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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6 핀란드

핀란드 여행 - 헬싱키 수오멘리나 요새를 걸어서 한 바퀴 / 20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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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카우파토리에서 배를 탄 우리는 이내 수오멘리나 요새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선착장에서 본 건 티켓 자동 판매기였는데, 그걸 보자마자 '나갈 때 또 표를 사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 들어가 직원에게 물어보니, '네가 구입한 티켓은 왕복이라 또 살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뱃시간이 밤 11시까지 있는 것도 확인했다.


처음에 우리는 공식 탐방로의 반대쪽, 그러니까 관광 안내소가 있는 건물을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갔었다. 인적없던 그 곳을 조용히 둘러본 다음, 우리와 배를 같이 탔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공식 탐방로를 걸었다. 처음에 갔던 곳은 사람이 전혀 없어서 유령도시 같았지만, 그나마 탐방로를 따라가니 사람들이 그나마 많이 보여서 사람사는 동네 느낌이 났다.



아까 우리가 걸었던 길은 외져서 사람이 없었는데

공식 탐방 루트로 돌아오니 제법 사람이 있었다

수오멘리나의 진짜 모습인 셈인데

요새보다는 큰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탐방로 양 쪽으로 페인트가 부분적으로 벗겨진

낡은 건물들이 카페로 변신해 서 있었다

그리고 어떤 건물 앞에서 클래식카를 봤다

'볼보(Volvo)'



차는 연식에 비해 굉장히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내가 차 사진을 찍으니, 똑같이 찍겠다며

HJ가 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담았음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던

수오멘리나 교회

(Suomenlinnan Kirkko)



우리가 여행하던 때는 4월, 핀란드는 아직 겨울이라

그늘 속에 있는 노란 화분이 HJ에게는 예뻐보였나보다

저 화분과 자기를 같이 담아달라는데, 그늘져서...

(미안해, 이게 최선이었어)



우리는 탐방로를 따라 섬의 안 쪽으로 더 들어갔다

낮은 목조 건물의 풍경은 2-3층의 벽돌 건물로 바뀌었다

병영이라든가, 뭔가 군사용 건물로 쓰였을 법한 느낌



수오멘리나 섬의 중간 지점에는

그간의 역사를 정리한 전시관 같은 게 있었다

들어갈까 잠시 생각했다가 그냥 지나갔다



전시관 바로 앞에는 하얀 다리가 있었다

이 지점이 요새의 중간 정도 되는 것 같았음

사람들을 따라 더 깊숙히 들어가보기로 했다



흰 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왼쪽 풍경

잿빛의 벽이 뭔가 요새 같은 느낌을 줬다

공간적 배경과는 역설적이게, 평화롭다는 느낌도



다리를 건너 맞은편에서 바라보니

이렇게 해안 방어를 위해 구축한 벽이 있었다

공원이 요새로 탈바꿈 하는 순간!



오밀조밀하고 탄탄하게 짜여진 것 같아서

수오멘리나 요새 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 같은

제법 그럴싸한 모습이었다



이 이후로는 이곳이 정말 군사시설 같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높은 벽이 계속 이어져 있었고

장교의 숙소나 기타 용도로 사용되었을

건물들도 여럿 지나갔다



수오멘리나 섬의 어느 작은 해변에는

한 커플이 해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예뻤던 모습



수오멘리나 섬의 끄트머리 즈음의 풍경

이런 풍경을 따라 길이 나 있어 그 길을 걸었다

저 뒤로 헬싱키가 아스라히 보였다



바다

저 건너편은 에스토니아



예전에는 군사시설로 쓰였을 이 곳의 건물들은

이제는 일반인 거주지로 바뀌었다

사진 속 노란 벽의 검은 지붕의 집도 마찬가지



수오멘리나 섬의 남쪽 끄트머리는

섬의 북쪽보다 덜 다듬어진 느낌이 더 들었다

실제 전장에 와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마치 혹처럼 불룩불룩 솟아 있는 건

탄약고나 기타 시설로 쓰인 캐노피 같은 건물이다

몇몇은 개방해놔서 들어가 볼 수도 있었는데

굉장히 습하고 눅눅해서 이내 나왔다



우와아!

