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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2 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 - 마운틴 쿡 케아 포인트까지 가려했으나 기상악화로 실패 /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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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타운에서 제법 오랫동안 갈려서 '마운틴 쿡 방문자 센터 (Mountain Cook Visitor Centre)'에 도착했다. 역시 비수기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고, 우리처럼 잠시 들렀다가 가는 사람보다는 며칠 동안 있으면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날씨는 지형이 험해질수록 더 안좋아져서, 비가 제법 굵게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마운틴 쿡까지 오긴 했지만, 일정 상 '케아 포인트(Kea Point)'까지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있어서 먼저 방문자 센터에 들어가 화장실도 다녀오고, 기념품 가게도 둘러보면서 시간을 좀 보냈다. 다행히도 오래지 않아 비가 그쳤다.



마운틴 쿡 방문자 센터(Mountain Cook Visitor Centre)에서 바라본 풍경

마운틴 쿡이 저렇게 생겼겠지 싶었다

저 산은 딱히 봉우리에 이름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는



방문자 센터를 둘러보며 몇 장의 사진을 담았다

주변 경관을 헤치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자연 속에 건물이 품긴 듯한 인상을 받았다



비가와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행히도 비가 잦아들어 케아 포인트로 길을 나섰다



등산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산은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트래킹을 꼭 하고 싶어졌기도 했고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케아 포인트까지는 1시간



길은 데크와 자갈밭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시작 지점이다보니까 그런가 싶었다



뉴질랜드 어느 곳이든 그렇지만

이 곳도 그 풍경이 참 예뻤다



BJ와 JS가 앞서서 가고

나는 약간 뒤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뒤따라 걸었다



지금의 모습도 이러한데

케아 포인트의 풍경은 어떨지

마운틴 쿡의 모습은 또 어떨지 막 설레였음



중간중간 나무가 우거진 길을 지났다

겨울이라 잎이 없었지만

그냥 봐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나무들 같았다



고사리인가?

뉴질랜드의 상징물과 비슷하게 생김



끝이 안보이는 거대한 산을 보면서 걸었다

JS가 마운틴 쿡은 등반가들이 에베레스트를 타기 전에

연습삼아 오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럴만하다 싶었다



뭔가 악마의 소굴과도 같은 곳

왠지 그런 느낌이라 한 컷 담았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안에는 푸르렀다

마치 나무로 터널을 만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먼 산이 웅장하게 다가오고

그 위에 쌓인 눈이 아름다워 사진으로 담았다



내리던 비는 그쳐 있었지만

바람이 살짝 세게 불던 날씨의 나



JS



그리고 BJ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

정말 멋졌다

트레킹을 묘미는 이런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우리 셋은 신나서 앞으로 막 걸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 셋 다 너무나 신났었다



주차장 같은 곳이 잠시 보여 살짝 쉬었다가 갔다

이 지점이 약 30분 정도 걸어온 지점이었고

나중에 우리는 차를 이 곳으로 가져오게 된다



이정표는 우리의 목적지인 케아 포인트까지

약 30분 정도 남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변함없는 풍경

마치 사자의 털 같았던 풀들이 인상 깊었다

황금색이었는데, 그 색이 참 신비로웠다



저 앞에 눈이 쌓인 산도 굉장히 가까워졌고

느낌에는 케아 포인트가 바로 저 앞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풀들도 길이가 매우 짧아져 있었다



이 지점부터 바람이 점점 세게 불어왔던 것 같다

케아 포인트로 다가갈수록 그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다

그리고 비바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케아 포인트 바로 앞에서

인생에서 맞아본 바람 중에 가장 센 비바람을 맞았다

몸무게 75KG의 성인이 앞으로 걷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그리고 함께 갔던 BJ는 비바람이 주는 공포에

바닥에 엎드릴 정도였다



비바람으로 극한의 공포를 경험했다

바람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도 이렇게 바람이 매서운데

케아 포인트까지 가면 몸이 부서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



마운틴 쿡에서의 여정을 영상으로 기록해봤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는 바람이 너무 세서

도저히 카메라를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비바람이 주는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케아 포인트를 지척에 두고 되돌아나왔다



비바람을 어느정도 견딜만한 곳까지

거의 도망쳐오다시피 하여, 그 몰골을 담았다



우리는 속옷까지 다 젖었고, 셋 모두 매우 추워 했다

다들 귀신에 홀린 듯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나는 모자를 잃어버렸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우리는 케아포인트 바로 앞까지 갔었다. 느낌에는 약 300미터 정도만 가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비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서 앞으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비바람 따위에 공포를 느꼈다는 게 우스운데,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 순간을 담고 싶어서 카메라로 영상을 담아봤으나, 카메라를 조작하기는 커녕 들고 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야속함과 아쉬움을 남기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되돌아가는 길에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렸다. 옷은 물론 신발과 속옷까지 다 젖은 우리는 20여 분을 걸어가 전체 코스의 중간 지점 즈음에 있는 주차장에서 한숨을 돌렸다. 그나마 등산복 차림이었던 JS의 상태가 가장 양호하여 자동차를 가지러 마운틴 쿡 방문자 센터로 혼자 떠났다. 그 사이 나와 BJ는 큰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면서 젖은 옷을 벗어서 물을 짜내고 털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추위에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얼마간 기다리자 JS가 주차장으로 차를 가져왔고, 우리는 길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아래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젖은 옷은 자동차 뒷좌석에 널어 말리면서, 이 곳 마운틴 쿡에 아쉬운 마음을 가득 남긴 채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정말 안타까웠던 건, 조금 이동을 시작하니

이렇게 비가 거짓말 같이 그쳤다는 것

슬몃 파란 하늘이 보일 정도로



마운틴 쿡이 짖궃은 거라고 생각했다

혹은 우리에게 다음에 한 번 더 오라는 신호일 수도



결국 우리의 무모하고도 야심찬 마운틴 쿡 트래킹 맛보기, 즉 케아 포인트까지 가보려던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강한 비바람에 공포를 느끼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에 탔지만, 제법 오랫동안 추위에 시달려서 고생했더랬다. 그동안 뉴질랜드의 다른 풍경이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케아 포인트도 어마어마한 풍경을 보여줄 것만 같았는데, 너무 아쉬울 따름. 그 짙은 아쉬움을 추운 가슴에 안고 이 곳을 떠나, 오늘의 숙박 예정지인 티마루(Timaru)로 떠났다.


이 곳에서 온 몸으로 받아냈던 바람은,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겪었던 바람 중에 가장 세고 무서웠던 바람이다, 아직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