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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대만여행 - 핑시선의 종착역, 징통(Jingtong/菁桐) 걸어보기 /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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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팡(Ruifang/瑞芳區)에서 출발한 핑시선 열차는 징통(Jingtong/菁桐)이 그 종점이다. 핑시선 여행은 어떻게 해도 관계없을 듯 싶었다. 순서대로 하나하나 보면서 와도 되고, 아니면 처음에 아예 징통으로 와서 돌아가면서 거꾸로 하나하나 봐도 좋을 듯 싶었다. 나는 순서대로 하나씩 보면서 왔다. 그리고 혹여나 되돌아가는 길에 체력과 여유가 된다면 미처 보지 못한 작은 곳들도 보고 싶었다.


여튼, 핑시선의 끝 징통이다.



다시 한 번 핑시선을 타고 내린 곳은

열차의 종착역인 징통(Jingtong/菁桐)이었다



내리던 비에 몸이 추워졌다

징통역 바로 앞에 밀크티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그 곳에서 따뜻한 밀크티를 사먹었다

가격은 35TWD



이번 대만 여행에서 나는 밀크티에 빠졌다. 젤리라고 알고 있던 게 '타피오카' 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공차 밖에 몰랐는데, 대만에 와보니까 우리나라의 카페만큼이나 많은 가게에서 밀크티를 팔고 있었다. 밀크티의 원조는 천수이당이라고 하지만, 여튼, 나는 1일 1밀크티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해서 우산을 폈다. 비가 몇 번 내렸다가 그쳤다가 하는 사이에 옷이 좀 젖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산 속이라 추웠다. 처음에는 버틸만했으나, 눅눅한 몸으로 오랜 시간있자니, 힘들어졌다. 마침 징통역 바로 앞에서 밀크티를 팔길래, 가서 밀크티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영어를 못하시더라. 밀크티를 못알아들이시더라는. 그래서 손짓 발짓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예쁘장한 아가씨가 뭐라뭐라 하니까 그제서야 이해하셨다.


흰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던 그 분은 동생인지 언니인지 여자 일행과 함께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뭐라 말을 붙여보려는 찰나, 어디선가 따가운 눈빛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아버지처럼 보이는 분이 지켜보고 계시더라는. 그래서 급 작아졌다. 그 세 명의 일행은 나보다 먼저 주문해서 음료가 먼저 나왔고, 음료를 들고서는 징통역으로 사라졌다. 아마 아버지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듯 싶었다.



여기에도 대나무 소원통이 엄청 많았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예뻤는데

너무 많으니까 일종의 공해처럼 느껴졌다

뒤에는 한국어도 보인다



징통역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걸었다

좁은 골목 양 옆으로 가게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가게 입구에 얌전히 앉아있던 고양이



징통역에서 걸어나와서 큰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서 담은 사진

핑시(Pingxi)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굉장히 차분했다



이 근방의 도시는 모두

거대한 콘크리트 석축 위에 지어졌다

울창한 숲과 대비되는 건물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타이양광업회사핑시호스텔(台陽礦業公司平溪招待所)'이다

일본식의 목조 건축물인데, 대만에서는 문화재급이다



징통역에서 나오면 길게 뻗은 도로가 있는데

그 길의 끝은 삼거리였다

삼거리까지만 갔다가 다시 되돌아 가는 중



징통역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목조건물인데

대만에 남은 단 4개의 일제강점기 시절의 목조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상당히 예쁜 편이라 영화에도 나왔으나

내가 갔을 때는 왼쪽처럼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귀여운 아이템을 파는 가게들이 여럿 있었지만

나는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므로

바깥에서 사진만 담고 계속 돌아다녔다



대만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징통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온 곳인데

걷다보니 이런 곳을 발견했다

'정인교(Lover Bridge/情人橋)'

사랑하는 사람의 다리라니!



그 색깔도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이라니!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하다가

뭔가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어 신났더랬다



이 곳에도 대나무 소원통이 달려 있었다

이 곳만이 아니라, 징통역 마을 전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달려 있었다



정인교를 걸어보며 담은 사진

시펀이나 핑시보다는 관리가 덜 된 느낌이었다

왠지 빈 집도 조금 있을 것만 같고



정인교를 건너면 이렇게 오르막 길이 나오는데

매우 잘 정비되어 있었다



언덕을 오르다보니까 징통 마을이 잘 보이는 곳이 있었다

가장 구석이라 그런지 같은 콘크리트 석축이었지만

다른 마을에 비해 나무가 많이 우거져 있었다



가지런하게 달린 대나무 소원통

어쩌면 이 곳 인구보다 저 대나무 소원통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인교를 건너니 매우 잘 정비된 오르막길이 나왔는데, 그 길을 따라 걸어서 한바퀴 돌고자 했다. 그런데 등산로 같았던 길이 주택인지 경비초소인지 바로 앞으로 지나가더라. 그게 어느 정도였나면, 내가 그 집 앞을 지나갈 때, 그 집의 미닫이 문을 열고 사람이 나온다면 부딪힐 정도였다. 그리고 길 폭이 갑자기 좁아지기도 했고, 인적도 전혀 없어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 되돌아 나왔다. 아까 정인교를 건널 때 몇 명인가 관광객을 마주쳤는데, 아마 그들도 나처럼 이 즈음에서 되돌아가던 길이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구글 지도를 통해 확인해보니, 그냥 쭉 걸어가되 되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를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철로를 따라 걸었음

빨간색이 예뻐서 담아봤다



철도 한가운데에서 이정표를 발견했다

'매광기념공원(Meikuang Memorial Park/煤礦紀念公園)'이라

쓰여 있었는데 올라가 보기로 했다

가이드 북에도 없던 곳을 발견해서 신났더랬다



매광기념공원으로 오르던 중에 담아본 징통의 풍경

험산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자동차도 있고, 길은 모두 포장되어 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갔는데

이게 생각보다 아주 빡세더라

비가 와서 계단이 미끄러웠고 자연석이라

표면이 울퉁불퉁했으며, 좁아서 발 딛기가 불안했다



이런 길을 따라 올라왔는데

중간중간에는 뜨악할 정도로 높은 경사도 있었다

HJ가 같이 왔다면 땡깡을 피웠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짧지만 험한 길을 뚫고 도착한

매광기념공원의 모습인데 그닥 볼 건 없었고

관리도 잘 안되는 것 같았다



공원의 입구에는 탄광의 모습을 재현한 마네킹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거나

몸통이 바닥에 뒹굴고 다녀서 섬칫했더라는

그나마 이건 잘 나오게 담은 컷



하지만 그 공원에서 바라보는 징통의 모습은 좋았다

핑시선 여행 중에 어딘가 높이 올라가는 곳이 없었는데

그나마 이 곳에서 풍경을 조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적이 없어서 조용하기도 했고



매광기념공원에서 잠시 있었다. 그 공간에 혼자 있었는데, 쓰고 있던 우산을 접어보니, 빗방울이 우산을 때리면서 나는 소리가 사라져 마치 진공 속에 있는 것 같은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잠시 멍하게 있었다. 뭔가 거창한 생각을 했던 건 아니고. 잠시 그렇게 있다가 고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징통역으로 향했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징통에서 돌아가면서 다른 곳에 내려서 다른 마을도 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비오는 날 얇은 옷을 입고 계속 밖을 돌아다니다보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춥고 졸렸다. 그래서 핑시선을 타고 있는 내내 엄청난 내적 갈등에 시달리다가 결국 루이팡역까지 와버렸다. 사실 추위와 졸음의 승리라기보다는 귀차니즘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