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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혼자 생각에 잠겨 조용히 걸었던 산책 - 올림픽공원 / 2006.09.29

2006년의 나는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대외활동을 하나 하고 있었다. 사실, 2005년 이후의 내 생활은 학교와 그 대외활동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외활동에서 나는 인정받는 사람이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매우 재미있게 했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가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놀고 그랬으니까.


그러나 졸업이 가까워 오면서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점은 괜찮았는데, 영어점수가 문제였던 것. 과유불급이라고, 대외활동에 투자했던 시간이 많아서, 영어는 신경도 못 썼던 것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대외활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멍청하게 한 우물만 팠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4학년 1학기가 끝났는데도 토익점수가 600점이 안되어서 입사서류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없던 나는 마지막 여름방학을 영어에 투자하는 대신에 그 대외활동과 함께 해버린다. 그 대신에 배수의 진을 치고 어학연수를 준비하게 된다.


어학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학생비자를 받으려했다가 리젝을 한 번 당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준비해서 학생비자를 받으려는 시도를 했던 시기가 이 시기였다.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했고, 이번에도 리젝을 당하면 캐나다로 가야하나, 호주로 가야하나를 고민해야 되었던 시기. 이러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카메라를 둘러메고 올림픽 공원으로 나섰던 것 같다. 이때의 나는, 그 대외활동을 중간에 그만뒀었는데, 카메라를 메고 어디론가 향한다는 그 자체가 아주 오랜만이었다.




5호선 개롱역과 오금역 사이에 있는 길인데

내가 아주 좋아했던 길, 사람도 없고 호젓해서



가을을 담았다, 땅을 보며



그냥 별 생각없이 걸으며 주변 풍경을 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만 남았을 뿐 너무 오래 전의 일이다



청솔모 한 마리도 담았다

청솔모는 다람쥐에 비해 꼬리가 굵고 크다

그리고 다람쥐도 잡아먹는다 ㅠ_ㅜ



억새에 맺혀 반짝이는 빛을 담고 싶었지만

그다지 잘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좁고 예쁜 산책길을 걸었다

해가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하루 중 빛이 가장 부드럽다는 골든타임이 되었다

색깔이 참 예쁘다



6년 후인 2012년 5월 4일, 나는 정확히 이 자리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행사를 진행하고 나서 이 사진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광고를 찍는 듯, 촬영팀과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르신 한 분이 자박자박 산책을 하셨다

그 모습이 왠지 애처로워서 꽃과 함께 담았고

이 사진은 그당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사진이었다



잔디밭과 촬영팀

저 노란 큰 공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는데, 지금도 뭔지 모르겠다



저 나무 사이로 촬영팀을 집어넣고 뭔가를 표현하려 했었으나

사진에서 보이듯, 실패!



다시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몰랐는데, 거리계가 있더라



또 다시 만난 청솔모

이번에는 입에 도토리 다발을 물고 있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내 인기척에 흠칫했다가 반대편으로 폴짝폴짝 뛰어가버렸다 



그리고 공연을 하는지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음악 소리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리허설을 하는 것 같았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있길래 나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들었다



조형물을 근사하게 담고 싶었으나

언제나 생각처럼 되진 않는다



생각을 하고 담았는데, 생각대로 나온 사진

별 것 아니지만, 당시에는 이 사진을 보고 엄청 흥분했었다



그리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쉬었다

이 이후로의 사진은 ISO를 아무리 높여도 흔들리더라

오래지 않아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이 때 올림픽공원을 카메라 하나 달랑 매고 걸었던 반나절이 그 당시의 내게 큰 힐링이 되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발길 닫는 대로 걸었던 시간이. 이후로 올림픽공원을 몇 번 더 간 적이 있지만 이 때만큼 편안하고 조용히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갔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내가 달라져서 그 순간 느꼈던 그 공간의 느낌은 사라지고 없는 듯 하다.


워낙 넓은 곳이라 천천히 걸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몽촌토성과 평화의 문, 그리고 세계 5대 조각공원 답게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굳이 사진이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과 그도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닐기에도 좋은 곳. 하지만 정작 나야말로 누군가와 마음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면서 걸어본 적이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