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무라노 섬에서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 구입하던 날 - 드 비아시(De Biasi) / 2015.07.03

2015.12.13 23:17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 늦은 오후.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될 수도 있는 시간에 '무라노 섬(Murano)'을 가기로 했다. 우리는 이상하게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에 대한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서 기념품을 사거나 사지 못하더라도 둘러보고는 오자는 생각이었다. 어디서 사야할지,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출발!



산마르코 광장 근처의 바포레토 정류장에서

무라노 섬으로 가는 수상버스를 기다리는 HJ



우리가 탄 배가 무라노 섬을 향해 출발하는 순간

날이 더워서 어서 배가 움직였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배가 움직이면 바람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베네치아의 하늘



우리는 비교적 앞쪽에 줄을 서 있었다. 잠시 후 배가 도착했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산마르코 광장이 있어서 내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HJ가 나를 보고 말하기를, '오빠는 왼쪽 맨 앞으로 가' 라고 했다. 맨 앞자리 뷰가 좋아 보였고, 사진 찍기에도 괜찮아보였다.


배의 맨 앞 좌석 배치는 ABCD 4열로 구성되어 있었다. A와 B, C와 D가 붙어있었고, B와 C 사이는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었다. HJ가 왼쪽 맨 앞으로 가라고 하길래 나는 당연히 A로 갔는데, 정신차리고 살펴보니 HJ는 D에 가 있었다. 약간의 실갱이 끝에 HJ가 C, 내가 D로 이동했다. 그때 어디선가 한국어로 '이쪽으로 오라고 하시니, 이쪽으로 오세요~' 라는 말이 들렸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차저차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마주 앉았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HJ



관광객을 가득 실은 배가 우리를 앞질러갔다

휘파람을 불어대고 손을 흔들어대고

아주 신났던 사람들



한참을 가다보니 저 앞에 섬이 보였다

아마 '리도(Lido)'로 추정됨



한편 우리가 '무라노(Murano)'에 다다를즈음

새파랗게 맑고 푸르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심카드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나 때문에

인터넷이 안되어 무라노의 지리정보가 부족했던 우리는

섬 내 두번째 정류장인 Murano Navagero 에 내렸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서 유리 공예품점을 찾았다

워낙 인적이 없어서 '들어가도 되나?' 싶던 골목

그 끝에 유리 공예품 가게가 있었음



골목이 나쁘게 말하면 많이 낡아 있었고

좋게 말하자면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했다



'드 비아시(De Biasi)'라는 이름의 유리 공예점

한 공장에서 운영하는 두 개의 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었는데

사진 속의 가게는 저렴한 품목들을 파는 가게였고

그 오른편에 있던 가게는 초고가의 예술품을 파는 가게였다



잡지 등에서 베네치아 여행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가끔 이 '무라노(Murano)'에 대한 언급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곳에는 유리 장인들이 많기에 운이 좋으면 유리공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항상 함께 실린다. 그래, 사실 나도 그러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라노 섬은 매우 조용했다. 그리고 솔직히 그룹 투어가 아닌 이상, 유리 공장에 불쑥 들어가서 '유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세요' 라고 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림도 없는 소리.


그나마 '드 비아시(De Biasi)' 라는 유리 공예품점을 발견한 게 행운이었다. 이 곳은 얇은 금박을 활용한 이 곳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구경만 해도 볼거리가 있었다. 그나마 기대했던 유리 공예의 끄트머리만 살짝 맛봤다고나 할까?


한편, 매장 내에는 흰 라코스테 피케티를 입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연세가 70이상 80정도로 되어 보이는 분이었는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시기 시작했다. 매장에 있던 여직원은 우리에게, 이 분이 유리 공예 마에스트로라고 얘기해줬다. 그는 약간은 능청스럽기도 했고 유머러스 하기도 했다. 그는 그의 작품(?)들을 우리에게 소개해줬다. 그는 영어를 못해서 매장 직원이 중간에서 통역을 해줬고, 할아버지와 우리는 나름 약간 친해졌다.


예를 들면, 유리와 유리 사이에 얇을 금박을 넣었다던가, 마치 롤케이크 단면같이 생긴 동그란 유리알을 만든 다음 그것들을 수십개를 붙여서 접시를 만든다던가 등의 내용들을. 실제로 이 곳의 유리 제품들은 굉장히 예뻤고, 톡특했다. 가격은 저렴한 게 접시 하나에 12만원 정도 하는 가격이었다. 액자, 목걸이, 시계, 와인 마개 등의 제품들은 그보다 저렴했다. (그 옆에 있는 고급 제품을 취급하는 갤러리에는 수 백 만원 짜리가...)


살까말까 고민을 엄청하다가 일단은 그냥 나왔다. 매장 사진은 안 찍는 게 에티켓이라, 이 때는 안담았다.



