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여행/'15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 인근에서 산 마르코 광장으로 걷기 / 2015.06.27

반응형

우리의 베네치아 숙소는 산타 루치아 역 인근에 있는 '호텔 벨 에포크(Hotel Belle Epoque)'였다. 간단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조식을 먹고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어쩌면 여행의 시작과 다름없는 이 순간에 내 눈에 들어온 건, 관광객이 분주하게 거리를 걷는 모습이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는 참인지, 캐리어를 끌거나 큰 배낭을 메고 산타루치아 역 방향으로 가던 관광객들. 나도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저런 모습이겠다고 잠시 상상을 하다가, HJ가 내게 뭔가 물어보는 통에 현실로 돌아왔다.


관광객은 많았지만, 상점가는 아직 잠에서 깬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다. 호텔이 있던 '리오 떼라 리스타 디 스파냐(Rio Terà Lista di Spagna)' 거리를 걸어 리알토 다리 쪽으로 걸었다.



리오 떼라 리스타 디 스파냐(Rio Terà Lista di Spagna)

이 거리의 아침은 상점이 아닌

체크아웃을 한 여행자가 가장 먼저 여는 것 같았다



거리를 따라 걸으니 곧 작은 다리를 만났다

이 다리 위에서 본 베네치아의 모습이 참 예뻤다



아직은 한산하기만 한 아침의 베네치아 거리는

여유로운 풍경과는 다르게, 햇빛 만큼은 상당히 강했다



그래서 HJ는 이 사진 속에서처럼

한 손에 부채 혹은 양산으로 햇빛을 막으며 걸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썼다



마침 사람이 별로 없는 골목이 있길래

걷다가 낼름 담았다

Rio Terà Farsetti



여행의 시작인지라 HJ도 사진에 대한 열정이 폭발했다

내가 찍으면 쪼로록 달려와서는 똑같이 담던 모습



베네치아의 모든 건물들은 오래되고 낡아보였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과는 다르게 내부는

굉장히 최신식으로 리모델링 된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낡은 외관의 건물들은

베네치아의 곳곳의 좁은 수로와 어울려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었는데



덕분에 정말 셔터를 대강 누르기만 해도

그럴싸한 사진이 담겼다



우리는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으로 가고 있었지만

걸음도 느린데다가 사진도 찍기 위해 많이 멈춰서

생각보다는 느리게 나아갔다



걷다가 처음으로 곤돌라를 가까이에서 봤다

그 길이가 승합차인 스타렉스보다도 긴 것 같았다

엄청 큰 배 였음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가면 혹은 마스크는

노점상에서 10유로 정도면 살 수 있으나, 이는 중국산이다

이렇게 인증서에 왁스로 도장이 찍힌 베네치아 수제 마스크는

특정 상점에서 팔았는데 200유로 전/후의 가격이었다

하나 사고 싶었으나, 가격이 부담되어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거리, Calle Fiori 에서의 HJ



Rio di San Falice 라는 좁은 수로



이 거리(Str. Nouva)를 계속 걸으면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와 산 마르코 광장이 나온다

좌측에 Lush가 보이면, 리알토 다리까지 절반 정도 온 셈



베네치아 수로를 사진으로 담는 HJ



부지런히 걸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큰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렇게 큰 종탑이 있는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Chiesa dei Santi Apostoli)을 만났다

이 지점이면 산 마르코 광장까지 절반 정도 온 셈



카메라를 들이대자 입을 비죽 내민 HJ

오전이라 부드러운 빛이 함께 담긴 것 같다



수로와 건물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저 좁은 수로로 곤돌라가 지나갈 참이면

다리 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처음에도 그랬으나, 걷다보니 이 도시가 더 신기해졌다

21세기의 사람도 이렇게 신기하고 경이로운데

그 옛날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귀여운 표정과 제스처의 HJ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Chiesa dei Santi Apostoli)을 지나면

산 마르코 광장까지는 길이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한다

길을 모르니 자연스레 사람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건물 사이에 새초롬하게 놓인

작은 광장을 지나



베네치아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현대의 의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골목을 걸었다



산마르코 광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관광객을 태우고 좁은 수로를 오가는

곤돌라가 많아지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곤돌라를 사진으로 담기에는 아쉬운 순간이 많았는데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제법 그럴싸한 순간을 잡아냈다



우리가 산마르코 광장으로 들어갔던 길은

Calle Bianca Cappello 라는 골목이었는데

광장으로 가던 중 왼편에 엄청 괜찮은 젤라또 가게가 있었다

양도 어마어마하게 주고, 맛도 있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좁은 수로

Rio delle Procuratie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산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에서

산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을 마주했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에서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고 가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걸어가는 것. 나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건물과 거리에 시선을 오래 두고 싶었기에, 후자를 택했다. 수상버스를 타고 가면 아무래도 스쳐 지나게 되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으니까.


걸어가는 길은 중간까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산타 루치아 역을 등지고, 왼쪽 길로 계속 걸었는데, 노란색 표지판을 따라다가 보니 리알토 다리를 지나,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옛날부터 꼭 와보고 싶어했던 곳이라, 감동에 벅차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덤덤한 기분이었다. 20대의 바램이 30대에 이뤄져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광장을 둘러봤다. 많은 관광객들이 서로의 배경 속에 녹아들어가던 그런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