹 출발점이라고



이 곳은 주차장과 이 선착장 외에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시설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도 없었다. 만약 우리나라 같으면, 건물을 올리고, 상인들이 들어서고 시끄러워지고도 남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하지 아니하고, 자연 그대로 두는 이들의 사고방식이 부러웠다.


유명하기로는 이 곳보다 미러 레이크가 더 잘 알려져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 곳이 더 좋았다. 다른 관광객이 없이 우리끼리만 화서 그랬겠지만, 너무 고요하고 광활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그러했듯 외딴 행성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라던가, 진공상태 속에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