그리고는 섬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미 오후 6시쯤 되어서 거리에는 활기가 없었다

맞은 편의 유리 박물관은 문이 닫힌 것 같았다



한 5분 정도 걸었나?

우리는 다시 '드 비아시(De Biasi)'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드 비아시(De Biasi)'의 내부 모습

매장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깔끔했다



'드 비아시(De Biasi)'의

유리 공예 마에스트로 할아버지와 함께, HJ



우리는 결국 접시 6장과 와인 마개 여러 개를 들고 나왔다. 접시는 한 장에 120유로 정도 였고, 와인 마개는 20유로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기록한 것이 아니라 기억인지라 확실하지 않다. 내 생전 여행하면서 이렇게 큰 돈을 쓴 게 처음이라 손이 떨렸으나,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할아버지가 직원에게 할인을 해주라고 하셔서 약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포장도 워낙 꼼꼼하게 해주셨음. 제품 사진은 나중에 별도 포스팅으로.



양 손을 무겁게 하고 '드 비아시(De Biasi)'를 나왔다

그리고는 무라노 섬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섬이 활기차지 못했고, 버려진 건물도 제법 되는 것 같았다




'산 도나토 성당(Church of Santa Maria e San Donato)'

거의 1천년 된 성당이라고 한다



성당 앞에 있던 작은 다리 위에서 바라본 무라노 섬

이 때부터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Ponte San Donato



HJ



산 도나토 성당의 종탑을 시작으로 성당을 둘러보려 하니

HJ가 또 할아버지처럼 성당을 둘러보냐고 타박을 줬다



더군다나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우산이 없던지라, 싫어도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Church of Santa Maria e San Donato






이탈리아 무라노 섬의 거리 풍경




그리고 바포레토 정류장에 도착해

비를 피하면서 수상버스를 기다렸다

잠시 구경한 기념품 가게의 유리 공예품



내 카메라에 담긴 무라노 섬의 마지막 모습

우리는 배를 타고 다시 베네치아 본섬으로 이동했다



베네치아의 유리공예는 중세 베네치아에서 아주 중요한 산업이었다. 당시의 유리는 사치품으로 매우 비쌌기 때문에, 중계 무역과는 별도로 베네치아에 막대한 부를 가져가 줄 수 있었다. 그래서 공화국 정부는 유리공예 기술 유출을 두려워 했고, 장인들을 무라노 섬에 가둬서 관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후로 무라노는 유리 제작에 특화되어, 이곳에서 생산한 유리는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라는 이름으로 명품 대우를 받았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유리를 어디서든 쉽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로 아시아와 동유럽에서 무라노 글라스의 복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복제품은 일반인이 봐서는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을 가지고 있어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 현재는 무라노 글라스의 존폐가 위협될 정도라고 한다.


특히, 무라노의 기술자들은 2~5명의 기술자가 작업하는 일종의 공방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고, 현재도 그러해서 기계로 찍어내는 생산 효율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브랜딩이나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급격하게 변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해 상당히 많은 전통있는 공방이 문을 닫아, 기술자의 수도 30년 전에 비해, 1/6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현재는 고급화와 유니크 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끝으로 무라노 글라스 진품을 구입하면, 제품에 무라노 글라스 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여준다. 이 스티커는 무라노가 속해있는 베네토(Veneto)지역의 자치령으로 정해진 것으로 이 스티커를 붙여주지 않으면 진품 무라노 글라스가 아니다.


여기서 구매한 제품 사진은 별도 포스팅으로.

작성자

Posted by lifephobia

작성자 정보

여행하고, 사진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필름 카메라도 좋아해요.

태그

관련 글

댓글 영역

  • 프로필 이미지
    2015.12.13 23:46 신고

    무라노 섬 너무나 멋지네요.
    사진으로 보기엔 너무나 좋은데, 작성자께서는
    비 맞아가며 보느라 고생하셨겠어요.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09 신고

      비는 생각보다 많이 안왔어요.
      비가 쏟아지기 전에 버스 정류장 근처로 가서 비를 피했지요.
      염려(?) 감사합니다. ^-^

  • 프로필 이미지
    2015.12.14 02:08 신고

    역시나 접시 가격은.... 예상대로...네요..

