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동부의 작은 항구마을 여행 - 라이(Rye) / 2007.07.15

2015.03.02 07:13

영국의 작은 도시 '라이(Rye)'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곳이다. 2007년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여행한 곳이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한 두 달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돈이 없었고,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온 여학연수였기 때문에 어서 돌아가서 취업준비를 해야 했었다. 그래서 '라이(Rye)'라는 이름의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이 영국에서의 마지막 여행지가 되었다.


내가 살던 호브(Hove)에서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왔다. 라이가 도시라기보다는 작은 마을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작았다. 기차역에서 도시의 끄트머리인 강변까지 걸어서 약 15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아무리 천천히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겠다, 싶었다. 여행 중에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걸어다녔더랬다.


이 시절의 카메라는 350D. 사진 원본이 요즘 같지 않아서, 최대한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거리를 걷다가 기념품 숍에 들어가 엽서를 살펴봤다

엽서 뒷면에는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똑같이 담았다

이 곳은 라이의 명물, 머메이드 스트리트(Mermaid St.)



머메이드 스트리트에 있는 이 곳은

예케스 하우스(Jeake's House) 라는 부티끄 호텔

담쟁이 덩쿨과 간판, 꽃바구니가 인상적이었던 곳



일반 가정집처럼 보였지만

3층의 지붕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제법 인상깊었던 집



머메이드 스트리트를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건물들은 그냥 봐도 오래되어 보였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이의 머메이드 스트리트 끝에 있는 이 집은

현재 '머메이드 인(Mermaid Inn)'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곳인데

놀랍게도 이 건물은 1420년에 지어진 것이다

지하실은 1156년에 만들어진 게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고



퀸 앨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한 적도 있다는 이 곳은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그리고 17~18세기에는 갱들의 집합소처럼 운영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다른 곳과 연결되는 비밀 통로가 있고도 함



그리고 라이(Rye) 머메이드 스트리트(Mermaid St.)의 끝



'램 하우스(Lamb House)'앞에서 쉬고 있던 고양이

이 램 하우스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어권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와 에드워드 벤슨(E. F. Benson)의 집이었다



'처치 스퀘어(Church Square)' 길을 따라 걸으니

정말 교회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이 건물은 라이(Rye)에서 가장 큰

'성 매리의 교회(Saint Mary's Church)' 이다

살짝 안으로 들어가봤다



흐린 날이라 그런지, 교회 내부도 약간 어두웠다

예배당과 성가대 석이 분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

나름 그 인상은 깔끔했다



라이의 성 매리 교회에서 특이했던 건

천장에 있던 큰 추였는데

괘종시계 마냥 좌우로 왔다갔다 했었다



라이(Rye)에 있는 성 매리 교회 (Saint Mary's Church)



교회를 둘러보다가

이렇게 초를 올리고 기도하는 곳이 있어서

초를 한 컷 담아보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모든 일이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교회의 종탑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이게 길이 엄청 좁았다

어느 정도로 좁았나면



사람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꾸역꾸역 올라갔더랬다



나무 계단도 아까의 그 복도만큼이나 좁았다

사진 속 신발을 보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다

그렇게 궁시렁대면서 올라갔더니, 어라?



이렇게 약간 넓은 공간이 나왔다

왠지 중세시대에 전쟁이 일어나면

도시의 본부 역할을 했을 것만 같은 곳

지금은 종탑의 관리를 위한 곳처럼 보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종을 정말 칠까, 라고 생각했는데

보는 것처럼 정말 종이 있었고, 그것을 치기 위한

복잡한 도르레와 장치들이 있어서 놀랐다



이 종들의 옆을 걸어서 종탑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종에는 이 종이 어디서 만들었는지 씌여 있더라

이 종은 런던에서 만들어졌음



모로코 마라케쉬에서 겪었던 이슬람 사원의 라마스는

대형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이것도 영국인들의 전통 지키기 중 일부인가 싶었다

(라마스 : 이슬람 문화권에서 기도를 위해 하는 알림방송)



그리고 성 매리 교회의 옥상에 올라가서 바라본 라이(Rye)

집의 지붕과 나무가 간간히 섞여 미니어쳐 같았다

그리고 라이가 워낙 작은 곳이라, 저 멀리는 구릉지대였다



라이(Rye)를 지나

저 멀리 흘러가는 로더강(River Rother)



라이(Rye)의 동북쪽을 바라본 모습

작은 시골마을이라 콘크리트 빌딩이 없어서 좋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모습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음



성 매리 교회 앞의 '처치 스퀘어(Church SQ)'

특이하게도 골목 이름이 처치 스퀘어였다는



그리 높지 않은 교회 종탑에서 내려다 본

이 풍경이 라이의 전부일 정도로

라이(Rye)는 작고 또 작았다



작을 마을이라 볼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좋았고

걸어서 모두 둘러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빗물 배수구에 숨어있던 흰 비둘기를 보고

사진을 찍으로 쪼그려 앉았는데, 날아가지 않았다

'안녕, 비둘기야~'



성 매리 교회의 지붕과 함께 담은

라이(Rye)의 풍경

그저, 아담하다



종탑에서 내려오는 길에 담은 종탑의 종들

도르레에 감긴 줄이 새 거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성 매리 교회를 뒤로 하고 다다른 곳은

라이 성곽 박물관(Rye Castle Museum)이었다

이 건물은 입레스 타워(Ypres Tower)로 1249년에 세워졌다



뒷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


라이(Rye)는 영국 잉글랜드의 동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전체 인구가 5천명이 채 안될 정도로 작다. 옛날에는 높은 성벽으로 둘러 쌓인 요새와도 같은 도시였지만,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성벽은 다 허물어지고, 현재는 1329년에 세워진 '랜드 게이트(Land Gate)'라 불리는 성문 하나만 남아 있다.


라이(Rye)의 전성기는 중세시대로 도시 규모에 비해 상당히 중요한 지위를 가졌었다. 이 곳은 지리적으로 3개의 강이 만나는 곳이고, 이외에도 수많은 지류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수상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싱크포트(Cinque Ports)'라는 연합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프랑스어와 영어의 합성어로 '5개의 항구' 라는 뜻인데, 라이를 돌아다니다보면 지금도 기차역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단어이다.


이 지역(Kent, Sussex)에서는 오래 전에 수상운송 진흥을 목적으로 주요 5개 항구를 묶어 '싱크포트(Cinque Ports)'라는 일종의 연합을 만들었다. 그 5개의 항구는 다음과 같다. 헤이스팅스(Hastings), 뉴 롬니(New Romney), 히스(Hythe), 도버(Dover), 샌드위치(Sandwich). 한편, 라이(Rye)는 뉴 롬니 (New Romney)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작은 도시였다.


그러나 1287년에 찾아온 태풍과 대홍수로 뉴 롬니(New Romney)는 도시 전체가 망가지고, 침전물로 항구와 마을이 뒤덮였다. 설상가상으로 로더강(River Rother)의 흐름이 라이(Rye)쪽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항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싱크 포트의 메인항구의 역할을 라이(Rye)가 대신 수행하게 된다. 이 이후에 라이는 성문과 성벽이 세워지는 등의 발전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보다 큰 배가 운항하게 되고, 더 깊은 바다를 보유한 큰 항구가 세워지게 되면서 라이는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무역에서 다른 도시에 밀리게 되면서 한 때는 밀수의 중심지였던 흑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다 털어내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싱크포트는 해체된 건 아니지만, 현재는 도버(Dover)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는 항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이름만 남아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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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pho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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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고, 사진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필름 카메라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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