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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0 체코

2010년, 혼자 짧게 다녀왔던 체코 여행의 시작 - 프라하 / 20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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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진에어 김포공항 지점에 근무하고 있던 시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 때까지의 나는 휴가를 길게 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길게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항 근무자가 그렇듯이, 나 또한 교대 근무자라는 것이 내 마음을 약하게 했지만, 그래도 가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


교대 근무의 특징 중 하나는, 누군가의 휴식이 길어진다면, 그동안 다른 동료는 쉬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그래서 마음이 약해졌으나, 당시 함께 일하던 JH 차장님과 동기인 MY, 그리고 JJ 부장님께서 잘 배려해주어 잘 다녀올 수 있었다. 2007년에 영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처음 가는 해외 여행이었고, 아주 오랜만에 혼자 다녀왔더랬다. 교대 근무 특성 상, 주말을 포함할 수가 없어 실제로 체코에 있던 날은 4일 뿐이지만, 나름 잘 다녀왔던 여행.


이 때, 인천지점에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지점에서 일하고 있던 JB씨가 아에로플로트 직원에게 이야기를 해서, 비상구 자리를 받을 수 있었다. (비상구 좌석은 유사 시에 승무원을 도와야 하므로, 탑승객 중에 항공사 직원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있음.)



처음 타 본 아에로플로트 러시아 항공

당시 인터넷에는 온갖 악평이 있었으나

가성비에 끌려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몇 년만에 먹어보는 기내식이었는지

아에로플로트가 스카이팀이라

음식은 대한항공 케이터링에서 조달한다



몽고로 추정되는 어딘가의 하늘을 보며

한 켠에 보이는 제트엔진 위의 파랑과 주황이

생각보다 예쁘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스크바 셰례메체보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프라하로 가는 항공편으로 갈아탔다



당시 모스크바 셰레메체보 공항에는 흡연실이 따로 없고, 흡연 구역만 있었다. 이 흡연 구역이라는 것도 굉장히 허술해서, 화장실 앞에 마치 포장마차 처럼 생긴 공기청정기 겸 재털이를 가져다 놓은 것 뿐이었다. 벽이라던지, 유리라던지, 바로 앞에 있는 면세점과 흡연 구역을 분리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등빨 좋은 어떤 러시아 아저씨가 빨아들였다가 내뿜은 담배 연기는 위쪽으로 올라가 다른 공기와 섞여, 바로 앞에 있던 면세점에, 그리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고루고루 퍼졌다. 그 모습이 충격이었다. (2013년에 크로아티아 여행 중에 다시 들린 이 공항에는, 흡연실이 생겼음)


한편,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화장실 앞 계단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Hell March 라는 곡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모스크바에서 프라하까지의 연결편은 체코 항공이었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유니폼이 촌스러운 붉은색의 A라인 원피스라서 굉장히 특이해보였다. 하나 기억에 남아있는 건, 식사 후 Tea? Coffee? 를 묻는 승무원의 발음이었는데, 찌? 꼬르삐? 라고 말을 해서 못알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깨우쳤던 것.



밤 늦게 숙소에 도착했던지라 쉬고

다음 날 오전에 처음 마주한 프라하 시내

'나메스티 레푸블리키(Náměstí Republiky)'



그리고는 짧은 체코, 그리고 프라하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