여기가 핀란드야!



수오멘리나의 끝은 이렇게 구릉(?)처럼 되어 있었는데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그 길을 따라 걸었다

날씨는 맑았지만,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댔다



귀엽다

>_<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거대한 대포가 있어서

사진으로 담아봤지만 역광이라 잘 안나왔음



섬의 한 켠은 너른 바위지대였는데

출입을 통제하지 않아서 살짝 내려가봤다

숨은 HJ 찾기



바다를 바라보는 HJ



HJ의 핀란드 수오멘리나 섬 여행

증명사진



우리는 바위 어디께에 앉아

이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한없이 멍해지더라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HJ의 뒷모습



자연을 굉장히 잘 보존하고 있었지만

한쪽에는 저렇게 성벽이 굳건하게 있었다

우리는 이 곳에 20분 정도 머물렀다



요새의 입구로 되돌아오기로 하고

길을 걸어 가다가 만난 포대(?)

어쩌다보니 복원 공사 하는 곳으로 지나가서

살짝 고생했다



수오멘리나 요새의 중간 즈음에 왔을 때

마침 작은 배 하나가 지나가길래 담아봤다



HJ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굉장히 잘 흩날린다

매서운 핀란드 바람에 머리카락이 자꾸

입으로 들어와서, 그걸 떼어내고 있는 장면



우리는 처음에 걸었던 탐방로를 그대로 되짚어 돌아와

헬싱키 카우파토리로 되돌아 가는 배를 탔다

그리고 배가 선착장에 거의 다 왔을 때

바라 본 헬싱키의 풍경



수오멘리나 요새는 헬싱키 앞바다에 있는 6개의 섬으로 구성된 요새이다. 핀란드어로 1918년까지 '비아포리(Viapori)'로 불렸으나, 근대에 이르러 '수오멘리나(Suomenlinna)'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곳이 한창 요새의 기능을 할 당시의 모습은 잘 모르겠으나, 현재는 큰 공원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섬 곳곳에는 당시 쓰였던 건물들이 주거/상업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일반인이 거주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핀란드가 스웨덴의 식민지였던 시절, 그러니까 대략 1700년대 중반. 급속하게 영토확장을 꾀하는 러시아에 부담을 느낀 스웨덴이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바다 위에 있는 6개의 바위섬을 연결해 요새를 만들었다. 당시의 핀란드 수도는 헬싱키가 아닌 '투르쿠(Turku)'였기 때문에, 이 요새는 국경 근처에 만들어진 일종의 전진기지였던 셈. 그리고 불과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스웨덴과 러시아의 전쟁이 시작된다. 결과적으로는 러시아가 승리해서 핀란드는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어 버린다.


당시 스웨덴은 이 요새에 군함(프리깃 등)을 만들거나 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만들었다. 하지만 헬싱키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간 쯤에 있는 고글란트(Hogland)섬'에서 러시아 해군을 방어하는 데 실패한 이후, 그 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러시아 해군은 수오멘리나 요새와 스웨덴 본토를 오가는 보급선을 '포칼라니에미(Porkkalanniemi)' 근처에서 툭툭 끊어내는 전략으로 요새를 고립 시켰고, 설상가상으로 헬싱키까지 손쉽게 점령하면서 요새 내에 있던 병사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요새를 포위하고 포격을 시작해, 약 2달 후 수오멘리나 요새를 손에 넣는다.


그 이후, 러시아는 이 요새를 더 확장하고, 병영 및 도크 등의 시설을 추가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어하는 전진기지로 삼았다. 그러나 약 100여 년 후, 러시아 혁명과 함께 독립한 핀란드에 그 소유권을 넘긴다. 핀란드 정부는 이 요새를 1973년에 일반에 개방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