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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진과스에서 돌아본 황금폭포와 13층 제련소의 옥상(장인사구/長仁社區) / 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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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스황금박물관에서 나왔다. 지우펀으로 돌아갈까, 891번 버스를 타고 한 번 둘러볼까 고민을 했었더랬다. 날이 춥고 비 때문에 날이 눅눅해서 상당히 치쳐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정장애가 와서 이럴까저럴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들어가면 밤에 자기 전에 생각나고 아쉬워할 것 같아서 891번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어디서 타야하는 줄도 몰랐고, 어떤 버스인지도 몰라서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었는데, 길게 뻗은 버스 승강장 맨 앞에서 891번 버스를 발견했다.


버스는 방금 왔는지, 기사 아저씨가 내리시는데, 아저씨가 너무 잘생겨서 심쿵. 비니를 쓰고 담배를 한 대 빼어 무는데, 영화의 한장면인 줄 알았음. 너무 추워서 버스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녹이고자 아저씨에게 다가가 문을 열어달라고 얘기하려는데, 중국어를 할 수 없어서 손가락으로 나 콕콕 두 번 찌르고, 버스를 두 번 콕콕 찔렀다.



진과스황금박물관 앞에서 891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 버스는 진과스 시내의 관광지를 코스로 도는 차이다

종점인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한다

비니를 쓴 기사님이 너무 잘생겨서 장동건인줄 알았음



버스는 얼마인가 있다가 출발했다

아주 민방하게도 승객은 나 하나 뿐이었다

버스를 전세낸 느낌이었다



진과스황금박물관을 출발해 산 아래 쪽으로 내려가는 길

저 건물에 사람이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구불구불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사람이 사는지 잘 가꿔진 운동장이 보였다

버스는 권제당(勸濟堂)까지 갔다가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더라는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날이 맑았다면 참 예뻤을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비가 쏟아지지 않는게 어디냐며 위로했다



버스 안에서 자리를 몇 번 옮겼더랬다

왼쪽 창가에 붙었다가, 다시 오른쪽 창가에 붙었다가

그러다가 저 산을 구경하고 있는데, 버스가 섰다



오른쪽 창가로 와서 보니, 금폭포가 보여서 사진으로 담았다

저렇게 택시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느끼며

창 밖으로나마 황금폭포를 보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차 시동을 끄더니 손짓으로 나갔다 오라고 함



진짜 먹을 거를 향해 달려가는 한마리 개처럼 뛰어나갔음

진과스 황금폭포는 물이 적어서 조금 아쉽긴했다

돌 색깔때문에 물이 많으면 물이 황금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황금폭포 맞은편에 보이던 산

우리나라랑은 많이 다르게 느껴졌음

이쪽의 산이 더 거칠고 어린 느낌



이 황금폭포는 황금 광산에 있는 광석들이 물에 녹아

그 물이 이렇게 바깥으로 흘러나온 것이라고 한다

광산은 폐광되었지만 물은 여전히 흐르는구나 



황금폭포에 5분 정도 있다가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어디로 가는 지는 잘 몰랐다

어딘가로 가면서 담은 풍경인데 억새가 참 예쁘더라

사실 진과스 전체가 거대한 억새 밭이었다



그냥봐도 버려진 건물처럼 보였다

건물외 굉장히 커보여서 혹시, 13층 제련소가 아닐까 싶었다

가볼 수만 있다면, 한 번 들어가보고 싶기도 했음



구불구불 산길을 더 올라가니 더 낡은 건물이 있었다

그냥 봐도 오래되어 보이고,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저 안쪽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문득 생겼다는



891번 버스가 돌아온 길과 흑금강대산의 모습

킹콩의 뒷모습처럼 보이는 산이라는데

정말 킹콩 한마리가 보인다



891번 버스는 주차장 같은 곳에 정차했다

기사 아저씨가 내리라고해서 내렸지만 잠시 어리벙 했음

아까 진과스황금박물관에서 봤던 차호산이 보였다



이 정류장은 장인사구(長仁社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위치상으로는 13층 제련소의 옥상과도 같은 곳이다

저 앞쪽으로 길이 나 있었는데, 어디로 이어질지 매우 궁금했다



어디선가 잘 생긴 강아지 한마리가 다가왔다

묵줄과 털상태를 봐서는 인근에 민가가 있는 것 같았다

같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다가오지 않더라



원래는 저 멀리 보이는 앞바다가

아까 황금폭포에서 봤던 색을 띄고 있어야 하지만

날이 흐리고 파도가 세서 그냥 평범한 바다처럼 보였다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던 13층 유적의 옥상



13층 유적의 옥상에서 바라본 바다

잠시 이러고 있으니까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날이 좋았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만 가득했다

버스에서 기사 아저씨가 본인의 스마트 폰에 담아놓은

평상시 모습을 보여줘서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13층 유적과 흑금강대산을 같이 담아봤다

누가 붙인지는 몰라도 킹콩이라는 별명은 너무 잘 붙였다



이제 891번 버스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내려갔다

한 때 아시아에서 가장 컸던 황금광산이었지만

산을 깎지 않고 그냥 둔 게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산에서 거의 다 내려왔다

버려져서 폐쇄된 건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모두 13층 제련소 유적에 딸린 건물이었음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나를 진과스로 이끈 그 곳에

이름하여 13층 제련소 유적

(일본 다나카광업주식회사 제련소)



어디선가 본 블로그 글에서는 891번 버스가 사람을 내리고 그냥 간다고 적혀 있었는데, 내가 탔던 버스는 매 정류장마다 잠시 세워주었다. 그 시간을 비록 길지 않았지만, 사진 한 두컷 찍고 집중해서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891번 버스는 여기저기를 지나 마침내 13층 제련소 유적에 나를 내려주었다. 거대한 주차장이 있었지만, 들어갈 수 없도록 막아놓았다. 버스는 길가에 세워져 있었고, 나는 입구를 막아놓은 판자에 뚫린 개구멍으로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