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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장봉도 트레킹 #4. 가막머리 전망대에서 본 인생 최고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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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는 그 이름을 풀어보면 '봉우리가 길게 늘어선 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끝없이 반복되면서 체력을 쏙 빼놓더라.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라 느렸다. 가막머리 전망대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던 것. 그런데 아주 운이 좋게도 높은 봉우리를 지날 때 멋진 석양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크로아티아의 '자다르(Zadar)'에서 봤던 석양을 능가하는 인생 최고의 석양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였던 가막머리 전망대에서 본 일몰도 일품이었다. 출발지인 옹암 해수욕장까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여정 때문에, 가막머리 전망대에는 채 5분도 머물지 못했지만, 동만도와 서만도 사이로 쏙 떨어지는 해가 그려내는 풍경은 그렇게 멋질 수가 없더라. 그리고 돌아오는 길의 길고 긴 에피소드도 정리해뒀다.



부지런히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빛이 너무 예뻐서 잠시 멈춰 사진을 담았다

아마 저 산 위의 정자가 봉화대이지 않을까 싶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해지는 바다도 참 예뻤다

하지만 마음은 초조해져서



길을 더 재촉했다

얼마인가 가다가 우리는 노을이 너무 멋져서,

그리고 빡세게 걷다가 마침 쉴 때도 되었으므로

이름없는 스팟에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풍경을 마주했다

아무리 급해도 멈출 수 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인생에서 손꼽을 수 있는 멋진 순간이었다

죽기 직전에 생각날 것 같은 정도로



정말정말 너무 멋진 순간이었다

가막머리 전망대보다 여기서 본 노을이

더 멋지다는 것에는 우리 셋 모두 동의했다

장봉도에 다시 온다 한들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잠시 쉬면서 감성을 충전하고

다시 길을 급하게 재촉했다, 해지기 전까지

가막머리 전망대에 이르러야 했으므로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가막머리 전망대 가기 직전에 있는 무덤

얼마나 기구한 운명이었길래

죽어서도 나무가 봉분에 딱 붙어 저리 있는지

그리고 봉분의 흙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 무덤이 있는 곳에서

바다를 보니 해지는 모습이 잘 보였다

가막머리 전망대까지 2분 거리였음



그리고 해가 마다 속으로 지는 그 순간에

가막머리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구경했다

대략 5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가막머리 전망대에서 노을을 보니까

동만도와 서만도 사이로 해가 지더라

날이 좋아서 아주 장관이었다



해가 졌다

여자분 두 분이 전망대에 텐트를 치고 있더라

망구가 장비가 엄청 비싼 것이라 했다

여자들인데도



우리는 다시 옹암 해수욕장으로 되돌아가야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이번에는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갔다



개인적으로 봤던 노을 중 가장 멋졌던 것은

크로아티아의 자다르(Zadar)에서 본 노을이었는데

여기 장봉도에서 본 노을이 그보다 더 멋졌던 것 같다



이 해안 둘레길을 따라가면 '윤옥골'이 나오는데

그 근방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해지기 전에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해가 졌기 때문에 서둘러 마을로 나가야 했다

가로등이 없으니, 곧 칠흙같은 어둠이 닥칠 것이기 때문

이 상황만 제외하면 아주 멋진 모습이었다



장봉도 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해안 둘레길

끝없이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어서

체력이 자꾸 빠지는데다가, 길 상태도 좋지 않아서

나아가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지도를 봤을 때, 가막머리 전망대에서 윤옥골까지는 거리 상으로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걸어보니, 오르막과 내리막의 끝없는 반복이더라. 그렇잖아도 바닥난 체력이 더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길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고, 부분적으로 위험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많이 더뎠다.


가막머리 전망대에서 일몰을 봤기 때문에, 곧 어둠이 찾아올텐데, 이 상태로는 사방이 깜깜한 곳에 표류될 상황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우리는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인적이 있는 마을이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장봉도 북서쪽 절벽 어딘가에 표류했다. 바로 옆에 있는 서로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절벽 아래에서 멀찌감치 들리는 파도 소리가 무서웠다. 다행히 나는 성능 좋은 휴대용 손전등을 하나 가지고 있었고, 친구들은 각자 휴대폰 손전등에 의지해 길을 따라갔다.


해안 둘레길을 따라가던 중, 길이 끊긴 곳이 있었다. 해변을 50미터 정도만 걸으면 되는데, 밀물이 깊게 들어와 길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길도 없는 산을 올라 고개 하나를 돌아 넘느라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길이 없어서 위험했고, 경사가 매우 급하고 사방이 캄캄해서 위험했다. 다행히 고개를 돌아넘으니, 탐방로와 만났고, 그 길을 따라가니 윤옥골이 나왔다. 윤옥골에는 몇몇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바베큐 파티를 하고 있었다.


윤옥골에서 가로등 하나 없는 차도를 30분 정도 더 걸어 마을에 도착했다. 가로등과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집들이 반가웠다.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한 정거장 앞에 있는 종점에 슈퍼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뭐 좀 사먹자며 종점으로 걸어가던 중, 저 멀리 어둠속에서 버스 라이트가 보였다. 우리는 그 버스를 타야했으므로 종점까지 미친듯이 뛰었다. 하지만 버스기사 아저씨는 "버스 운행은 끝났고, 이 버스는 차고지로 가야 한다"며 우리를 태워주지 않으려 했다.


우리는 체력이 매우 바닥난 상태였으므로 이 버스를 꼭 타야했기에, 기사 아저씨에게 태워달라고 사정사정했다. 그리고 다행히 '장봉보건지소'까지 버스를 타고 올 수 있었다. 거리 상으로 약 2Km 정도였고, 전체 거리의 2/5 정도를 세이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근방의 슈퍼에서 쉬면서 과자와 베지밀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한 다음, 옹암 해수욕장까지 걸어왔다. 시간이 제법 걸리더라.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장봉도 트레킹이었다.




장봉도 트레킹



여행일자 : 2017년 10월 22일