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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X100T로 찍은 증도 여행 - 우전 해수욕장과 짱뚱어 해수욕장 / 201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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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그 날, 나는 목포 여행을 잘 하고 있었다.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새벽부터 일어나 목포까지 운전해서 간 다음에, 유달산을 올라 목포시내를 바라봤다. 더워서 땀이 많이 났지만, 그래도 뭔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목포 시내를 내려다보고는 다음 목적지인 목포 근대역사관으로 향했다. 1관에서는 목포의 과거를 둘러보고, 2관에서는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화를 내며 전시관을 둘러봤다. 2관을 거의 다 둘러볼 때쯤,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해야할지 머리를 굴려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멀리 온 여행이지만, 계획하고 온 건 아니었다. 어디로 갈 지 휴대폰으로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문득 '증도에 가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목포 만큼이나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지만 너무 멀어서 엄두가 안났었는데, 여기에서 간다면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몰라서, 과감하게 이동했다.


다만, 나는 빵을 좋아하므로 잠시 코롬방 제과에 들려 빵을 샀더랬다. 그 후, 1시간 반 정도를 다시 운전해 신안군 증도에 있는 우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는 목포 여행보다 더, 그리고 너무나도 만족했던 곳. 그냥 멀끄러미 바다만 1시간 넘게 바라보다가 돌아온 곳.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인적이 없는 길을 걸었다

사진은 없지만, 피서철이 지난 다음의 적막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서 마주한 바다



증도 우전 해수욕장의 해변

정말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 세상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모래에는 새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고



바다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은 뜨거웠다

산산이 부서지는 햇빛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며

HJ를 부르는 애칭을 모래 위에 적어보기도 했다



복작복작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었다

아무도 없어서 나조차도 없을 것만 같은



저 멀리 엘도라도 리조트가 보였고

그 앞 해변에만 약간 사람이 있었을 뿐



목표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증도로 들어왔는데

과감하게 지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목포에만 있었다면 후회할 뻔 했어



그냥 물끄러미 바다를 보고만 있었는데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앞에 있는 섬은 '면섬'이라 한다



고운 모래밭에 자갈과

작은 게들이 뚫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작은 구멍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웰시코기 한 마리가 다가왔다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같이 놀아주려 했다

사진 한 번 찍고



놀아주려 자세를 잡으니, 갑자기 몸을 틀어서

저 멀리 언덕으로 올라가버렸다

황망해서 가는 뒷모습만 바라보았네



해변에 아무도 없고

햇살은 좀 뜨거웠지만 그래도 좋은 편이어서

모래 위에 누워서 얼마인가 있었다

지상 낙원이 따로 없었음



얼마인가 있다가 몸을 일으켜 엘도라도 리조트 쪽으로 걸어왔다

짚으로 만든 파라솔과 비치의자가 있었는데

보기만해도 너무나 멋져보였다



해변 끄트머리에 일반 벤치가 있길래

누위서 서울에 있는 HJ에게 전화를 했다

소나무가 멋져보여서 한 컷 담았다



마침 파라솔에 있던 커플이 짐을 싸고 나가길래

낼름 뒤로 가서 사진을 담았다

정말 이국적인 풍경의 우전 해수욕장



다시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우전 해수욕장의 뒤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있었고

그 안을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놨더라



자연을 그대로 둔 상태로 길을 만들어 놓아서

다듬어진 관광지가 아닌

진짜 숲 속을 걷는 듯 했다



해변을 걸었을 때는 이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숲 길로 되돌아가려니 생각보다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오후 늦은 시간이라 빛이 예쁘게 떨어져서

숲 구경도 하고 빛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주차장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증도를 여행한 9월 중순의 논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사진보다 100만배 멋진 풍경이

증도 전역을 뒤덮고 있었음



잠시 차를 세우고 내린 곳에

상사화가 피어 있어서 담았다



그리고 이제 5살이 되어가는 내 차도 담았다

AD가 나와서 이제는 구형이 되어버린 내 차



그리고 짱뚱해수욕장에 도착해서는

이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이 다리의 이름은 '짱뚱어 다리'



이 곳은 실제로 짱뚱어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밀물이라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어서

짱뚱어가 펄떡이는 갯펄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그런지

개발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



증도 짱뚱어 해수욕장에 있는 짱뚱어 다리

이름도 재미있지만, 그 모양도 특이했다



서서히 해가 지려는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짱뚱어 다리를 마저 걸어

건너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너무 예쁜 색깔의 도로 경계석

아까 우전 해수욕장도 너무 좋았는데

여기 짱뚱어 해수욕장에서의 골든타임도 너무 좋았다



다리는 생각보다 긴 편이고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어졌다

썰물 때면 다리 아래가 갯펄이 되는 모양이었다



저 아래로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갯펄 보호자원에서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어서

끄트머리에 서서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는 살짝 해변으로 걸어가봤는데

아까 엘도라도 리조트 앞에서 봤던

짚으로 만든 파라솔이 엄청 많았다



게다가 마침 골든타임이라 급흥분!

사진을 이렇게도 담아보고

저렇게도 담아보고 하다가



역광이더라도 바다를 배경으로 담는 게

가장 멋진 사진이 나오는 듯 싶었다



그래서 파라솔 아래

어떤 커플과



아무도 없는 해변과



어떤 한 사람을 사진에 담았다



조금 치기어리긴한데, 서울에서 자동차로 목포랑 증도까지 왔으면서 숙박을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과한 당일치기 여행으로 생각했다. 서울까지 올라가려면 5시간 정도 소요되는 터라 너무 늦지 않게 출발해야 했다. 기름값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장거리 당일치기 여행은 처음이니까 한 번 정도는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운전하기 귀찮아서 흔들리기도 한 건 사실인데, 그냥 올라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 여행 덕분에 내 차의 총 주행거리가 4만 Km를 넘게 되었다.


신안군에 들어서니까 도로변에서 무화과를 참 많이 팔고 있더라. 말린 무화과는 먹어봤고 제법 좋아하지만, 생 무화과는 한 번도 먹어보질 않아서 호기심에 구매했다. 그리고 사는 김에 HJ 것도 함께 샀다. 목포 코롬방 제과에서 산 크림치즈 바게트와 함께 나름의 기념품(?)으로 건네주었다. 우리 부모님도 무화과를 보시고는 반기시더라는. 상태를 보시고 하나 집어드시더니, 정말 잘 샀다고 만족해하셨음. 물론 나도 잘 먹었고.


증도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너무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HJ를 데리고 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중에 여행 이야기를 꺼냈으나, 엉뚱하게 경주를 여행하게 되어버렸다. 그 이야기는 또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