    제가 갔을때도 접시가격이 백유로 이상씩 했거든요 다만 제가 갔을때의 환율은 1800원이었다는게 함정...;;

    지금의 환율도 좋은편이지만 6장이나 사셨다니 ... 무게도.. 크기도... 금액도... 후덜덜 하셨을거라 예상됩니다... ㄷㄷㄷㄷㄷㄷ


    저는 그당시 18유로... 정도 되는 목걸이를 샀는데 말씀하신 그 스티커 아직도 잘 붙어있습니다 ㅎㅎㅎ
    지금은 스티커 디자인도 바뀌었겠네요 ^^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11 신고

      접시는 겁나 비쌌지만, 기념품 겸 실제로 쓴다고 생각하고 샀어요. ^-^
      귀국 중에 깨질까 염려되었는데, 다행히도 괜찮더라구요.
      그렇게 구입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ㅋ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16 신고

      명품글라스에 속하기 때문에 잘 깨지지 않고 내구성이 좋은거 같아요

      저도 가끔 너무 추운날 이거 터지는거 아닌가 싶은적 있었는데 아직 기스하나 없거든요

      아직도 잘 쓰고 계시다면 가끔 보실때마다 뿌듯하실듯 ㅎㅎㅎㅎㅎ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21 신고

      3개 중에 2개는 잘쓰고 있는데..
      하나는 아버지가 청소하시다가 뭔가에 부딪혀서 이가 나갔어요. ㅠ_ㅜ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냥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어흑.. ㅠ_ㅜ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9:00 신고

      깨진게 아니라 이가 나간정도라면..

      방향 잘 틀어서 그냥 장식장에... -_ㅠㅜ....

  • 프로필 이미지
    2015.12.14 09:57 신고

    수공예여서 역시 가격이...ㄷㄷㄷ
    유리접시 사진이 매우 궁금합니다.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D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12 신고

      접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제가 정물 사진을 잘 못 찍어서요.
      그게 조금 걱정이 됩니다. 저도 어서 올리고 싶은데.. ㅠ_ㅜ

  • 프로필 이미지
    2015.12.14 10:12 신고

    무라노섬이 이런 느낌이군요. 여행가기전 무라노섬 포스팅들을 많이 봣는데 제 취향이 아닌거 같아 안갔는데... 하..
    lifephobia님 포스팅보니 왜안갔나..밀려드는 후회..

    공예품들도 수공예라 그런지 느낌잇고 제눈엔 ㅎㅎ 값어치 톡톡히 할거같아요.
    저도 유리접시 사진 몹시 궁금집니다. 두근두근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13 신고

      저희도 너무 늦은 시간에 갔었고
      비와 양 손에 든 접시들 때문에, 섬을 둘러보진 못했어요.
      정말 30미터 정도 둘러봤나 싶네요. ㅠ_ㅜ

      접시 사진은 올려보도록 할게요.
      근데 제가 정물 사진은 자신이 없어서.. ㅠ_ㅜ

  • 프로필 이미지
    2015.12.14 17:19 신고

    할아버지가 여친님 어깨에 감히 손을...
    서양사람은 역시 달라요 ~ ㅋㅋ
    그래도 말로만 듣던 마에스트로이니...참아야죠

    근데 카메라가 모에요?
    색감이 참 좋아요~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15 신고

      연세는 드셨어도 이탈리아 남자인가 봅니다. ^-^
      여성에게는 너무 젠틀하시고, 뭐랄까 묘한 분위기를 풍겨요. ㅋ
      카메라는 5DMK3이고, 렌즈는 구형 24-70 이에요.

  • 프로필 이미지
    2015.12.14 18:58 신고

    무라노 섬 본역(?)에서 내리면 어떤 아저씨가 나와서 바포레토 타고 온 사람들 다 끌고 공예품 만드는 거 볼 수 있는 장소로 데려가줘요!ㅋㅋ
    말을 못 알아들어서 사람들 가는대로 무작정 따라갔었는데 전 운 좋게 유리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네요 헤헿..
    심지어 무료여서 더 좋았어요~

    그치만 그렇게 우르르 몰려 들어간 곳 보다는 역시 아무도 없는 곳을 발견하는게 더 분위기 있어 보이네요 ㅠ_ㅠ
    저 갔을 때도 무라노는 날씨가 참... 별로였는데...
    추억여행 하고 갑니다 ㅠ-ㅠ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17 신고

      아.. 저희는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간 거라서, 몰랐네요. ㅋㅋ
      아쉽지만, 그래도 그릇을 사왔으니 좋았다, 라고 합리화를 하렵니다. ㅠ_ㅜ
      옛 기억이 나셨다니, 뭔가 좋은 일을 한 기분이에요.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4:17 신고

      지금 생각해보면, 비가 내리려는 것의 전조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

  • 프로필 이미지
    2015.12.15 17:35 신고

    저두 유리접시 사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여자친구분 종종 보여주시는 개구진 표정이 참 좋아요^^

    • 프로필 이미지
      2015.12.17 16:06 신고

      네네, 워낙 썰을 풀어놔서 부담감이 슬슬.. ^-^
      꼭 올리도록 할게요. ㅋ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